자유게시판

조회 수 2302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은주, 정보석이 나오는 ‘오!수정’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거의 같은 시공을 공유하고 있어도 거기에서 발생하는 참여자들의 기억 차이는 의외로 큰 것 같다. 모든 참여자가 그곳에서 대화의 패턴을 찾고 그것을 적절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청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느낌 혹은 기억의 격차는 쉽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각자의 기억속에 각인된 과거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그만큼 현실 그 자체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참여자가 늘어나 정보가 많아지면 패턴화가 더욱 어려워지고, 그 때 공을 들여 시도해보는 패턴화는 여러 가능한 선택중 하나의 형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어제의 강렬한(!) 화두는 “대화”였다. 내 나름대로 해석하면 사전 경험 공유가 적고,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우호적이고 잘 풀리는 것 같은데, 정작 끈끈한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고 그래서 더 잘 통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과의 대화는 잘 안되는 것일까라는 문제제기였다. 적고 나니 나만 이렇게 해석했는가란 생각도 든다.




 암튼 그 강렬하고 긴 표현의 화두에 대해 모인 사람들이 의도적 혹은 돌려서 언급했던 것 같다. 나도 최근에 읽은 'The Power of Body Language'라는 원제의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 숨겨진 마음을 읽는 몸짓의 심리학‘(한글 제목을 단 이의 마음이 읽혀진다. ^^)이란 책의 힘을 빌어 이렇게 언급했다. ”말로 하는 대화는 97%의 말 이외의 다른 자신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먼 암시였던 것 같다.




   집에 오면서 의식과 몸이란 단어를 떠 올려 보았다. 단세포가 진화하여 다세포 생물로 되면서 방향성을 갖게 되었고, 그러한 생물들은 바깥의 환경에 대해 다가서던가 아니면 물러서던가의 방향을 취한다는 말도 떠 올랐다. 세포들이 몸이라는 막(혹은 형체)를 공동으로 취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의식이 의식하고 혹은 제어한다고 할 때 그 몸과 의식의 분열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보았다.

  의식은 자극이나 환경에 대한 다수세포들의 반응을 대변하거나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면서 아주 예전에 읽었던 아래의 표현이 생각났다. 나는 지금 아래의 말을 의식에 놀아나는지 몸에 놀아나는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의식은 생존기계가 결정 수행자가 됨으로써 그 궁극적 지배자인 유전자로부터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진화적 경향의 극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이게 바로 나야, 255쪽)




  손에 닿는대로 내 느낌에 맞게 얇게 독서하다 보니 자주 현상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범주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위안받고, 내 방식의 이해를 잘 믿으려 하지 않지만...  특히 과학적 현상에 대해 근거가 충분치 않은 이해를 표현할 때는 더욱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증명 안된 것을 믿고, 나아가 유사한 주제에 대해 내가 믿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충동이 있고, 그것을 억제하기 어렵다. 자주. 내겐 재미없게도 억제가 좀 강하지만.

  현실에선 최대한 그 주제에 적절한 개념으로 이야기하려는 심적 예의는 갖추지만 그 실효성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러한 경향성과 충동을 최대한 누르고 대화를 하려면 그저 경청하는 방법 뿐이 없다. 물론 이것은 말로 이루어지는 3%의 세계일 뿐이고, 어느 누가 말을 안하고 있는 사람을 통한다고 하거나 좋아할 것인가? Taking no risks is the biggest risk of all!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될 때, 예를 들면 내가 말한 것으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상대방이 그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표현해 주면, 내가 그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고, 당신이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그렇게 이해했으니 내가 말을 철회하겠노라고 하면 될 듯하다(여전히 찜찜하지만). 근데 듣는 이가 교묘하게(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 본인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감추는 데 성공할 경우, 말한 나는 그것을 도데체 언제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채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나는 정말 대화가 잘 되어 왔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든 혹은 무의식의 것을 용케 잡아내어 끄집어 표현하든 그 대화의 결과가 그 대화 내용과 무관할 확률이 무관하지 않을 확률보다 높은 것 같다. 상대방이 오래동안 안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그럴 것 같다. 노력을 많이 안하고도 시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잘 통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통한다거나 안 통한다고 하는 것이 상당히 우연적이라는 것 같다. 보통 어느 누구와도 전면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전면성의 정도는 공유하는 시공간 거리의 가까움에 비례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의 의식이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고...




  백북스 혹은 사랑방 대화를 오케스트라처럼 끌고 가는 분들의 노력과 능력에 대해 대단함을 느낀다. 그것의 힘을 빌려 나는 정리안된 표현을 중구난방 올릴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같다. 좋은 경험의 기억이 쇠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서로 다른 악기로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거기에 덧붙여졌다는 것으로 위안하면서. 갑자기 칼세이건이 코스모스 표지에서 세 번째 부인인 작가 앤드류얀에게 광대한 우주 무한한 시간 속에 같은 행성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표현이 문득 떠오른다.




