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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8 09:00

대덕넷 이석봉 사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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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독서클럽과 관계없는 글이라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독서클럽을 통해 친분을 맺어왔기 때문에 아마 이야기가 전달이 되리라 생각했고 회원 분들도 아시길 원했기 때문에 게시판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사회문제화된 이공계 기피에 관한 문제입니다.. 혹시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제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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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net에서 글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습니다..

이름: 정원
2003/2/26(수)

이공계는 융통성이 없다?  
'오마이 뉴스'에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좌담회 기사가 올랐다.
소위 과학계의 원로 ( 사실은 과학 행정계의 귀족이라야 맞는 표현이겠지만 )라는 분들이 몇분 나와서 하는 얘기들이 별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 유독 나를 열 받게 하는 대목이 있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몇 자 적어본다.

(펌)

이석봉 : 기술직 공무원들을 늘리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일부 관련직 공무원들은 이공계 출신이 '인간관계'를 맺는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인관계의 부적응을 지적한다. 한 분야만 연구를 하다보면 자신 중심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이라고 본다. 특히 상하관계의 부족함과 전반적인 흐름 파악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공계가 가진 전문성과 특수한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일반적인 기능을 실천하는 데 적응을 못한다는 점이다.

박원훈 : 그럼 이공계 출신이 가진 전문성에 공무원 교육을 잘 적용시키면 되지 않나. 정부 운영의 잘못된 점을 개선해야 한다. 사실 이공계 출신들은 '융통성'이란 점에 있어 부족하다.

(펌 끝)

필자가 공대를 졸업한지 20 여년 , 그동안 숱하게 들어온 말이다.

"이공계는 융통성이 없어"

정말 열받게 하는 말이다.

융통성 없다는 말이 뭔가?
흔히 꽉 막힌 사람보고 융통성 없다고 한다.
원칙대로 한다는 말이다.


윗글을 읽어봐라.
'원칙' 보다는 '인간관계','상하관계','융통성'이 중요하다고 아얘 까놓고 말했다.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히딩크가 '인간관계' ,'상하관계' 보고  '융통성' 있게 대표선수 뽑았냐?
'원칙'대로 실력에 따라 뽑은 것 아냐? 그래서 다들 칭찬하고 본 받자고 하고...
소위 이공계 기피 현상을 토론한다면서 자칭 과학계 원로라는 사람들이 저따위 얘기나 씨부리고 있으니...

내 거의 20 여년 된 비화를 하나 소개한다. (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당시 나는 공대 졸업하고 모회사 설계실에서 근무하던 초짜 기술자였다.
그런데 바로 옆 연구실에서 (내 입사동기 친한 친구가 있었다) 정부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었다.
소위 무슨무슨 타당성 검토 이런거였는데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외국의 A 사와 B 사의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거였다.
내 친구놈은 ( 물론 혼자한게 아니고 5~6 명 팀원이 있었다) 평생 처음맡은 중요한 프로젝트에 들떠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그 일을 수행했다.
그 일은 6 개월 정도 걸렸고 드디어  두께가 7~8 cm 정도 되는 두꺼운 보고서 파일이 만들어졌다.
그 보고서는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되었다.
그로부터 2,3일 후 그 공무원으로 부터 호출이 왔다.
"그 보고서 작성하느라 수고 하셨는데
내용은 하나도 손 볼 것 없고 맨 뒷장 결론만  A 사를 B 사로 고친 것 한 부만 더 만들어 주시죠"

그렇다 .
그놈아랑 그 팀원들은 6개월동안 완전 똥개 훈련 한 것이다.
지금 이 내용은 내 양심에 걸고 단 하나의 거짓도 없다.
그놈과 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퍼 마셨다.
우리는 비로소 '이공계의 한계'를 알기 시작했고 그놈의 '융통성'이란 걸 알기 시작한 거다.
이공계의 문제는 대학 정원의 문제도 아니고 공무원 숫자의 문제도 아니다.
원칙의 문제인 거다.
A 사냐 B 사냐의 문제는 어딘지 모를 저 높은 곳의 그 누군가가 '융통성'있게 결정할 문제이고
불쌍한 이공계의 수없는 계산과 도면 검토는 단지 보고서 페이지 수를 채우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아니다. 이제 나는 그 딴 일에 똑똑한 놈 투입해서 6 개월씩 썩히지 않는다.
옛날 보고서 적당히 골라서 ( 좀 좋으냐? 요즘  pc 로 다 하는데. 옛날에는 그거 다 타이핑 했다)
순서 바꾸고 그림하고 숫자 바꾸어 제출할 정도로 '융통성'이 커졌을 뿐이다.

