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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00:19

요즘 저의 관심사는...

조회 수 1389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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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일모레 가동을 시작하는 LHC가 관심사일 수밖에 없지만요...

그것 말고 최근 2~3년 동안 고민해 온 것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를 과학적으로 다시 재구성하는 것인데요.

과학적 사고 및 과학적 방법론의 사회적 확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이 여러 층위로 나뉘어져 있을 것이고 그 원인과 처방 또한 다양한 수준에서 제기되어야 하겠지만, 저는 우리 사회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계몽의 시대를 관통하지 못한 업보를 크게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과학적 사고와 관련이 깊다고 보는데요.

 

보통 과학이라고 하면 실험실이나 책 속에 있는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 국가나 사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것이 잘 짜여진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원리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구성원들의 언어생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요즘 많이 해 봅니다. 과학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언어생활을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방법론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와 큰 목소리가 항상 이기게 되어 있지요.

 

19세기 말 원자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학자들은 더 이상 인간의 일상언어가 원자세계와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그 결정체가 양자역학으로 구축되었죠. 비엔나 학파로 불리는 철학자들이 언어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서양에서는 과학이 실험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일반적인 사회 생활과 언어생활에까지 깊이 천착한 것 같습니다.

 

다시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국가 전체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거의 없습니다.

한 나라가 나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가 국방과 외교인데요.

언뜻 이 둘은 과학과는 무관해 보입니다만, 제 생각엔 바로 여기서부터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두 가지 층위로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직접 갖다 쓰는 층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보다 높은 추상수준, 즉 메타적 수준에서 국방과 외교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IT기술을 접목해서 전쟁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주변 각국의 이해관계를 정량화하여 우리에게 최적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로를 모색하는 게임이론은 후자에 해당하겠죠.

 

외교와 국방 이외에도 이런 재구성이 필요한 구석은 많다고 봅니다.

특히 제가 관심있는 부분이 컨텐츠 문화산업인데요.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저도 여기 고등과학원에서 다른 두 명과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의 <갈등의 전략>을 거의 강독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진도가 참 안 나가네요. -.-

저희들은 직업이 과학자라 아무래도 과학 이외의 사회부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편입니다. 곧 시작되는 문지문화원 가을 강좌도 이런 고민을 담아 보려는데 아직 실험단계라 결과가 어떨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요즘 대학에서 교양강좌나 통섭강좌를 많이 열고 있는데요. 이 방면으로 관심있는 몇몇 교수님들과도 지금의 이런 문제의식들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대학 교양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구축하고 아예 새로운 학과가 하나 생겨난다면 더 좋겠죠.(개인적으로는 사이언스 컨설팅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민과 백북스의 활동이 서로서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몇자 적었습니다. 두서없이 적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다음에 또 생각나는 대로 몇 자 더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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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8.09.10 00:19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과학분야의 독서열기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이익에 공헌할 수 있는 동력으로 승화시키자는 제안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우리 100books club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 도와드려야 하겠지요. 같이 고민해 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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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8.09.10 00:19
    반가운 말씀입니다.지면으로라도 종종 뵙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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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2008.09.10 00:19
    폰 노이만은 오랫동안 미국 정부에 국방 관련 자문의 도움을 주었죠. 그가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 훈장을 받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공산주의에 대해 적개심을 가졌던 것과는 별개로, 그가 국방의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충분히 과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 비슷한 이유로 그는 경제학을 "충분히 과학적으로" 만들기 위해 게임이론을 창안하게 되죠. 무엇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며 왜 그것이 그렇게 "충분히 성공적"인가, 현재의 과학적 패러다임이 앞으로도 계속 성공적일 수 있는가, 이런 문제는 얼치기 인문학도 출신인 저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계발적이고 계몽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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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8.09.10 00:19
    이쯤해서 우리 나라에서도 꼭 나타나야 하는 아름 다운 도전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혼돈 속에서 보쌈되어 고난과 고틍을 당하는 애석함을 종식시키는 첫 그리고 큰 발자국이 될 것입니다. 공학에서 경영학 전략경영으로 전향한 입장에서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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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8.09.10 00:19
    사이언스 컨설팅!! 반갑네요. ^^ 사회가 좀 상식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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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9.10 00:19
    과학적 국방 전략의 필요성..... 100%200% 공감입니다.
    사무실에서 늘 탁상공론으로만 말하곤 했더랬는데...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었을까???@@ !!! )
    역쉬이~ 모이니까 좋은 생각들이 팍팍 나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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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태 2008.09.10 00:19
    삶의 본질은 죽이는 것과 먹는데 있다. 삶은 죽여서 먹음으로서 남을 죽이고,자신을 달처럼 거듭나게 함으로써 살아지는 것이다. ---- 조셉켐벨 (신화학자)

    아무리 생각해도 생물학적으로 우리사는 사회는 동물의 왕국 같습니다. 욕망과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가능할까요? 강한 것이 옭은 것을 지배하는 사회 아닙니까? 중세시대에는 종교적 권위로 과학의 진실을 억눌렀으며 종교적 도그마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되었죠.
    요즘도 크게 바뀐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용과 합리성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광기의 흐름과 폭력성앞에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 본질과 참과 거짓을 규명하는 것은 공부 할때나 필요한 것인가요?

    인간은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기 쉬운것 같습니다. 자기가 맏고 싶은 현실만 믿는것이 인간의 마음인것 같습니다. 소위 바보의 벽에 갇힌거죠.
    그래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열린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어럽네요.
    요즘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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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09.10 00:19
    이종필 박사님, 친하게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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