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발사 성공을 기원하며..;(D-2)

by 서지미 posted Jun 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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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우주로켓이라 부르기도 하는 우주발사체는 탑재물(payload)이라는 짐을 싣고 출발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공간의 정해진 곳에 가서 짐을 풀어 놓는, 비유하자면 지구에서 우주까지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로켓이다. 우주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은 물론이고 때로는 꽤 덩치가 큰 우주정거장 모듈이나 궤도 망원경 등의 다양한 탑재물을 우주로 배달하기도 한다. 우주개발 초창기에는 유인 우주 비행기술에 대한 예비시험을 위해 강아지나 원숭이를 태우던 시절도 있었다.


 


 


우주발사체는 우주에 짐을 배달하는 로켓













발사체가 힘차게 날아올라 우주에 무엇인가를 갖다 놓기 위해서는 우선 정들었던 지구와 ‘엄청나게 힘든’ 이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와의 이별이 이토록 힘든 이유는 모든 물체가 ‘질량’이라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고, 지구는 각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는 크기의 힘(만유인력)으로 모든 물체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지구만 일방적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발사체도 같은 크기의 힘으로 지구를 잡아당긴다.


 


지구에 사는 우리나 우주발사체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물체가 일방적으로 지구에 붙들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구의 질량 (5.98×1024kg)이 워낙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일 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서로 같은 크기의 힘으로 상대 물체를 잡아당기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로 성공리에 발사된 발사체 중 가장 무거웠던 새턴 V (Saturn V)의 몸무게가 무려 3,038,500kg이었다고 하지만, 지구 무게에 비한다면 오히려 ‘참을 수 없는 로켓의 가벼움’이라고나 할까. 발사체 때문에 지구가 꿈쩍했다고 한들 그 미동은 우리가 눈치 챌 수도 없을 정도로 작다. 자, 그렇다면 우주발사체는 어떻게 육중한 몸무게를 극복하고 지표면으로부터 이륙할 수 있을까?








새턴 V형 발사체,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올린 발사체 중 최대 중량(3038.5톤)을 자랑한다.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는 작용 - 반작용의 법칙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풍선을 빵빵하게 분 다음 공기 주입구를 잡고 있던 손을 갑자기 놓아보는 것이다. 풍선 속에 불어넣었던 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오면서 풍선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 풍선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물체 A가 물체 B에 어떤 힘을 작용하면 물체 A에도 그와 똑같은 크기의 힘이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우주발사체도 이와 똑같은 원리에 의해 지표면을 벗어나고 (물론 임무를 끝낸 후 중력에 이끌려 다시 지구로 낙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주공간을 비행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발사체의 경우 풍선처럼 가볍지도 않고, 가야 할 길도 훨씬 더 멀고, 풍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발사체는 연료를 지속적으로 태워서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뿜어내는 등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추진기관을 필요로 한다. 또한 발사체는 중력의 크기(몸무게)를 줄여 같은 무게일 때 추진제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도록 힘든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하는 등 풍선에 비해 엄청나게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왜 다단으로 로켓을 만드나?



발사체의 전체 질량에서 추진제 질량을 뺀 나머지 질량을 구조질량(structural mass) 또는 건조질량(dry mass)이라고 한다. 건조질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힘 좋은 추진기관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고성능 발사체 개발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발사체를 구성하는 구조물에는 추진제 탱크처럼 높은 압력을 견뎌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대기권을 날아가는 동안 공기저항에 의해 받는 공력하중과 열하중 또한 만만치 않아 무작정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저런 기술적 한계를 고려할 때 발사체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궁리가 있어 왔다.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발사체는 모두 독립적인 추진기관을 갖는 2개 이상의 단(段, stage)으로 구성된 다단형 발사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개의 단만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SSTO(single-stage-to-orbit) 발사체는,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며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좀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를 조립하는 모습



 











탑재물을 목표 위치에서 목표 속도로 분리해줌으로써 탑재물이 계획된 우주임무를 무사히 실행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 발사체의 임무이다.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로켓이라고 볼 수 있는 각 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다단형 발사체는 추진제를 모두 소모해 ‘쓸모가 없어진’ 단을 상단 부분과 분리함으로써 발사체의 무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은 물론, 위성 투입 등 발사체 임무 완수에 필요한 속도(속도증분)를 각 단의 능력에 맞추어 적절히 배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3단형 발사체라면 단분리 후 계속 비행하는 상단부분의 엔진을 새롭게 점화함으로써 단분리 이전보다 높은 속도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셈이고, 각 단에서 얻는 속도의 증가분은 비행 중에 계속 누적된다. 즉, 아래 식에서처럼 N개의 단으로 구성된 발사체가 갖는 총 속도증분(ΔVtotal)은 각 단의 추진기관에 의해 얻어지는 속도증분을 모두 합한 값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핏 생각하기에 발사체의 단 수가 많아질수록 발사체 개발이 쉬워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노련한 로켓과학자들은 단 수가 많아지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발사체 구성이 복잡해져 전체 시스템의 고장 확률도 높아지게 되고, 특히 발사체 실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단 분리’의 위험을 필요이상으로 감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발사체의 단 수는 임무 요구, 기술적 조건, 각 단의 낙하지점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결국, 힘 좋은 추진기관과 가볍고 튼튼한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만 된다면 각 단에 엔진 1기씩을 장착한 2단형 로켓이 가장 말썽적은 ‘착한 로켓’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SSTO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면 말이다.