만약 '융통성' 없이 '원칙' 대로만 했다면 대구에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을 까?
내 장담컨데 대구지하철 계획 입안 당시 어느 이공계 담당자의 검토서 한구석엔 지하철 내부 시설은 난연성 재질로 하게끔 분명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원칙이니까.
그 것이 수없는 결제 과정 속에서 수 없는 '융통성' 이 발휘된 결과 싸구려 불쏘시개로 변했을 것이다.
이 쳐 죽일 놈들아.

이공계 우대하지 않아도 좋다.
역겹다.
제발 그 우대라는 말 좀 하지 말자.
어느 한 편의 우대속에 다른 편의 차별이 있는 것 아니냐?

원칙대로만 해라.
그러면 된다.
그 옛날 내 친구처럼 지금도 프로젝트 끝에 보람의 술잔이 아니고 비애의 소줏잔을 기울이는 기술직 연구원 들이 있는 한 이공계 기피현상은 백년이 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 느그들 정확히 얘기했다.
지난 수십년간 이 사회를 지배해 온 '비이공계'들은 그 '이공계의 융통성 없음'이 싫은 거다.
고향 선배, 학교 선배가 이야기하면 알아서 '융통성'있게 봐주고 넘어가지 못하는 그 꽉 맥힘.
그들은 그것이 이사회가 '잘' 돌아가는데 걸림돌이라 생각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조직에서 이공계는 단지 스태프에 머물 뿐이고 모든 기술적인 사항도 최종 결정권은 항상 '비이공계'가 맡아서 '융통성'있게 처리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우대 정책도 필요 없다.
그저 이공계는 이공계의 일을 하고
문화계는 문화계의 일을 하고
경제계는 경제계의 일 만 하면 된다.

기술적 논리를 경제적 논리가 누르고 경제적 논리를 정치적 논리가 누르는 세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융통성' 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공계 기피는 계속 될 것이다.

그저 원칙 대로만 하자.

PS :  나는 아직도 융통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아들, 딸 둘 다 이공계로 보냈다.( 내가 보낸게 아니고 지들이 알아서 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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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가서 좌담회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모두들 본질을 벗어나서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공계의 문제는 위의 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대학정원의 문제라던지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서 기술발전은 백년이 아니라 10년 후의 우리 미래를 좌우합니다.

이공계 사람들은 놀면서 돈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공부를 좋아하고 Workaholic인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하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동기를 부여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공계 사람들은 기존의 관료, 그리고 우리나라 회사에 환멸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실력이 아닌 이른바 인간관계 안 좋은 말로는 소위 '줄'을 타서 올라가는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실력에 의해 대접받는 회사와 연줄과 로비에 의해 돌아가는 회사, 어느 쪽이 제대로 된 회사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는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사회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좌담회 멤버들을 보십시요. 기존의 시스템에서 성공하신 분들입니다.. 사장님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문과분이십니다.. 이사장 급의 인물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이용해 그 위치에 올라가셨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닦고 실질적으로 회사에 기여하신 분들은 지금 기름앞에서 닭을 튀기고 계십니다.. 좀 심한 말일지 모르지만 인간관계를 이용해 올라가신 분들 때문에 지금의 사회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채 대학정원의 문제, 이공계 사람들의 문제라고 단정지으신는 것입니까?

이공계는 특수한 곳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공계는 자신의 연구에 전념하고 그 위에서 그 연구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공계 500만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전혀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공계 모두가 정치를 하면 연구는 어느 시간에 합니까? 밤은 새고 밥을 굶어가면서 해도 시간이 부족한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제 생각에 이공계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높은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이 시스템에서 성공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의 문제를 못 봅니다.. 보고도 지나치실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이공계의 문제를 알기위해서는 대학원생, 연구소 말단 연구원 이렇게 bottom-up으로 접근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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