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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문호 공동운영위원장 관련 기사

by 문경수 posted Jan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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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메시지는 일체유심조”








‘석박사 과정을 마치면 전공서적 외에 책을 놓는 이공계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어 10년간 3000여 권의 책을 독파하며 뇌과학 전문가로 거듭난 박문호 박사. 그는 “뇌과학이야말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박문호 씨
《영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였던 CP 스노는 1959년 케임브리지대의 강연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 간의 심연을 ‘두 문화(Two Cultures)’로 표현한 바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두 분야는 전혀 다른 문화체계를 지녔다 할 만큼 단절돼 있다는 비유였다.

고교시절부터 문과와 이과를 분리해 그 단절이 더욱 고착화한 한국사회에서 두 학문 간 심연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이 있다.

2002년 대전에서 창립된 ‘100권 클럽’(www.100booksclub.com)의 공동운영위원장인 박문호(48) 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다.》



■ ‘뇌과학 강사’로 화제 집중 박문호 전자공학 박사



박문호 박사는 전공인 전자공학과는 별도로 지난 10년간 매년 300권 안팎의 독서를 통해 뇌과학, 천체물리학, 양자역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체계화했다. 여기에 학부시절부터 심취한 불교철학과 프랑스 탈구조주의 철학에 대한 심층적 독서를 결합해 그는 두 문화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수유+너머’ 같은 곳에서 앞 다퉈 그를 초빙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그를 찾아갔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에 번역된 뇌과학 서적 100여 권을 꿰뚫고 있었을 뿐 아니라 국내외 뇌과학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와 그 인문학적 함의까지 술술 풀어냈다.

지난 한 해 70여 권의 뇌과학 책이 쏟아지는 등 뇌과학 붐이 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과잉 열량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그 집단적 해결책으로 3가지가 등장했어요. 첫째는 마라톤 붐, 둘째는 웰빙과 결합된 요가 붐, 마지막으로 뇌과학입니다.”

앞의 둘은 납득이 가는데 마지막 뇌과학 붐이 잉여에너지의 소진과 관련됐다는 주장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잉여를 통제하려면 제어시스템이 중요합니다. 넘쳐나는 열량과 시간을 제어하기 위해 자기계발서와 처세술 관련 책이 붐을 이루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자연과학적 연구 성과를 인문적 지식의 틀에 대충 뜯어 맞춘 통속 심리학 서적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양적인 팽창은 늘 질적 변화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 뇌과학으로 귀결됩니다.”

뇌의 본질적 기능은 환경적응적인 운동의 생성이며 그 운동을 통해 매순간 새로운 시간과 공간 감각이 생겨나고 그 시공간 감각에 의해 비로소 주체가 만들어진다는 그의 설명은 ‘주체는 곧 무(無)’라는 라캉의 이론과 만난다. 이는 또한 시공간의 곡률(曲律)로서 규정되는 우주라는 무대와 무대 위 배우로서 주체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하나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도 결합된다. 박 박사의 이런 지식은 철저한 전략적 독서의 산물이었다.

“인간의 뇌는 통념에 부합하는 인문학적 독서가 더 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과학 관련 70%, 인문과학 30%로 구성된 7 대 3 독서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는 이런 두 문화의 심연을 메워 줄 희망을 뇌과학에서 찾고 있다. “뇌과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러면 이렇게 되고 저러면 저렇게 된다’입니다. 브레인 시스템이 어떻게 패턴 지어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해 줍니다. 마치 불가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이 해탈의 경지를 열어 주듯이….”

박 박사는 13일∼2월 24일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수유+너머’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을 주제로 6차례의 특강을 펼친다.

대전=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