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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토플러가 매일 아침 신문 6~7개 읽는 이유

by 문경수 posted Apr 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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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교수·현대사






    • ▲강규형 명지대교수·현대사

    부럽게도 지금의 대학생들은 필자 세대가 대학시절 꿈도 못 꿀 IT 환경에서 많은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가 신문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부러운 일이 아니다. 필자 세대에는 고급 일간지 한두 개 정독하는 것이 지성인의 의무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었다. 보도기사는 물론이고 선우휘 최일남 김중배 등의 칼럼을 읽으며 식견을 넓혔다. 요즘 청년들은 대신 인터넷 포털의 대문에 떠있는 기사 몇 개 클릭하고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안다고 착각한다. 그곳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내용들로 넘쳐난다. 중요한 사회적 의제(議題)에 대한 관심의 저하는 젊은층에서 더 심각하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스포츠 스타의 근황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면서도 국내외 이슈와 기본지식에 대해서는 캄캄하다. 한국의 국무총리나 프랑스의 대통령, 영국 총리 이름조차 모르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IMF나 FTA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학생들도 의외로 많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다. 그러나 아울러 쓰레기 정보의 바다이기도 하다. 고급정보가 잘 정리된 신문을 읽는 학생들과 그러지 않는 학생들은 현격한 차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사회와 세계로 열린 창(窓)”인 신문을 읽을 것을 적극 권유한다. 다행히 일부 학생들은 열심히 신문을 읽으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내용들을 읽어 나가느라 쩔쩔매다가, 시간이 갈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결국 중요한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적인 이슈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TV의 발전 이후 영화관이 사양세에 빠지고,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 예측됐다. 그러나 영화산업은 살아남았고 오히려 번성하고 있다. 시청각 효과를 극한으로 발전시키고 영화관을 고급화·다양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갔다. 방안에서 TV를 보는 것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감흥을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문도 영화의 경우처럼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의 도전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면서 차별화와 고급화를 해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은 신문을 지식정보사회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존 나이스비트는 “마인드 세트”에서 “미래를 덮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는 데 가장 필요한 지식의 원천은 신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미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언제나 과거와 현재에 내재돼 있고, 그 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신문이라는 말이다. 앨빈 토플러는 베스트셀러 “부의 미래”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쓸모없는 지식(obsoledge)’을 걸러내는 능력이 미래의 부(富)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 말한다. 정보과잉에 따른 정보혼란은 결국 정보부재로 이어지기에, 엄선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신문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토플러는 최근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문을 세계가 돌아가는 소식과 새로운 지식이 넘치는 ‘지식과 정보의 보고(寶庫)’라고 규정하고, 세계의 신문 6~7종을 샅샅이 읽는 것으로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의 초지성(超知性)인 다치나바 다카시는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일본 대학생들의 수준 저하를 우려한다. 전문분야의 높은 지식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수준 높은 교양인을 키우는 것이 고등교육의 목표이고, 그 척도 중 하나가 고급 일간지의 내용을 다 이해하는 능력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개탄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미래를 책임질 우리 젊은 세대가 신문을 멀리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일 모레(7일)가 신문의 날이다. 미래세대에게 신문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노력이야말로 한국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홍보하고 압도적인 질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신문은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일례로 각급학교에 신문활용교육(NIE)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더 품질 좋은 기사를 써서 우수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간과되고 있는 측면이지만, 신문사 구성원들이 자기가 만드는 신문에 대해 더 큰 관심과 사랑, 그리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신문인들 자신이 자기 신문을 세심히 잘 안 읽는 경우를 봐왔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많이 구독하고 열심히 읽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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