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28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비의 색깔은?











양금택목(良禽擇木), 똑똑한 새는 좋은 나무를 고른다고 한다. 꽃이 고와야 나비도 벌도 모여들듯이 사람도 마음씨가 곱고 예뻐야 친구들이 따르는 법. 어김없이 싱그러운 봄은 온다. 이른 봄에 흰나비 보면 엄마 죽는다하여 흰나비를 보고서도 ‘아니야, 아니야, 노랑나비 봤어’하고 체머리를 흔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사실 벌과 나비가 없는 세상은 끔찍하고 두렵다. 벌은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여기선 나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헌데, 서양인들은 나비를 ‘butterfly’라 하여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곤충’으로, 또 ‘다리 달린 나뭇잎’이라 불렀으니 풀숲에 앉으면 주위와 구별되지 않는 의태(mimicry)를 그 특징으로 삼았다.


 


 












보라, 나비들이 무리 지어 하늘하늘 하늘을, 아슬아슬 떨어질 듯 내리다가는 퍼뜩 솟아오르기를 잇달아 하면서 나풀나풀 나부끼듯 날아간다. 헌데 나비들이 팔랑팔랑 다 제 길을 따라다니니 그것을 나비길, 접도(蝶道)라 한다. 나비가 날아가는 속도는 종류나 기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암붉은점녹색부전나비(Chrysozephyrus smaragdinus)는 1초에 20번 날개를 흔들어 초속 0.9m(0.9m/sec) 빠르기로 날며, 곧은길로 나르는 속도가 빙그르르 돌아가는 것에 비해 4배 빠르다고 한다. 나비에 따라서는 날개를 1초에 5번에서 100까지 흔든다. 사족이지만, ‘암붉은점녹색부전나비’를 ‘암 붉은 점 녹색 부전 나비’로 띄어 쓰면 안 되는가? 안 된다, 우리말이름은 아무리 길어도 붙여 쓰기로 약속했기에 기꺼이 지켜야 한다. 그런데 나비를 잡아보면 가루가 손에 그득 묻는다. 비늘가루(鱗粉)는 지붕기왓장을 포개놓은 듯 잔뜩 겉에 깔려있으며, 비늘 축받이(socket of scale)에 끼어 있어 잘 빠지지 않는다. 물고기 비늘이 살갗을 보호하듯이 나비의 비늘도 몸통과 날개를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요 비에도 젖지 않게 한다.


 


 














곤충과 사람이 같을 수 없다. 우리들은 오직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지만 곤충은 가시광선 이외의 영역도 본다. 꽃을 가시광선과 자외선을 써서 비교 촬영한 ‘자외선사진’을 참조할 것이다. 그리고 나비의 날개는 윗면과 아랫면의 색깔이 다르니, 윗면의 색은 같은 친구와 짝을 알아보는 신호로 사용하고, 날개 아래 색은 주위와 어울리는 보호색이라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나뭇잎나비 무리들이 날개를 펼쳤을 때는 화려한 빛깔을 내지만 날개를 접어 곧추세우면 마치 나뭇잎처럼 보이니 이를 위장(camouflage)이라 한다.



헌데, 옛날 사람들이 무척 화려하고 현란한 색과 무늬를 뽐내는 나비에서 물감을 뽑아 써보려고 애를 썼다. 성공하였을까? 자, 그럼 붉은 꽃잎 하나를 따서 손으로 꽉 눌러 으깨보고, 또 노랑나비의 날개를 문질러 보라. 꽃잎에서는 붉은 색소가 묻어나지만 나비날개에서는 무색의 가루만 묻어날 것이다. 아뿔싸, 눈부신 샛노란 비늘, 새파란 비늘 할 것 없이 모두 무색이더라!? 도대체 영롱한 색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붉은 꽃잎에는 빨간빛만 반사하고 다른 것은 모두 흡수해 버리는 색소(色素)가 있지만 나비의 날개에는 색소 없이도 빛을 내는 구조색(structural color)이 있다. 아주 작은 나노미터(nanometer, 10억분의 1m) 크기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나비날개를 확대해보면 거기에는 층층이 쌓인 나노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은 햇빛 중에서 특수한 빛만 반사하고 다른 색의 빛은 모두 흡수하는데, 이런 나노구조물을 광결정(photonic crystal)이라 하고 이런 기하학적 형태를 광구조(photonic structure)라고 한다. 색소가 내는 색깔은 색소와 햇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색소의 크기나 모양에 관계가 없지만, 광결정의 경우에는 그 배열이 변하면서 내는 색이 달라진다. 색소에 의한 색깔은 모든 각도에서 봐도 같지만 광결정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약간씩 다른 색으로 보인다.


 











나노구조(nanostructure)가 형형색색 요술을 부린다니 참으로 놀랍다. 다시 말하지만 나비의 비늘을 문질렀을 때 그만 무색이 되는 것은 나노구조가 파괴되어 본래의 색이 사라진 탓이다. 아리따운 꽃잎이 ‘생화학’적인 색소를 품고 있다면 펄렁이는 나비날개는 ‘물리학’을 싣고 다닌다! 이런 특징을 가진 것에는 나비뿐만 아니라 조개껍데기(안쪽 진주층)나 공작의 깃털, 오팔과 같은 보석들이 있다. 어쨌건 나비들은 비늘에서 반사하는 자외선으로 동족을 알아내고 짝꿍을 찾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비는 비늘로 말한다. 아울러 너나 할 것 없이 어떡하던 배우자를 꼬드기려고 애를 쓰는데, 늙다리 나비 수놈의 비늘은 낡아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버려 자외선반사가 흐릿하기에 암놈들이 본체만체 하지만 젊은 수컷들의 튼튼하고 싱싱한 비늘은 번들번들 빛나기에 암컷들이 앞 다퉈 몰려든다.


