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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핵심에는 공동선이 있어야 한다. 정치가 협소하게 경제에만 치중하면 이런 중요한 윤리와 영적 가치를 다루지 못할 수 있다. 사람들은 윤리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정치가가 나타나길 바라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이와 같은 국민의 열망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 샌덜 교수


 


 


[ 인터뷰 내용 ]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사회적인 필요성이다. 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회적 원칙(principles of social cooperation)을 찾아내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정의'와 인간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의에 관한 문제들과 매일 맞닥뜨리게 된다. 그만큼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중요하다.


 


―교수님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규명하는 대신 여러 사례와 이론을 제시했다. 제목을 믿었던 독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


 


▶책에서 제시한 사례나 이야기들은 정의를 설명하는 서로 대립되는 해석(competing accounts)들이자 정의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사례들이다.


 


그 사례들은 보통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s)에 관한 것이다. 그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이 책의 목적은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철학자들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데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또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의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공정(fair)한가? 수입이나 부, 권력이나 기회, 명예나 인정(income and wealth, power and opportunity, honor and recognition) 등 혜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은 어떻게 분배돼야 하는가? 우리는 도덕적이거나 정신적인 의견 충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하나 하나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과거를 살았던 위대한 철학자들을 불러내 가능한 여러 가지의 답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 문제들에 부딪치게(challenge) 했다.


 


 


 


[ 정의란 무엇인가 - 서평 ]


 


■ 사례 1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미국 플로리다에 극심한 피해를 입힌 후 난데없이 가격 폭리 논쟁이 불붙었다. 생활 전반에서 바가지 요금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자 주 정부는 가격폭리처벌법을 집행하려 했다. 그런데 일부 경제학자가 해당 법과 주민 분노에 오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급ㆍ수요 상황에 맞는 가격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폭리처벌법 집행은 잘못됐다는 얘기였다. 양측 주장 중에서 어느 쪽이 정의로운 것일까.


 


 


■ 사례 2


 


1884년 여름, 침몰한 배에서 탈출한 영국 선원 네 명이 소형 구명보트에 올라탄 채 표류하고 있었다. 표류 8일째. 물과 음식이 모두 바닥났다. 고아인 10대 소년 리처드 파커는 며칠째 보트 바닥에 누워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마침내 20일째 되는 날 선원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파커를 희생시켜 '식량'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사건기자라면 '엽기적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하고 끝냈을 사안이다.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행동은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가.


 


피고인 측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변호했다. 파커를 죽이지 않았다면 모두가 죽었을 것이다. 파커는 그냥 내버려두었더라도 죽었을 것이다. 그는 고아였으므로, 그가 죽었다고 해서 가족이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상식의 눈으로는 파렴치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의에 관한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리주의의 핵심 사상은 사회 전체의 행복이 증가한다면 그것이 곧 정의라는 관점이다. 이 관점을 극한으로 밀어붙일 경우 가해자들의 행위 또한 정의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도 있다.


 


공리주의를 주창한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거지들을 거리에서 '청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중이 거리에서 거지와 마주칠 때 느끼는 불행의 총량이 집단수용소에 갇힌 거지들이 느끼는 불행의 합보다 크다는 것이 이 방안을 뒷받침하는 논리였다. 이른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그렇다면 테러범에 대한 고문도 같은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 정의의 해석


 


정의론 분야의 석학인 저자는 책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한다. 공리주의적 견해, 자유지상주의적 견해,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가 그것들이다.


 


정의는 공리주의자(벤담)에게 행복의 극대화이고, 자유지상주의자(밀턴 프리드먼)에게 시장에서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존 롤스)에게 사회적 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때만 사회적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저자의 방식은 앞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동성애, 낙태, 감세, 징병제 등 도덕적 딜레마를 불러일으키는 상황들을 제시한 뒤 정의에 관한 각각의 견해가 노출하는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인간 행위의 질적 가치를 무시한다.


<정의를 공리주의에 기대면 단지 도덕이 목숨의 숫자를 세고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는 문제인가 하는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자유지상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에 둔감하다.


다시말하면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정의라는 입장을 취한다. 오늘날 사회에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사고지만 약점도 역시 있다. 맨 처음에 든 사례에서 상인들이 가격을 올릴 자유를 계속 지켜주는 것이 정의일까. 폭리 때문에 피해를 볼 주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는 앞의 두 관점에 내재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적 재화의 공정한 분배라는 수준에서 머물고 만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정의의 문제는 그 이상을 지향해야 한다.


 


샌델 교수가 정의를 이해하는 마지막 방식인 미덕, 즉 좋은 삶과 연결돼 있다는 미덕 이론이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미덕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 여기서 벗어나면 제재도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칫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저자는 "세 방법 모두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잘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덕'을 통해 정의를 들여다보는 편에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도덕적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가장 옳은 것이 정의"라고 말하지만 바로 "자기 성찰만으로는 최선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의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어떤 행동이 사회적으로 옳은 것인지 여러 사람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판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요약만으로 이 책이 지닌 미덕을 온전히 전달하기는 어렵다. 결론보다는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 추론과 반박의 과정이 훨씬 더 흥미로운 이 책은, 독자에게 만만치 않은 사고의 수고를 요구하면서도 이해력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난해하지는 않다. 묵직한 주제를 날렵하게 요리하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하다.



 


 


 


[참고-  책소개 ]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 행복의 극대화, 자유, 미덕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칸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고대부터 근현대 정치철학의 흐름 속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인 행복의 극대화, 자유, 미덕의 추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이론들의 장단점들을 실제 일어난 이야기들과 논쟁들을 통해 살펴본다.