  기회가 되면 고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특히 ‘같다’라는 표현이 ‘이다’라는 것으로 바뀔 시간을 기대하면서), 나 아닌 내가 어제의 사랑방 이후의 소감을 적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
    정수임 2009.06.18 05:41
    나를 닫아두니 자연히 상대방의 접근도 단절시키게 되더군요.
    아직도 헤매이고있지만 백북스에서 희망을 가져봅니다^^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 ?
    이병록 2009.06.18 05:41
    오늘 아침에도 겪은 상황입니다.
    생각이 맞지 않아서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듣다가 빠져나오는 상황..
    자주 이런 소수의 상황에 빠지곤 합니다.
  • ?
    서지미 2009.06.18 05:41
    정리된 글 잘 보았습니다
    올려주시는 글 새기면서
    '참 정교하시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늘.
    사랑방모임 자리에서 4~5시간 같이 머물러 있던 나는.
    그럼 그때,
    무슨 생각과 느낌과 기억이 떠올랐었는지.
    그런 상황들이 어떤 의식의 흐름속에 걸쳐지고.
    같이 이야기 나누던 사람들을 이해하는.혹은 알아가는
    과정으로 보냈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사랑방모임의 특성을 저 개인적으로는 사랑애(愛)를 붙인 방으로 생각하여
    어떠한 이야기와 분위기에도 기본적으로 애(愛)자의 흐름속에
    모든 상황들을 바라보고 들으려하고 말하려 하고 있답니다.
    그런 가운데
    ...의식의 흐름속에 말로 표현되는 것은 3%...라고 하신 것처럼
    (물론 한성호선생님 개인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증명된 사실)
    그런 사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왜.
    다 표현 할수 있거나,
    다 이해하여 들을수 없었던 상황을 제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구체적 상황은 생략하겠습니다.
    정량화 할수 없는 마음의 세계를.표현의 한계를.감정의 흐름을.
    딱 집어 반추할수 있는 어떤 기준점이 되어 주는 과학적 사실들
    ...의식의 흐름속에 말로 표현되는 것은 3%...
    그런것이 보편적 사실이라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합니다.
    행복한 유월되세요.._()_..
  • ?
    김영이 2009.06.18 05:41
    한성호 선생님 글도 참잘쓰시네요.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는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 ?
    한성호 2009.06.18 05:41
    아고 황송한 답글이네요. 혹시 우주의 콘스피러시?
    '정교하다'란 말은 제가 고등학교 때 저희 형 친구로부터 준수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네요. 감사.

    마음은 머리에 있다지만, 마음은 암튼 실재하는 것 같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중의 안치환의 귀뚜라미란 노래가 있지요. 가사중에
    "보내는 내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란 표현(멜로디가 더좋지만)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기를 연주할 뿐이고, 그것이 누구의 심금을 건드릴 뿐이고...
    아마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으로 심금을 내놓고 있는 사람이

    불일보조국사 정지눌 스님이 말씀하신
    팽팽하지도 늘어지지도 않은 심금이나
    현없는 심금(몰현금)인 듯 합니다.

    표현에 따르면 6월이 감사해야겠네요....^^
  • ?
    정수임 2009.06.18 05:41
    영화를 보아도 주인공이름,..줄거리,..심지어 좋아하는 영화는 4번이상을 반복해 보아도 시간이 지나면 떠오르지가않아요^^
    책은 덮기가 무섭게 저멀리 멀어집니다.
    그래서 한성호 선생님 글 또 읽으러 왔어요^^
    신기하고 놀랍고 경이로움입니다.내안의 것을 네모 세모 동그라미 작대기로 표현하심이 다른,..행성사람들과 함께 인듯한 느낌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44 2010년9월11일 진해 사랑방-경주 기림사 & 석굴암 탐방 3 김상철 2010.09.12 2728
3843 2010년6월8일 진해 사랑방 1 file 김상철 2010.06.09 2107
3842 공지 오늘(8.12).. 사랑방 있습니다.. 11 오창석 2009.08.12 3189
3841 7월 22일 [사랑방 이야기]♥ 11 윤보미 2009.07.24 3554
3840 오늘 7.22(수) " 사랑방 " 있습니다. ^_^ 6 오창석 2009.07.22 2079
3839 6월 사랑방 참여의 계기와 느낌 3 이병은 2009.06.19 2413
3838 6월 16일 [사랑방 이야기]♥ 8 윤보미 2009.06.18 3052
3837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7 고갑수 2009.06.18 2731
3836 반성합니다~~ 5 홍종연 2009.06.17 2359
3835 오늘 (6월 16일) 7시, 사랑방으로 오세요~ 7 오창석 2009.06.16 2099
» 6월의 사랑방 참여...주변 생각 6 한성호 2009.06.18 2302
3833 사랑방 모임 (5.19, 저녁7시) 9 오창석 2009.05.19 2407
3832 5월 19일 [사랑방 이야기]♥ 10 윤보미 2009.05.20 2924
3831 서울 2030 사랑방 오늘입니다~~ *^^* 김영이 2009.05.07 2142
3830 현장스케치 서울 2030 사랑방 현장 스케치~ 13 김영이 2009.05.08 3624
3829 회원후기 때늦은 후기 한성호 2009.04.27 2737
3828 모임후기 오램만에 찾은 사랑방에서.. 9 오창석 2009.04.23 3692
3827 사랑방 후기 9 김영이 2009.04.23 2805
3826 [대전]사랑방 - 4월 22일 박문호 박사님 댁 3 김영이 2009.04.22 2898
3825 4월 22일 [사랑방 이야기]♥ 6 윤보미 2009.04.24 29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