 


 














암수나비 한 쌍이 만나면 다른 나비가 없는 곳으로 피해가면서 둘만의 사랑을 즐긴다. 살랑살랑 공중을 날면서 스치듯 만났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 맞닿기를 잇따라가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흔히 그 하늘거림을 보고 나비의 밀월여행이라 하여서 짝짓기 한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은 수컷나비가 암컷을 애무하느라 그런다. 수놈의 항문 부근에 있는 연필 지우개 모양의 돌기를 암놈의 더듬이에 슬쩍슬쩍 문질러 사랑의 향수(성페로몬)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애정행각을 한 시간이 넘게 이어가다가 이윽고 이때다 싶으면 암놈이 언덕배기 안전한 자리에 내려앉고, 드디어 머뭇거림 없이 기다리던 교미를 한다. 근데 나비가 어리둥절하게 사람의 얼을 빼놓다. 여느 생물이 다 그러하듯이 나비 역시 상대를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한다. 서로가 튼튼한 형질, 좋은 유전인자를 가진 짝을 고르려 한다는 말이다.







 










그런 나비 중에서 애호랑나비, 붉은점모시나비, 모시나비들은 아주 특이하게도 수놈이 짝짓기를 하면서 암놈의 몸 속에 정자(精子) 말고도 아주 커다란 영양분덩어리를 슬그머니 삽입한다. 놀랍게도 이 물질에 성욕억제제가 들어있어 암놈나비로 하여금 다시는 더 짝짓기를 하고 싶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그 영양덩어리가 처음에는 반투명하지만 조금 뒤에 회백색으로, 하루가 지나면 갈색에 가까워지면서 딱딱하게 굳어져 자궁(子宮)의 입구를 막아버린다. 이것을 수태낭(受胎囊)이라 부르는데 일종의 정조대인 셈이다. 얼마나 이기적인 수놈의 생식 행태인가. 이런 고얀 놈, 제 씨(유전인자)만 퍼드리겠다는 수놈나비의 심보에 아연 혀가 내둘린다.


 


 












물결나비들의 날개 끝에 있는 ‘눈알무늬’는 왜 있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먹히게 됐을 때 천적으로 하여금 그 곳을 쪼아 먹으라는 꾐이다. 동물들이 벌레를 발견하면 제일 먼저 머리(눈)를 공격한다. 가짜 눈이 공격을 당하여 날개 일부가 다치더라도 살아남을 수가 있으며, 동시에 내가 너를 쳐다보고 있다는 위협과 경고가 되기도 한다. 물고기들도 지느러미에 그런 눈 무늬들을 그려놓는다. 배추흰나비의 자란벌레(성충)와 새끼애벌레(유충)가 먹는 먹이가 다르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어미는 꽃의 꿀을 빨아먹고 살지만 애벌레는 뭘 먹는가. 무, 배춧잎을 먹고 자라지 않는가. 그리하여 어미와 자식 간에 삶터와 먹이다툼을 슬기롭게 피해가는 것이다. 이 얼마나 오묘한 자연현상인가. 이렇게 한 생물이 사뭇 다른 두 가지 모양이나 삶의 꼴을 가지는 것을 이형성(二形性,dimorphism)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다 잘 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tornado)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 말이다. 모름지기 대수롭지 않고 사소한 것이라고 가벼이, 얕보지 말 것이다.. 처음엔 아주 소소하고 미미했던 것이 나중에 가서는 퍽 큰 차이를 불러오는 법이다. 어쨌거나 나비의 세계 또한 녹록하지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 ?
    이병록 2009.04.09 18:07
    나비효과가 몇 천년전 붇다가 설파한 연기론과 차이가 무었일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04 백북스 서버 메모리 업그레이드 1 김홍섭 2009.04.21 1642
2903 현장스케치 경주 3 최해란 2009.04.21 4351
2902 경북 백북스 창립식을 다녀와서... 3 김영이 2009.04.19 1836
2901 감각기관에 입력된 정보로는 불충분한 세상이다 '자연과학독서의 필요성' 하경애 2009.04.19 1837
2900 이소연회원 결혼식 다같이 축하해주어요^^4월18일13시 9 김홍섭 2009.04.16 2133
2899 로그인 안되시는 분들 저에게 연락 주세요 김홍섭 2009.04.16 1688
2898 이어진 회원 소식 4 이병록 2009.04.16 1952
2897 자연과학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지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10 문경수 2009.04.16 2752
2896 홈페이지 기획 소회 26 이정원 2009.04.15 2165
2895 문학예술 인간의 뇌 속을 상징화시킨 판타지 <잠꾸니 루미> file 박철완 2009.04.14 2556
2894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1 김진영 2009.04.13 2138
2893 가입인사 가입인사^^ 2 강순혜 2009.04.13 2179
2892 백북스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됩니다~ 9 김영이 2009.04.11 2006
2891 가입인사 드립니다. 1 김광희 2009.04.09 1618
2890 가입인사 가입 인사 드립니다(^^)(__) 2 이현숙 2009.04.09 2050
» [생물]나비 날개의 나노 구조..네이버기사 1 서지미 2009.04.09 2282
2888 [인체기행]뇌를 알고 가르치자..네이버기사 서지미 2009.04.09 1766
2887 [물리]아인슈타인, 특수상대성이론..곽영직교수님 서지미 2009.04.09 1997
2886 남포미술관에서 온 편지 1 현영석 2009.04.09 1929
2885 수학 추천도서 4 이종필 2009.04.09 27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