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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세번째날 군대에서 늦은 나이에 현역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벨이 울렸다.,

" 전재(친구들이 흔히 부르는 애칭) 오늘 모해? 할거없지? 나랑 축구화 사러갈래?"

내 의지도 묻지 않고 대답도 들을 필요없다는 식의 선포 였다..순간 사춘기 시절 부모님께 이유없는 반항을 하는것 처럼(지금도..종종 하지만..) "할거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내 대답은

 "응 뭐 없어..가지..뭐 넌 군인!!이자나~" 라면서 뒷말에 포인트를 주었지만..그 친구는

계룡스파텔에서 통역병으로 근무하는 민간인 휴학생인 나보다 훨씬 나은 군인 이었다.

속으로..군바리 군바리 하지만 들려오는 메아리는 '검은색 양복의 짧은 머리에 젤을 바르고 호텔 로비에 서있을 친구의 모습이었다' 나의 패배..복학을 앞둔 나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바로 민간인 친구의 전화였다.( 여기서 민간인은 군인들이 군바리(군인의 은어)을 제외한 사람에게 흔히쓰는 말입니다.)

 

" 전재 오늘 미술관 갈래? 오늘은 한산 할거야~~갈래?"

" 응!! 미술관 조치~가자!" 하면서 아차!! 군바리 친구와의 약속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 두가지 약속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재치를 발의 해버렸다.

시간, 상황, 그리고 각자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손봐가면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축구화는 이태원에서 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기로 했다. 바로..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Vincent Van Gogh전을 본다는 마음에 정말 설레였다.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유럽여행 당시에도 많은 작가의 그림을 감상했지만 내가..반고흐의 그림만은 못보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반쯤 도착을 해서 갤러리로 들어간 순간..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정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연휴라서 오후에는 조금 한가하게 감상하나 싶었지만,.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본 '고흐전을 바라보고있는 나의 모습'이 산산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반 고흐전이라는 생각에 어느덧 다시 평온을 찾고 긴~줄을 기다린 끝에 갤러리에 발을 딛게 되었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 그의 수 많은 그림을 보고나서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을 충족 시키고 그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갤러리를 가기전 내가 알고있는 반고흐는 그저 세상을 비관하는 천재 예술가 였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그림을 본 후 그가..비관할수 밖에, 어떻게 해서 예술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그림 그리는 행위로 자신을 세상속에서 구원하려 한것이었다. 그가 세상에 던진 물음,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길..그 길에 많은 예술인들과 함께하고자 결속을 다지려 했던 그의 노력..하지만 세상이 그를 단절 시켰다. 그는 너무도 순수했지만 세상은 그런 순수함을 원치 않았던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때와 다르진 않을 것이다.

너무 순수함을 원하지 않는 세상..지금도 변함이 없을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요점이 있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순수함과 인생으로서 누려야하는 행복에 대해서 말이다. 타인이 보았을 고흐의 모습은 행복이 아니다. 하지만 고흐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을한다.


4번의 실연, 고갱의 배신(이 일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하죠?), 어머니와의 불화, 압생트 독주의 중독, 간질, 정신장애, 여러번의 자살미수..이 모든 것들이 그의 예술을 빛나게 하는 요인이라면..그의 예술은 무엇일까?  자신의 모든 꿈이 배반당하는 현실에 대한 반항일까? 아니면..그는 진정한 천재였는가? 그가..압생트 독주를 마시지 않아서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을 앓지 않았더라면 과연 누구보다 노란색을 잘 표현할수 있었을까? 그의 예술이 도대체 멋있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갤러리를 가기 전까지 말이다. 그 전까지는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이 우세했다)

그의 그림은 정말 혼이 빠지도록 가슴을 울리지만( 너무 가슴 아픈 울림이다) 그가 걸어가는 예술의 길은 슬프면서도 환희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 고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림이라도 그리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더 어둡고 비극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 테오에게 한말, "신을 사랑하는 최상의 방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처럼 그는 누구보다 세상을 치열하게 사랑했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 몇몇에는 광기가 서려 있지만 그의 다른 많은 작품을 보면(대표작 : 감자먹는 사람들)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평범하고  인간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의 일대기를 보면..그의 예술에대한 갈증이 너무도 잘 보인다. 그는 예술을 갈고 닦고 원하고 목말라했다. 그는 비록 자살을 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책임은 진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매 순간이 삶의 의미에대한 질문으로 가득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 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사후의 모습이 자기 예술의 마지막 종착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는 예술의 한계를 넘기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고 결국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기 위해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이다.

 

그는 <구운몽>의 성진 처럼 어느 순간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된것이다. 그리고 성진이 불도를 닦아 극락으로 간 것처럼..반 고흐도 그림을 통해서 극락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된것일지도 모른다..이런 그를 어떻게 미치광이 천재 예술가라고 부르겠는가..

그리고 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어찌 말하겠는가..그것은 인간이 판단할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보는 시각으로 우리가 세워놓은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그의 삶에대해서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은 내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철저하게 세상을 살았을때  알게되는 진리일수도 있는 문제이다.(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모를수도 있지만)

그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서 철저하게 세상을 사랑하며 순수한 외길을 걸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서 또 다시 나를 미궁으로 빠지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는 사람인것은 분명하다,

 

반 고흐전의 짧은 후기를 마치면서..한마디 덧붙이자면

웃으면 복이 온답니다. 새해에는 방긋 웃으면서 대복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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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환 2008.02.11 11:05
    미술관에 같이 가자고 하는 친구가 두분이나 계셔서 너무나 부럽습니다.
    서울에 올라갈때 들러야 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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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8.02.11 11:0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이름만 많이 들어 본 것 같습니다. 글에서 고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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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목 2008.02.11 11:05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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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 2008.02.11 11:05
    꼭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전시회였는데 인상적인 감상문 잘 읽고 갑니다. ^^; 저도 그 곳에가서 고흐의 또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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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8.02.11 11:05
    ^^클럽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미술관을 함께 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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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2.11 11:05
    미술관 투어 공구(?) 강추~~ 입니다. ^^*
  • ?
    이주연 2008.02.11 11:05
    저도 소모임으로 미술관 가는거 대찬성이에요~ㅋ

    다음주 화요일이면 반고흐전을 보러갑니다.ㅋ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화가에요. 반 고흐의 노란색과 파란색을 굉장히 좋아합니다.ㅋ 뭔가 12000원을 다 내는게 아까워서 할인티켓을 찾아 헤매였는데.ㅋ 마침 친구에게 초대권이 있어서 아주 저렴하게 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저도 고흐전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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