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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법칙











물리나 과학에 전혀 취미가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성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성이란 운동 상태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다. 그러니까 관성이 큰 물체는 운동 상태가 잘 바뀌지 않는다.

 


 












뉴턴은 1687년 <프린키피아>에서 고전역학을 집대성하며 자신의 운동 법칙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첫 번째가 관성의 법칙이다. 관성의 법칙이란 다음을 말한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이 내용은 갈릴레오나 뉴턴의 근대과학 이전 중세를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관에 정면으로 반대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물체가 똑같은 운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끝없이 힘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물체에 힘을 제공하는 기동자가 물체에 직접적으로 접촉해야 운동이 일어난다. 기동자가 없어지거나 물체와의 접촉이 중단되면 물체는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에 의하면 외력이 없는 한 물체는 자신의 원래 운동 상태를 유지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물체의 운동을 하나의 정지 상태에서 다른 정지 상태로의 변화로 이해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물체의 정지상태가 물체의 운동 상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뉴턴이나 혹은 근대 과학의 시대를 열었던 갈릴레오에 의하면 물체가 정지한 상태는 운동하는 상태의 특수한 경우이다. 운동 상태가 바뀌는 것은 물체의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는 경우이다. 즉, 힘은 운동의 상태를 바꾸는 요인이다.









 


 












지금 우리는 뉴턴역학이 옳다고 쉽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론적인 선입견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경험만 떠올리면 언뜻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가 더 그럴 듯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중세를 지배했다. 실제 생활에서는 마찰력 때문에 예컨대 소가 수레를 계속해서 끌지 않으면 수레는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에 수레를 힘껏 밀어 놓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수레는 이내 멈춘다. 수레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체계적으로 반격한 최초의 사람은 갈릴레오였다. 그는 그 유명한 빗면 사고실험을 통해 마찰이 없으면 빗면을 타고 내려 온 구슬은 영원히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갈릴레오에게는 더 이상 운동을 지속시킬 기동자가 필요 없었다.



 


 












정지 상태와 운동 상태가 완전히 똑같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도 중요하다.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빛이라는 파동을 매개하는 물질로서 에테르를 생각했다. 에테르는 우주 전체에 퍼져 있어서 에테르가 정지한 좌표계를 우주 전체에 대한 절대 좌표계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87년 마이컬슨과 몰리가 에테르에 대한 지구의 상대적인 운동을 실험적으로 관측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 실험은 매우 높은 정밀도로 진행된 실험이었다. 많은 과학자들은 에테르의 존재를 여전히 상정하고 이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에테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한 (마이컬슨-몰리 실험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대표 주자였다. 에테르가 없으면 우주 전체에 걸쳐 절대 좌표계를 설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운동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돌멩이가 정지해 있다는 식의 말은 이제 아무런 물리적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에 대해 정지해 있다는 말인가? 결국 정지 상태와 운동 상태는 관측자의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달라질 뿐 역학적으로는 똑같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법칙 이상으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습관이나 버릇을 쉬 바꾸지 못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흔히 관성적이라고도 표현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게 인간사의 상식이다. 드라마를 만들 때도 시청자들의 관성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실제로 방송 관계자들에 의하면 시청자들은 보던 드라마를 계속 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사(스포츠서울 2008/06/05)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때문에 드라마를 만들 때 초반에 많은 물량을 투입하곤 한다. 처음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 둬야 그 관성으로 일정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신>, <연개소문>, <주몽>, <불멸의 이순신>, <태왕사신기>, 그리고 <선덕여왕> 등 대작이라고 부를 만한 드라마들은 대부분 처음 4회 이내에 해외 로케이션 장면을 넣거나 대규모 전투씬 혹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배치해 초반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시청률이 약 20%를 넘어서면 방송사는 으레 방송연장을 준비한다. 보던 관성이 있으니까 몇 회 더 늘려도 시청자들은 계속 본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성립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외부에서 힘이 작용할 때 관성은 깨진다. 관성을 바꾸고 싶으면 밖에서 어떻게든 힘이 작용해야 한다.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이지만 연초마다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연초’라는 외부의 힘으로 자신의 관성을 바꾸려는 시도이다.



흔히 담배를 끊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널리 알리라고 한다. 이런 행위는 스스로가 원래의 관성을 타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나의 계기를 만드는 행위이다. 이는 스스로 외부로부터 힘을 빌리는 것과도 같다. 외부의 힘이 없이 자기 혼자서 관성을 바꾸기란 무척 어렵다. 이처럼 개인이든 조직이든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어려우면 외부의 힘을 적절하게 빌려 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내가 보던 드라마를 바꾸는 것도 그냥 쉽게 바뀌지 않는다. 타 방송사에서 훨씬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의 채널은 고정된다. 시청률이 부진한 드라마는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고 스토리를 비틀더라도 시청률을 만회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기종영의 운명을 맞이하기가 일쑤다. 같은 힘을 들여 새로운 관성을 만들 때 잘못된 길로 가는 관성을 뒤집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은, 대체로 여든까지 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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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미 2009.08.21 17:14
    간단명료한 글 속에
    책한권씩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쉽게 읽히지만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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