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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50분

by 조동환 posted Apr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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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50분.


이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제가 지난 토요일 오후 5시에 출발한 대청호반을 한바퀴


도는 청남대울트라마라톤 완주시간입니다.


그동안 1번의 65km울트라마라톤과 3번의 100km울트라 마라톤을 뛰어봤기에


기록상으로는 좋지않지만 다른대회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지난 10월1일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 출전후 약 6개월간 운동을 중단하였고,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과로,몸에 좋지않은 물질(알콜,등)을 많이 섭취하여 그로


인해 체중은 3kg이상 늘어있는상태였습니다.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런닝파트너와의 오랜약속 때문에

저는 포기할 수 가 없었습니다.


대회 한달전부터 초조함과 불안함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잘 뛸수 있을까하는 걱정하기보다는 훈련을 했어야 하는데...


교대근무이다 보니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랬는지, 셀수 없는 수많은 이유로 훈련을


하지않고 있었습니다.


대회당일날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하고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달리겠다고


다짐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젖꽂지에 밴드를 붙이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발에 바세린을 바르고 복장을 고민하여


입고 배낭에 깜박이를 부착하고 랜턴의 배터리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에너지 보충을 위하여 찹쌀바케트,영양갱,초콜렛,사탕,찹쌀떡,찰떡파이,그리고


수분보충을 위해 파워에이드도 챙겼습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여분의 양말과 바람막이 자켓도 챙기고 비장한 각오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같이 참가하겠다고 했다가 개인사정으로 출전하지 못한 친구가 멀리 충주에서 응원을


와주었고 기념촬영도 해주었습니다.


출발전 30분 남들을 장비를 챙기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저와 친구는 기념촬영을


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생각인지....


드디어 출발


몸은 거짓말을 하지않았습니다.


아무리 예전에 운동을 했었고 뛰어본 경험이 있다지만 6개월정도 쉬면 초보자와


다를바 없습니다.


5km.

숨이차고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런닝파트너는 제가 후반에 쳐질것은 예상하여 좀 빠르게 가는것 같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초반에 빨리 달리면 후반에 무리가 올 것을 알면서도

조금 빨리 달렸습니다.


10km.

이정도를 뛰고도 예전처럼 몸이 풀리며 켠디션이 좋아지는것을 느끼자 

새삼 저의 몸에 감사를 했습니다.


18km.

 배가 고프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이 부족하여 체력이 떨어지니 금새 배가 고픈


 거지요. 찹쌀떡을 먹으며 언덕을 걸어올라갔습니다.


19km 대청호 팔각정.

 전망이 좋고 시원하여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물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언덕을 내려왔습니다.


21km 오가삼거리.

 하프코스정도를 뛴 상태인데, 체력저하를 느끼고 파트너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자  제발 절 버리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포기할수 있게 말이지요.)


남은거리를 풀코스 두번정도. 제가 과연 해낼지 의심스럽습니다.


어둠이 밀려와 가로등불 아래로 보이는 벗꽃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계속되는 뜀박질에 주인을  잘못 만난 다리는 아무 이유없이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25km.

 이제는 포기할 때가 왔는지 양쪽 무릅위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전봇대를 잡고 스트레칭을 해보고 처음으로 오리걸음으로 다리를 풀어봅니다.


그런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바로 다리가 복구되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30km.

이제는 제자신도 놀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언제쯤 사점이 올것인가 고민도 해봅니다.


남들이 제가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그렇게 힘든데 무엇하러 밤새 사서 고생하며 달리냐 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완주후의 성취감이라든가? 자신을 이겨냈다는 자신감, 그런데 아무리 많은 말을


가져다 써도 결론은 "즐겁기 때문에 달린다"는 답이 되곤 합니다.


42km 금성마을.


이제는 마라톤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젠 풀코스 한번 하프코스


한번만 뛰면 되겠네 하고 다시 뜁니다.


몸은 힘들지만 45km 지점에 있는 제1 check point에 시간내에 가려면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물론 그런의미보다는 제1 CP에 라면이 있기 때문이었지요.

45km 농협공판장 제1CP(check point)

시간은 벌써 10시를 훌쩍 넘었고 달리기 시작한지 5시간이 되었습니다.

