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두 해전 여름 초입에 황동규의 시 “걷다가 사라지고 싶은 곳”(불영계곡 소광리 길) 를 읽고 그 영상이 한 달간 뇌리를 멤돌더니, 노향림의 “창” 또 한 그 여운이
투명하고 여리지만 쉬 사라지지 않을 것 같군요.


=====================================

하늘과 침묵


---오규원---

온몸을 뜰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내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까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잎에 닿으면 잎이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


=======================================




---노향림---

손바닥만한 밭을 일구던
김 스테파노가 운명했다.

그에게는
십자고상과 겉이 다 닳은 가죽 성경,
벗어놓은 전자시계에서 풀려나간
무진장한 시간이
전부였다.

그가 나간
하늘 뒷길 쪽으로
창문이 무심히 열린 채 덜컹거린다.

한평생
그에게 시달렸던 쑥부쟁이꽃들이
따사로운 햇볕 속
喪章들을 달고 흔들리는

弔客이 필요없는 평화로운
곳.

==========================================



책 몇 권 소개 드립니다.


1.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오규원 근작 시집/위 시 수록) ****

2.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노향림 시집/ 위 시 수록) ****

3.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오시노 미치오) ****
계롱문고에서 두 시간 서성이다 발견한 책!
20 년간 알래스카에서 자연에 몰입한 한 사진작가의 시각,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 작가의 생애
“때로는 마음의 필림에만 담아두고 싶은 풍경이 있다”--- 미치오--
“몽골리안 루트(다큐메트리)" 나 "곰에서 왕으로”함께 읽으면
그림이 더 생생할 것임/사진과 글 모두 대자연을 닮은 책

4. 존재의 심리학(매슬로) ***
욕구 5 단계설로 유명한 매슬로의 이미 고전이 된
책이 이제야 번역되었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공지 “때로는 마음의 필림에만 담아두고 싶은 풍경이 있다”--- 미치오--- 박문호 2005.08.21 2273
823 공지 질문 김범주 2005.08.21 1662
822 공지 삭제 되었습니다 강신철 2005.08.21 1997
821 공지 휴가사진 1 문경수 2005.08.12 2851
820 공지 76회 토론은 박성일 한의원 원장님을 모시고 진행합니다 강신철 2005.08.12 2407
819 공지 제75회 "대화" 독서토론회 발표자료 4 이진석 2005.08.10 2167
818 공지 <font color=red><b>8월 9일 화요일 75회 토론회 송윤호 2005.08.06 2109
817 공지 매미 소리 박문호 2005.08.06 2038
816 공지 [기사] 우주 홍보 대사 선발 송윤호 2005.08.05 3564
815 공지 리영희 교수 강의 8.29 오후 5-7시 서울 성공회 강당 현영석 2005.08.05 1976
814 공지 불국사, 지정문화재 石槽 음수대로 사용 이정환 2005.08.03 1995
813 공지 여름 휴가에 CEO가 읽어야 할 책 20권 강신철 2005.07.28 2321
812 공지 경주 답사 사진 후기 I - 인물 사진 2 송윤호 2005.07.25 2535
811 공지 [알림] 7월 26일 74회 토론회 송윤호 2005.07.25 2015
810 공지 삭제되었습니다 강신철 2005.08.21 1702
809 공지 [알림] 7월 12일 화요일 73회 토론회 안내 송윤호 2005.07.11 1932
808 공지 회복... 1 문경수 2005.07.09 2162
807 공지 답사 여행 회비 입금해 주세요~~ ^^ 송윤호 2005.07.07 1954
806 공지 당나라와 7 년 전쟁 1 박문호 2005.07.01 2109
805 공지 답사 여행 연기 결정 후....^^ 1 송윤호 2005.07.01 20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