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강의 들으며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by 문건민 posted May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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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며 제가 가장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잘 나눈다는 것입니다.
남대문 시장에 아이들 옷사러 갔다가 김밥집에서 만난 옆자리 중년아주머니와,
지하철 역에서 만난 제 또래의 아이 엄마와, 산에 갔다가 만난 할아버지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기 보다는 마음을 열고 주위 사람들과 얘기나누며 살면
웃을일이 많아지고 더 행복해지더군요.

며칠전 저는 저에게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열어준 철학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철학책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얘기 나누고 싶어서 다가가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나 요즘 이런 고민하는데 좀 들어주련? 하고 다가가면 무슨 알아들을 수 없는 딴세상 얘기를 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교양과목으로 다시 만난 철학은 조금 마음을 보여주는가 싶다가도
다시 도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흥! 그럼 나도 내 갈 길 간다. 나도 바쁘거든.
그렇게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백북스 선정도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두꺼운 철학책을 덥석 사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차피 강연일자 전에 저 두꺼운 책을 다 읽고 갈 수도 없다고 , 책꽂이에 꽂아두고만 있었는데
책의 촉감, 냄새,색과 모양이 하도 마음에 들어서(!)-읽기 시작한 이유가 제가 생각해도 참 특이합니다-
 며칠 전부터 관심가는 대로 한 꼭지씩 뽑아 읽어보았습니다.  

와! 재밌다!  
와! 이해가 된다!  

신선하더군요, 철학책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박용태 PD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책 만나게 해 주셔서...

오늘의 강연도 얼마나 제 머리를 그리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는지요.

무엇보다도 에피쿠로스 학파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이 아니다, '용기'다.
페르소나를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보여주고 살겠다는 용기. 

스피노자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의 관계를 알고 나니 스피노자를 안 읽을 수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장자 철학에서 에피쿠로스를 읽을수 있다는 말씀까지.

국가,권력, 자본의 편에 서지 않고 인간의 편에 ,아이들의 편에, 또한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편에
서겠다는 강신주 선생님의 말씀에 감동하고 끄덕거리며 철학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습니다. 

사인을 부탁드리자  "문건민 님에게.  좋은 만남, 행복했습니다." 라고 써주셨지요.
저야말로 철학을 다시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체중이 10kg이나 빠지셨다는 강신주 선생님(보기엔 아직도 건장하시지만^^),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우리 삶을 끌어 안는 철학, 희망의 철학을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