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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와 베트남, 배낭여행을 떠나며....

by 이명희 posted Feb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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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지를 결정하면 우선 가는 곳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몇 권 사게 된다. 필요에 의해서 읽는 독서이니 주로 여행안내 참고서를 고르게 되는 게 보통이다. 배낭여행에서는 그곳의 정보를 환하게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주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최신판이나 그밖에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행 안내책자를 고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내 책자보다는 주로 감상을 적은 여행기를 골랐다. 이번 여행지 라오스와 베트남은 주변 동남아 지역을 여러 번 다녀왔고, 미얀마나 태국의 여행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보다는 감상문을 택한 것이다. 오소희의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와 최수진의 “베트남 그림여행” 두 권의 책을 사서 읽었다.



  라오스를 여행한 오소희는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며 책을 써서 이 책이 두 번째 책을 낸 것이고, 베트남을 여행한 최수진도 스스로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전문적으로 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대개는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야 전문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책을 쓰거나 다른 목적이 있어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호기심 많아서 이곳저곳 자주 돌아다니게 된 것 뿐이고, 약간의 방랑벽이 있다면 있는 그런 정도의 사람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매번 여행하며 느낀 점들이 이들의 것과 닮은 점이 많았다. 세대차이까지는 아니래도 30대의 그들과 공유하는 점이 많은 것을 보면, 대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여행이 점차 횟수가 늘다보니, 서서히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경험들과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더 많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잠깐이긴 해도 그들이 타는 버스를 타고, 그들이 먹는 음식점에 들어가고, 그들이 사는 주택가를 걸어보는 것, 그런 것들이 어느 특별한 관광 명소를 보는 것보다 더 큰 여행의 즐거움을 주었다. 여행하면서 이른 새벽 산보하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낮선 시골 동네의 개짓는 소리나, 안개 낀 도시의 새벽 거리에서 조깅하며 손짓해주는 이방인의 인사가 좋다. 동남아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른 아침에 탁발하는 스님들의 행렬은 나를 전율하게 할 정도로 인상 깊은 모습들이다. 또 등굣길의 아이들 재잘거림이나, 새벽시장의 분주함은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항상 새롭고 가슴 뛰는 광경이기도 하다.




  오소희의 책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를 보고 느낌 점은 세상은 바라보기에 따라서 많이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들의 궁핍보다는 낙천적인 성격이 좋게 보이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긴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는 작가를 보면서 내가 인도나 미얀마에서 느낀 그런 감정들이 다시 상기되어 라오스를 읽으며, 나는 잠시 인도와 미얀마의 새벽 거리로 걷고 있기도 했다. 작가의 시각(視角)에 많은 공감이 느껴져 그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또 최수진의 책 ‘베트남 그림여행’은 작가가 가볍게 지나치는 일상을 스케치를 곁들여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글이다. 그의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겪는 그 사소함도 좋은 글쓰기의 소재가 됨을 느꼈다. 여행도 하루하루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매일 매일이 새롭고, 변화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란 생각에 공감이 갔다. 그녀의 말 “여행이 애틋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아쉬운 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탁자의 색깔과 배열에 신경이 써지고, 어제까지만 해도 관심 없던 길이 오늘은 또 새롭고 상쾌해 보인다."고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도 며칠 후면 라오스와 베트남으로 떠난다. 2월 29일에 출발하여 다음달 3월 30일에 돌아오는 한달 일정의 여행이다. 어렵게 막내 여동생이 시간을 내어 어머님을 모신다고 해서 생긴 기회이다. 라오스와 베트남을 보름씩 돌아보기로 했다. 마눌은 옷가지를 싸며 배낭을 정리하고, 나는 예약과 루트를 정리하고 있다. 어제는 이태원의 라오스 대사관에서 비자(VISA)를 받아왔고, 카메라와 MP3자료, 배터리와 저장장치 등을 점검했다. 배낭여행은 준비부터 여행 일정에 넣어야 한다. 저렴하게 가는 대신 그만큼 준비도 따르기 마련이다. 항공료만 해도 날짜에 따라 무척 차이가 나고, 호텔도 종류가 다양하여 대도시에서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편리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대만 경유, 방콕으로 가는 항공을 싸게 끊을 수 있었다. 배낭여행의 경우에는 주로 직항보다는 경유하는 비행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싸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스톱오버의 이점도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대만에서 며칠 묵을 기회도 있다.



  일정은 우선 방콕에서 라오스 국경까지는 육로로 이동하고, 라오스에서는 북쪽 루앙프라방에서 남쪽의 시판돈까지 오소희씨가 여행한 반대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는 반도를 종단한 다음 하노이에서 항공편으로 방콕으로 이동할 것이다. 대개 버스를 타는 경우, 일고여덟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주 양호한 거리이다. 도로도 무척 열악한 환경일 것이다. 그러나 로컬 버스를 타고 현지인과 이마를 맞대고, 땀 냄새 맞으며 하는 여행이 그런대로 독특한 맛이 있다. 그래도 나야 마눌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여러모로 편하게 다닌다. 함께 떠들며 다녀서 외롭지도 않고, 특히 외국 여행에서 자주 부딪히는 입맛이 맞지 않아 고생할 때, 이것저것 잘 챙겨주어 무척 수월하게 다닐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여행이 끝나고도 서로 할 얘기가 많은 점이다.



  요즈음은 배낭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다닌다. 웬만한 호텔과 호스텔은 무선 인터넷 설비가 되어 있어서 어디에서든지 인터넷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도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매번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다가 지난번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에서 컴퓨터 없이 다녀보니,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대단하게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면서 여행 와서까지 밤늦게 컴퓨터 만지는 것을 마눌이 좋아할 리가 없다. 짐도 짐이고 여행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단다. 사진이나 자료의 정리를 위해 별도의 저장장치를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번 스페인과 모로코의 사진 절반이 메모리의 고장으로 날아가 버리는 실수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다. 여행하면서 혹시 한글이 되는 인터넷 카페를 만나면 간단하게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추신: 지난번에 100북스 클럽의 몇 분께서 배낭여행을 소개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자료가 변변치 못해 망설였는데, 평범한 얘기래도 관심 있는 분이 있을지 몰라 작은 경험 몇 개를 소개합니다. 이 글도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겼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입니다. (http://blog.naver.com/elme)  참고 하시구요. 그동안 100북스 회원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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