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경주의 오대한의원 김세환입니다. 회원님들이 1박2일로 경주로 순방오신다기에 경주에 제 친구와 남매가 살고있는 황룡골의 풍경을 시로 만들어 놓은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황룡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by 김세환 posted Apr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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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도곡 정점교선생님, 동양학자인 소천 박영호선생님, 경주동국대 동양화교수 허만욱선생님, 서예가 솔뫼 정현식님, 바둑과 다도를 하는 황룡골지킴이 강종훈 강승리남매, 그리고 저 한의사 김세환과 다수의 업저브로 구성된 황룡회 모임입니다. 박문호박사님도 거의 황룡회 회원이십니다. 100북스클럽의 회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얼마전 대전의 수유너머팀들과 했던 조인트 회합때에 황룡회도 참석했더랍니다. 참 뜻깊고 좋은자리 였습니다.

 

하야우(夏夜雨)

 

황룡골 여름밤에

보슬비  내리는데

침묵과 함께 마신

찻잔수 헤아릴수 없네.

제철만난 시냇물

군가를 부르는 병사들처럼

시끄럽게 흐르고

야밤의 휘파람새 소리

빗물에 눌려 가냘프다.

어둠속에서도 창밖으로

보일건 다 보이네.

가까운 어둠은 나무들이고

먼 어둠은 산이다.

처마끝엔 낙숫물이 떨어지고

가로등엔 빗줄기가

화면 낡는영화처럼 흐릿하고

저 빗속에서도

나방과 곤충들은 제각기 바쁘다.

이 작은 다실에서

욕망과 쾌락은 애석하게도

앉을 방석이 모자란다

 

 

황룡골의 일몰

 

시간이 몰려다니는 빗줄기처럼

우두둑거리며 가고 있다.

아까 낮에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식사와 차를 마셨는데

벌써 황룡골 계곡엔

평화의 일몰이 스미고 있다.

산밭은 진하게 생기있고

떠들던 새들도 둥지로 돌아갔는지 조용하다

낮바람에 시원하게 춤추던 산나무들도

미동도 않고 묵상에 빠졌고

감나무조차 삼매에 들었다.

그렇게 웃으며 천진하던 산꽃들도 눈을 감고 있다.

우주의 호흡이

날숨에서 들숨으로 바뀌고 있나보다.

촛불을 켜고 벽에 기대 앉아

허슬픈 욕망의 잔재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일몰의 시간은 그런 맛이다.

 

 

 

黃山楓葉飛

獨坐見窓外

不知濁世事

只忌世人苦

황룡골 깊은산에 단풍은 날리는데

홀로앉아 차마시며 한가로이 창밖을보네

이리저리 시끄러운 세상살이에 내이미 마음접은지 오래지만

그래도 다소나마 걸리는것은 세상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마음에 걸리네

*어느가을 일요일 아침에 황룡골 친구집에 갔더니 친구가 홀로 차를 마시며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기에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