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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후기겸 배움에 대한 단상

by 이나라 posted Apr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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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았다.

퇴근 후 동학사를 넘는 길은 꽃비가 내렸고 새로 돋기 시작한 잎들은 너무 깨끗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예술의 전당 앞 대신 한밭 수목원에 차를 대고 한 바퀴 수목원을 돌았다. 아... 매번 오는 봄이지만 봄의 찬란함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비단 봄에 대한 설레임만은 아니다.

그 날 저녁 백북스 회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연주회에 가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간들 내내 나의 가슴은 마치 찬란한 봄을 맞이할 때와 같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왜일까..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석희언니와 정원씨가 했던 말..

'배움'에 대한 이야기. 무언가를 아는 것에서 느끼는 그 '재미'


 

그게 무엇일까...


 

현대 생물학의 권위자들은 인간에게 배움은 본능과도 같은것이라고 말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인간의 DNA에는 배우고자 하는 본능이 프로그램 되어있다는 것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명체는 어미의 뱃속에서 부터 이미 학습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있고 인간에게 배움은 즐겁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배우는 것에 인색하다.

쉽게 흥미를 잃고 심지어 두려움을 느낀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공부라는 것은 타율의 대상이며 두려움 내지는 귀찮음의 대상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본 백북스의 사람들은 공부하며 즐거워했다. 아직 많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지만 백북스의 모든 흔적에서 엿볼 수 있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친친에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웠다.

베토벤의 음악, 나아가 베토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원님은 즐거워보였다.

예술에 대하여 예술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석희언니의 눈은 정말 빛이 났다. 

두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보미는 (그녀자신의 표현대로) 마치 다섯살짜리 꼬마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집에 와 지난번 선정도서였던 현대음악사도 뒤적이고 권해준 음악을 듣는 동안 나도 행복했다.


 

어쩌면 우리는 배움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고 배움의 방식에 저항하는 것이 아닐까?

백북스는 그런 면에서 내게 설레임을 안겨준다.

새로운 배움의 방식.

공부하며 즐거워하는 곳.



이 봄, 나에게는 새로운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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