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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7 12:32

본성을 직시한다는 것

조회 수 1684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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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36219120070406094142&skinNum=1
 저는 이렇게 휘갈기는 걸 즐기는 편이라 이게 딱히 좋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_ _) 하지만 딱히 대단한 동기가 있거나 한 건 아니니까 '저런 놈도 있구나..'하고 봐주시면 좋겠슴다..

 


 윤보미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느낀건데 역시 진화심리학과 인본주의적인 시각이 대립하는 게 '정서상'으로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도킨스같이 확신에 찬 사람들의 주장에 많이 설득받았지만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서는 무언가에 기대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나약한 나'가 존재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는 것이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님 얘기처럼 희망은 가지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지 않지요. 『친밀함』이라는 책에서 말하길 남과 친밀해지기 위해서 가장 처음 밟아야 할 단계 중 하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라고 하더군요.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까지도 과대평가, 과소평가 하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거지요.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 God delusion을 출판하고 BBC에서 뉴스 시간에 저자와의 인터뷰할 때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저는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기억력이 안좋아서 제 머리속에서 맘대로 재구성된 대사입니다) [인터뷰 동영상은 아래에..]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라서 뭔가를 믿고 싶어한다. 그런 믿음을 버리면 매우 힘들게 될테지만, 우린 좀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다소 과격하지만 "누군가가 착한 일을 했을 때,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착한 일을 했다고 믿는 것보다는 그냥 착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자주적이지 않느냐"라는 말도 있었던 것 같구요.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진화되어 왔고, 그런 행동들이 뇌 속에 ROM형태로 기록되어있다고 할지라도, 사실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설명들이 우리가 남을 돕는 행위를 뭐라고 설명한들, 우리가 느끼는 뿌듯함은 그것대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번식이면 어떻고 짝짓기면 어때요. 우리는 아기들을 귀여워하고 그들이 자라나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유전자풀을 공유한다는 설명과는 별개로요.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고, 우리 존재의 기원을 찾는데 과학은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들이 우리가 느끼는 것에 별로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

 


 어딘가에서 읽은 말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뇌의 형성과정과 작동 기작을 모두 다 알게 되었다고 해도, '사랑'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How it works. 작동 방식을 알게 되고, 어떻게 그런 것들이 나왔는지를 알게 된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양식에 대한 '냉소주의'로 이어지진 않을거라는 거지요. ^^

 


 집단의 유지를 위해서 이타적인 행동도 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해서 이타적인 행동이 폄하되지 않으며, 개인의 유지와 욕구가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고 해서 범죄가 용인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진화심리학이 주장하는 바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딱히 그럴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그러잖습니까. "사랑이라는거 알고보면 다 호르몬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고 아무것도 아닌거야. 그런거 믿지마." 우린 그게 말도 안되는 얘기란 걸 알지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미 우리 뇌의 일부에 존재하는거고 (이런 설명 참 싫습니다. 얼마나 무미건조해요? -_-) 우린 그걸 설명하는 것 뿐이니까요. 설명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좌지우지 하진 않지요.

 


 진화심리학에서는 제도나 도덕 또한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쓸데없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별로 언급을 안하는 거 같기도 한데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설명해야 될 필요도 있습니다 -_-) 본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나키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면..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버리는 게 속이 편할지도요.

 


 모든 학문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에서 나왔던 얘기처럼 모르던 것을 알게 됨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미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도 과학이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과학에서 제공하는 설명이 그저 '설명'에 그치고 그 뒤에 따라올 '추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린다면 어떤 의미에선 좀 '무책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아 저는 과학을 너무 사랑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서 과학이 오해받는 것이 정말 싫어요.

 


 뭐 어떻습니까. 천국과 지옥이 없어도, 부처님이 좋은 말씀하신 걸 못들었더라도, 열심히 살 수 있고 다른 사람들,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이 좁은 지구에서 아웅다웅 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저는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고 신나고 하루하루가 기대에 부푼 인생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낙관론으로 장밋빛으로 바라볼만한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기왕이면 전망은 좋은게 좋은거죠.)

 




@ 아.... 참 길다. "참 잘 썼다. 근데 횽이 읽진 않았다" 같은 리플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저는 관대해요. -ㅁ-

  • ?
    이정원 2008.12.07 12:32
    아 이런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BBC 인터뷰어가 리처드 도킨스에 묻는 질문에 대해서 저도 나름대로 답해보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사람들이 과학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 ?
    최종희 2008.12.07 12:32
    리처드 도킨스, 참으로 탁월한 분이시군요.
    "신"이라는 공해를 시원하게 날려보내 주시는 분!
    좋은 게시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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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12.07 12:32
    이런 논의에서 공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 ?
    윤보미 2008.12.07 12:32
    '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이의 "신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듯,
    '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어제 강연 중 "신념"은 지각체계, 기억체계, 추론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의 지각, 기억, 추론은 모두 불완전 한 것임을 박사님께서 강조하셨었어요.

    "있다"고 말할 때에도, "없다"고 말할 때에도 .
    다른 가능성도 있음을 견지해야 하겠습니다. ^-^;

    (리처드 도킨슨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거, 여기에서 정말 멋진 분인듯.ㅋ ^-^; )
  • ?
    윤보미 2008.12.07 12:32
    장종훈씨. 저 이번에 발표하면서 정말.. 인간이 달라보이게 된다는 disater를 맞딱뜨려서 괴로웠는데,
    (매일 어떤 마음이 들쑥날쑥 거렸었는지.. 짐작 되시죠?; ㅠㅠ 힝. )
    이 글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추스려졌어요. 개인적으로 이 글. 감사드려요~
  • ?
    최종희 2008.12.07 12:32
    (위에, 이정원님 멘트를 보며,)
    저에게 "신"은 공해 맞습니다.

    도깨비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 산타클로스 이야기 등속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해도, 사람들이 그것의 유무를 따지거나 공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란 것을 이미 피차 알고 하니까요....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하는 "신"이야기는 다릅니다.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뿐만아니라,
    믿으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틈만 보이면 귀찮게까지 하거든요.

    그러니, 무신론자입장에 있는 저에게는 당연히
    공해 맞습니다.

    님을 언짢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 ?
    최종희 2008.12.07 12:32
    윤보미님 멘트를 보며,

    있다고 먼저 주장하는 쪽이 없다면, 없다는 말도 나올 필요가 없었겠죠.
    그러니, '없다'는 주장이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있든 없든 관심도 없었고,
    있다는 쪽에서 증명해 보이기만 하면 자동해결 될 문제이니까요...

    ^^
  • ?
    전이삭 2008.12.07 12:32
    진화심리학에 대한 내용

    '우리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해 하던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는 그 기원을 따지자면
    나의 유전자를 가능한 많이 퍼뜨리려는 매커니즘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공부하고 발표하면서
    슬프고, 당황스럽고, 불편하게 느꼈다고 윤보미님이 몇번이고 말씀하셨었죠.

    저는 그런 소박하고 인간적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진리를 탐구해 나갈때 반드시 가져야 되는 태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 백북스 회원분들은 공부를 하면서 '신'이라는 단어를 대하게 될 때,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는 진화심리학이 '사랑'이라는 '허깨비'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_^
  • ?
    이상수 2008.12.07 12:3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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