·정의와 행복의 극대화를 연관짓는 이론은 무엇인가? 시장 중심의 사회에서 경제적 풍요와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은 오늘날의 정치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잘살게 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은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생각을 들여다보려면 공리주의에 눈을 돌려야 한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정의와 자유를 연관짓는 이론들은 무엇인가? 이것은 개인의 권리 존중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정의가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늘날의 정치에서 행복 극대화라는 공리주의 사고만큼이나 익숙하다.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자유에서 출발해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여러 유파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다. 가장 치열한 정치 논쟁은 자유방임주의와 공평주의 진영 사이에서 일어난다. 자유방임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자들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이다. 정의란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데 달렸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공평주의 진영에는 평등을 옹호하는 이론가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규제 없는 시장은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정의를 구현하려면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의가 미덕, 좋은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보는 이론은 무엇인가? 오늘날의 정치에서, 미덕 이론은 문화적으로 보수주의, 종교적으로 우파와 동일시된다. 도덕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발상은 자유주의 사회 시민들이 보기에, 자칫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경악할 만한 발상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라면 미덕과 좋은 삶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공히 모든 이념에 깃들어 있으며 다양한 정치 활동과 주장에 영감을 주었다.



정의를 설명하는 다양한 견해들이 실제 일어난 이야기들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태풍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생활재의 가격폭리처벌법에 대한 찬반 논쟁(13~21쪽 참조)은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사람이 자연재해를 이용해, 시장이 견디기만 한다면 어떤 가격을 불러도 상관없는가? 가격폭리 금지가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방해할지라도 정부는 가격폭리를 금지해야 할까? 와 같이 무엇이 과연 옳은 일인가의 문제, 곧 정의에 관한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단지 개인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며, 이에 대답하려면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2) 이라크 전에 참전한 군인 중 상이군인훈장 수여 대상(22~25쪽 참조)의 자격에 대한 국방부의 선택은 옳았는가에 관한 논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에 담긴 도덕 논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3) 2008~2009년 구제금융을 둘러싼 논쟁(25~32쪽 참조)은 무모한 투자로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지급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의 중심에 정의와 도덕적 자격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적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과 잘못을 저지른 은행과 투자사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대단히 불공정한 일이라는 생각의 갈등 속에서 과연 구제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딜레마는 정치철학의 중대한 문제를 드러낸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의 미덕을 장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법은 미덕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고대 정치사상과 근대 정치사상을 가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바람직한 삶의 방식부터 심사숙고해야만 무엇이 정의로운 법인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18세기의 칸트부터, 20세기의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권리를 규정하는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고대의 정의론은 미덕에서 출발하는 반면, 근현대의 정의론은 자유에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대조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정치를 움직이는 정의에 관한 일반인들의 주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매우 복잡한 그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경제적 풍요를 지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그러한 주장에 찬성하거나 맞서면서 어떤 미덕이 영광과 포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하는 생활방식은 무엇인지에 관해서, 풍요로움과 자유를 지지하면서도 정의에서 심판이라는 한가닥 끈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 정의에는 선택뿐만 아니라 미덕도 포함되는 생각이 뿌리 깊다. 그러므로 정의를 고민하는 것은 곧 인간에게 있어 최선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정의를 어떻게 배우는가?
하버드가 전 세계에 최고의 강의실을 개방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알쏭달쏭한 질문 공세, 빼져나갈 수 없는 딜레마에 머리끝이 곤두서는 짜릿한 강의! 위대한 철학자, 교수, 학생의 구분없이 도발적인 핑퐁식 문답이 순식간에 오고가는 정의에 관한 가장 확실하고 열정적인 강의!"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다섯 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필사적인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돌려!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이제 다른 전차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전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 무력감을 느끼다가 문득 당신 옆에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서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옳은 일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연히 옳지 않지. 그 남자를 철로로 미는 건 아주 몹쓸 짓이야.”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비록 죄 없는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끔찍한 짓 같다. 그러나 여기서 애매한 도덕적 문제가 생긴다.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사람을 구하는 첫 번째 예에서는 옳은 것 같았던 원칙이 왜 두 번째 예에서는 잘못된 원칙으로 보일까? (36~40쪽)

민주 사회에서의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낙태 권리를 옹호하나 다른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낙태를 옹호하나 다른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에서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잘못을 바로잡는 정책이라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를 역차별 하는 공정치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사람은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행위는 자유 사회에 걸맞지 않은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반대하나, 다른 사람은 테러를 예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찬성한다. 선거에서는 이러한 이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기도 한다.



어려운 도덕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도덕적 고민이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대개 옳은 행위에 관한 견해나 확신에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확신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그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는다. 그리고 그 원칙을 반박하는 상황을 고려한 뒤에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혼란의 힘과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철학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긴장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옳은 행위에 관한 판단을 재검토하거나 애초에 옹호하던 원칙을 재고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며, 자신의 판단과 원칙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판단에 비추어 원칙을 재고하고 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재고한다. 도덕적 주장을 고민하는 이런 방식, 다시 말해 특정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고심 끝에 단정한 원칙 사이를 오가는 변증법의 역사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도덕적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대화를 통해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자기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 정의의 의미와 좋은 삶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편견과 판에 박힌 일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변증법적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고대와 근현대 정치 철학자들은 정의와 권리, 의무와 합의, 영광과 미덕, 도덕과 법 같은 개념들을 더러는 급진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민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슈트어트 밀, 롤스의 견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데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추상적이어서 어렵게 느껴졌던 정치철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실제 이슈들과 연관시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도덕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거나 상충되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하버드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실제 정의 수업의 방식은 이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도발적으로 질문하고, 반박하고, 재검토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은 다원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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