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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연습8] 사람을 대출하는 도서관

by 문경목 posted Apr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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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9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 이랍니다.

정식 명칭으로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라고 하구요

4월 23일은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제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랍니다.

여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쓴 글은 책의 날과 연관이 없지만 책의 날, 도서관과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 조금 특이한 내용이 있어 옮겨 올리고 몇 글자 적어 봅니다.



 

대화 나눌 ‘인간 책’ 대출해드립니다


英서 ‘사람 도서관’ 문열어


 


지난 주말 영국 런던 핀츨리가(街)에 있는 한 호텔에 특별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책 대신 사람을 ‘대출’해주는 영국 최초의 '사람 도서관(Living Library)'. 이날 ‘사람 도서관’에는 경찰관과 남자 보모, 완전 채식주의자(Vegan), 이슬람 신자 등 다양한 경력 및 성향의 인물 15명이 ‘인간 책’으로 나섰고, 47명의 평범한 시민이 이들을 대출해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와 공존을 체험하는 ‘마법 같은 30분’을 보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인간 도서관에는 직업이나 성향에 대한 편견이 함께 적혀 있는 독특한 대출도서 목록이 있다. 남자 보모는 ‘상냥한 척 아동 학대’, 경찰관은 ‘부패’, 공무원은 ‘고지식함’, 이민자는 ‘복지 재정을 축냄’ 등으로 적혀 있다. 대화를 통해 이런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 이 도서관의 목표 중 하나다.


 


이름 옆에 ‘옷차림 화려함. 성병 있음’ 이라고 쓰인 남성 동성애자 데이비드 베이커(Baker)도 이날 ‘인간 책’ 중 한 권이었다. 그를 대출한 사람은 곧 성공회 신부가 될 ‘성직 서품 후보자’. 한바탕 설교를 들을 걸로 생각하고 잔뜩 긴장한 베이커에게 이 예비 신부님은 질문 보따리를 풀어놨다. “동성애 부부도 아이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교회가 어떻게 하면 동성애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사람 도서관은 지난 2000년 덴마크의 한 음악축제에서 시작된 뒤 노르웨이와 헝가리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우리는 가끔 일상 대화중에 ‘시간 좀 잠깐 빌릴까요?’ 하고 얘기를 하곤 한다. 그 말뜻은 보통 ‘시간 좀 내주세요.’ 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래서 어떤 물건처럼 사람 자체를 빌리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나도 종종 ‘시간 좀 빌리자’ 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 말을 쓸 때는 분명 그 사람과의 어떤 연관성이 생긴다. 짧은 얘기를 원할 수도 있고 함께 어디를 가자고 할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건 길고짧게, 또는 깊고얕게 여러 관계가 생긴다.


 


글을 읽고 나는 단순히 사람을 대출 한다는 특이한 현상만을 보는 데에서 나아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모여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 어려움을 안고 산다면 흔히 말하는 외로움에 사로잡힐 것이고 또 이러한 ‘인간 책’을 대출하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이런 외로운 현상이 생기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


 


2008년 4월 23일 문경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