 


 


발사체는 어느 정도로 빨리 날아가야 할까?



도대체 발사체는 어느 정도로 빨리 날아가야 할까? 로켓엔진의 추진력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로켓의 ‘요구속도’를 꼭 벌어와야 할 ‘월급’이라고 생각해보자. 발사체가 목표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를 ‘궤도요구속도’라고 하는데, 이는 집안 살림으로 보자면 ‘꼭 필요한 생활비’에 비유될 수 있다. 살림을 하다 보면 필요 생활비 외에 여기저기 돈 들어갈 일이 생기듯 로켓도 비행하는 동안 이런저런 속도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또 어쩌다 보면 월급 외의 수입이 생기기도 하는 것처럼 로켓도 어떻게 잘 쏘면 지구의 자전 덕분에 ‘관성속도이득’이라는 속도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발사체에 요구되는 속도는 다음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궤도요구속도 Vinj는 다음 식과 같이 출발 행성(즉, 지구)과 투입궤도의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위 식에서 μEarth는 중력계수로 만유인력상수와 출발행성, 즉 지구의 질량을 곱한 값이고, r은 궤도진입시의 반경으로 지구 중심으로부터 위성이 위치해야 할 곳까지의 거리이며, a는 타원궤도의 장축 반경 (semi-major axis)이다. 원궤도의 경우는 당연히 a=r이다.


 


위 식을 이용해서 고도 700km의 원궤도에 대한 궤도요구속도를 구해보자. 공식의 r 값에 고도에다 지구반지름을 더한 값을 넣어주면 된다.


 


  


 


이 정도면 꽤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비행 중에 발생하는 이런저런 속도손실이나 이득까지 고려해주면 발사체 요구속도가 정해질 것이고, 이로부터 앞에서 말한 여러 다른 조건들을 고려해서 발사체 단 수도 결정하고 각 단에 필요한 속도증분도 할당하게 된다. 참고로 발사체가 비행 중에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속도 보너스인 ‘관성속도이득’은 발사장 위치와 발사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구의 자전운동에 의해서 발사장 자체가 갖게 되는 속도에 의해 얻어지는 이득이다 보니 적도에서 동쪽으로 발사할 때 0.465km/s 정도의 가장 큰 보너스를 받게 된다.


 


 


지구는 로켓의 비행에 방해만 되나? 



모처럼 날아오른 발사체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지구이다. 지구에 보이지 않는, 계속 늘어날 수 있는 팔이 있어서 우주비행선을 잡아당기고 있고, 우주선이 지구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점점 팔에 힘이 빠진다고 상상해보자. 지구가 우주선을 더 이상 잡아당기지 못하고 ‘놓아주는’ 위치는 지구 중심으로부터 약 1,000,000km나 떨어진 곳으로, 지구 중심에서 달 중심까지의 거리(384,400km)의 세 배 가까이나 된다. (물론 지구만 우주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주선이 여기까지 날아갔다고 해서 갑자기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미약하나마 이 지점에서도 중력은 존재한다. 다만 이쯤 멀어지면 지구의 영향력이 태양이나 달에 의한 인력 수준으로 줄어들 뿐이다.)



이렇게나 긴 팔을 가진 지구이고 보니, 고작 수백~수천km 상공까지 날아갈 뿐인 발사체는 당연히 지구 중력에 의한 속도손실, 즉 중력손실(gravity loss)을 톡톡히 입게 된다. 중력손실은 목표궤도의 특성이나 발사체의 가속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도 300~600km 정도의 지구저궤도까지 날아간다고 하면 대략 1.2~2.0km/s 정도의 속도손실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면 앞서 계산해보았던 궤도요구속도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위협적인 값이다.



 



나로호 이륙 장면(2009.8) , 거대한 연기 기둥이 발사체가 내는 힘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밖에 중력손실보다는 작지만 대기권 비행 구간에서는 공기저항 때문에 항력손실(drag loss)을, 특히 고도가 낮은 구간에서는 고도에 따른 대기압 변화에 의해 추력이 줄어드는 효과인 배압손실(back pressure loss)을, 그리고 최적의 궤적을 유지하기 위해 로켓의 비행자세를 조종하는 과정에서 로켓의 추진력에 의한 반작용력 방향과 로켓의 진행 방향이 일치하지 않게 되어 생기는 스티어링 손실(steering loss) 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발사체가 지표면을 떠날 때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지구의 중력은 언제나 이 우주 여행자를 힘들게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로켓은 대기권 비행 중에 공기저항에 의해 구조물이 받는 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래야 구조물이 덜 힘드니까) 맞바람의 방향과 로켓의 비행방향이 일치하도록 (즉, 받음각이 0이 되도록) 자세를 바꾸는 ‘중력 턴(gravity turn)’이라는 기동을 꼭 하게 되는데, 이 때 자연스럽게 지구 중력의 도움을 받는다. 중력 턴을 하기 전에 ‘킥 턴(kick turn, pitch over라고도 한다)’이라는 기동에 의해 거의 수직 발사된 로켓의 자세를 비행 방향으로 살짝 기울여놓는 것까지는 로켓이 알아서 해야 하지만, 여기서부터 로켓이 맞바람과 나란한 자세가 될 때까지 로켓 조종은 상당부분 지구 몫인 것이다.



 


 


 




조미옥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 선임연구원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나로호를 포함한 우주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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