런닝파트너의 지인들께서 라면을 준비해주셔서 처음으로 앉아봅니다.

라면을 먹고 혹시 퍼질지 몰라서 쉬지않고 계속 오리걸음으로 다리를 풉니다.

옆의 파트너는 편안히 쉬고있는데 말이죠,

47km.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살짝 50km까지만 뛸까 생각해봅니다.

50km.

계속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옵니다.

훈련없이 50km 뛴것도 대단하다 이젠 그만 포기하고 쉬어라...

제2 CP까지 갈려면 아직도 12km가 남았습니다.

갈등을 하면서도 밤하늘의 별과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55km.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발바닥에 불이나기 시작합니다.

물집이 예상되고 그렇다면 최악입니다.

하지만 다행이 물집은 보이지 않습니다.

60km.

이제는 풀코스정도가 남았고 제2CP까지는 2km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응원오실 분들을 생각하니 죄송스러워 계속 뛰게 됩니다.

62km 제2 CP. (check point)

물과 식사가 있는곳. 너무나 반갑습니다.

응원와주신 클럽회원들도 보입니다.

발바닥을 식히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그고 식사를 합니다.

장난삼아 회원님들이 몰래 훈련한거 아니냐며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작년에 여기서 너무 쉬었다가 일순간 퍼진 생각이 나서 조금 쉬고 바로 출발합니다.

70km 새벽 2시.

9시간째 달리고 있고 남들은 주말저녁이라 곤히 자고 있을시간.

랜턴을 끄고 별빛에만 의지하여 달려봅니다.

이생각 저생각 하며 남은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달립니다.

이런 튼튼한 신체를 물려주신 부모님이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피반령 하단(몇킬로 지점인지 ? )

컵라면을 하나 사먹고 피반령 꼭대기를 보며 걸어올라갑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81km 피반령 정상(해발 360m)

끝이 없을것 같았는데 끝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조심해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드디어 올것이 왔습니다.

왼쪽발목이 말을 듣지 않고 왼쪽 어깨가 아파옵니다.

시간은 새벽4시. 내려오는 길은 고행 그자체였습니다.

전화기를 들어서 포기하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편안히 차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분하고 억울합니다.

지금껏 온거리가 얼마인데...

20m쯤 가다가 오리걸음하고 다시 20m쯤 가다가 오리걸음하고

겨우겨우 내려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눈물조차 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오르막길은 걸어올라오고 내리막길은 조심해서 뛰어 내려왔는데

이제는 내리막길에서 걸어내려오는것 조차 너무나 힘이듭니다.

인내심을 발휘해서 가는데 까지 가보자하고 내려왔더니

반갑게 제3CP가 보입니다.

85km 제 3CP

파워젤을 하나 먹고 가덕공원묘지를 지나갑니다.

웬일인지 힘이 나고 다시 뛰기를 시작했습니다.

인체의 신비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걷기조차 힘든 다리가 평지에서는

뛸수가 있었으니까요.

90km까지 속력을 냈고 새벽공기를 느끼며 즐겁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90km. 이제는 전략을 바꿔서 내리막길은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내려가고

오르막길과 평지는 뛰어갑니다.

저 자신은 뛴다고 하지만 그건 표현이 그럴뿐 그정도 거리를 뛰게 되면

평소에 걷는 속도보다 느리다고 보면 됩니다.

남은 10km를 두시간에 들어가면 15시간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자신이 없습니다.

이만하며 됐다고 다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95km.

런닝파트너가 드디어 저를 포기하고 혼자 갑니다.

하지만 5km 남은 상태에서 죽어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니 안합니다.

100km. 드디어 완주

무슨 생각으로 그 많은 시간을 뛰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또 한번 해냈다는 생각과 무모한 도전이었고, 인체의 신비를 느꼈으며,

옆에서 도와주신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튼튼한 몸과 체력을 주신 부모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생각하건데, 일부의 우려하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젊기에 무모한 도전이

가능했지만 충분한 훈련없이는 이런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은것이 바람직하며

인간의 의지는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저의 과제는 이런 경험을 되살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데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완주를 위해 많은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