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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간송미술관 후기를 모아 보니 간송미술관에 최소 네 번을 다녀왔군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조선서화전' 아직 못갔습니다.

 

2004년 봄    겸재전 (정선)
2004년 가을 현재전 (심사정)
2005년 봄    단원전 (김홍도)
2006년 가을 추사전 (김정희)

 

예전에 써둔 간송미술관 후기 두 개를 추려서 올립니다.

아래 후기에 소개한 김홍도의 '마상청앵'은 이번 '조선서화전'에서도 전시된다고 합니다!

 

2004년 가을, 현재전

 

간송미술관은 1년에 5월, 10월에만 문을 여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규모가 아주 작아서 소장품 중 극히 일부를 골라 특별전 형식으로 연 2회 전시하는데,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3재(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중 한 명인 심사정 특별전이었다.

겸재 특별전 때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는데,

겸재에 비해 현재의 지명도가 떨어지는지 훨씬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현재 심사정은 당대에는 겸재와 동급 혹은 오히려 더 낫다는 평을 들었으나,

개성있는 화풍(진경산수)을 창조한 겸재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추앙된 것에 비하여,

중국에서 물려받은 남종화풍을 완성시킨 현재가 한 수 아래로 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특별전은 현재 심사정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가 될 것이다.

 

2005년 봄, 단원전

 

지난 주말 4호선 한성대입구 근처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다녀왔다.

간송미술관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호암미술관(리움박물관), 호림박물관(신림역)과 함께 3대 사립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상설전시가 없고 일 년에 딱 두 번 오픈하며, 관람은 무료이다.

현재전(심사정), 겸재전(정선)에 이어 세 번째로 찾은 간송미술관.. 이번에는 단원전(김홍도)이다.

 

김홍도는 풍속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에는 풍속화가 거의 없다.

우리가 아는 풍속화는 아니라도 다른 멋진 작품이 수두룩한데.. 그 중 두 개만 골라보았다.

 

 

 

1. 김홍도 - 마상청앵 (말 위에서 꾀꼬리를 보다)

 

김홍도는 마상청앵과 같은 소재와 구도의 작품을 여럿 남겼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이다.

동양화 감상법에 대해서 한 마디 짚고 넘어가자면,

동양화를 감상할 때는 시선을 우상귀->좌하귀로 쓸어내리는 방향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짐작하듯이, 그 이유는 '가로쓰기' 이다. 동양에서는 오른쪽 위를 시작점으로 보았던 것이다.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서양화에서는 보통 책 보듯이 좌상귀->우하귀 방향으로 시선을 두어야 하지만,

동양화를 그렇게 감상했다간 그림과 시선이 충돌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서양미술관에서는 입구에서 좌로부터 감상하기 시작한다면,

동양화를 전시한 미술관에서는 입구에서 우로부터 감상하기 시작해야 자연스런 감상이 될 법도 하다.

 

이 그림은 그림의 구도를 사선상에 배치하여 우상->좌하로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길과 길가의 풀, 나뭇잎의 처짐, 동자와 말을 탄 나그네의 시선.. 모두가 사선상에 놓여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작품의 중심에 위치한 나그네를 먼저 보고,

나그네의 시선을 좇아 버드나무 가지를 올려다보아 지저귀고 있는 꾀고리 한 마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단원이 직접 쓴 시구에 있다.

이런 감상 포인트를 오랜 감상 후에 발견한다면 더 감동적이었겠지만,

모르면 아예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미리 알고 보는 것이 좋다.

 

단원은 시구를 적으면서 몇몇 글자에 Bold체를 적용하였다.

글에도 사선의 구도를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그림의 부연 설명이 아니라, 글씨 자체가 그림의 일부가 되도록 한 것이다.

 

시구의 내용을 음미한다면,

단원이 굳이 글씨에까지 이런 구도를 적용한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그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꽃피고 새 지저귀는 봄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흥취에 젖어 동자를 데리고 여행 혹은 산책길에 나선 선비가 읊은 시 내용이라 대충 이해하면 된다.

해석이 정확하진 않지만, 세번째 줄에 '비 우'자가 있는 것만 확인해도 좋다.

즉, 단원은 비 내리는 모양을 몇 줄의 시구에 적용한 Bold체로 형상화 하였고,

동시에 전체 그림의 구도와 통일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간송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직접 본다면, 단원이 볼드체를 표현하기 위해 꾹꾹 눌러 찍은 힘찬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2. 김홍도 - 해탐노화도 (蟹貪蘆花圖) (게가 갈대꽃을 탐하다)

 

이 또한 유명한 그림인데, 두 마리의 게가 갈대를 부여잡고 있는 그림이다.

이런 그림에는 대부분 뜻이 숨어 있는데, 말하자면 편지 대신 보내는 그림편지이다.

이 그림은 한 마디로 '과거 장원 급제를 기원합니다.' 하는 뜻을 담고 있다.

 

다른 블로그에 내용을 잘 설명한 글이 있어 그냥 가져왔다.

아마도 내가 읽은 '한국의 미'(오주석)의 부분을 인용하였거나,

오주석 선생의 다른 책에서 인용한 듯 하다.

 

한자로 갈대는 로(蘆)인데 이것이 옛 중국 발음으로는 려와 매우 비슷하다. 려는 원래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나누어주는 고기 음식이다. 그 뜻이 확대되어 전려 혹은 여전이라고 하면 궁중에서 과거 합격자를 호명해서 들어오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소과(小科) 대과(大科) 두 차례 시험에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요, 꼭 잡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붙으라는 의미다.
그 뿐이랴? 게는 등에 딱딱한 껍질을 이고 사는 동물이니 그 딱지는 한자로 갑(甲)이 된다. 이 갑은 천간(天干)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의 첫 번 째니까 바로 장원급제를 의미한다.
참 욕심도 많다. 과거에 붙어도 소과 대과를 연달아 붙되 그것도 꼭 장원으로만 붙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서로운 상징을 지녔으므로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蟹貪蘆花圖)’은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그려주기 마련이다.
 
이런 내용을 가진 다른 그림들도 많지만,
역시 단원이 직접 쓴 일곱 자의 글귀를 해석해보면 그림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해룡왕처야횡행 [海龍王處也橫行]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2008. 10. 14.

이정원
  • ?
    김세영 2008.10.15 00:48
    월북시인 백석과 자야부인의 이야기가 담긴 '길상사'라는 절에 끌려 검색을 하다가 근방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덤으로 알게되어 한번 다녀오려 벼르던 곳입니다. ^^ 정원님은 벌써 수차례 다녀오셨군요. 화폭에 새겨진 싯구도 그림과 더불어 어우러진 사연이 있는 걸보니 원안과 근안으로 그림을 좀더 예사롭지 않게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박용태 2008.10.15 00:48
    간송 미술관 ! 다닌지가 5년도 더 되었군요. 간송선생의 우리의 옛 고미술에 대한 사랑을
    특집으로 다뤄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요.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서 동양화
    촬영법(우상귀에서 좌하방향으로)까지 특별히 담당PD에게 주문해서 소개하도록 했지요.
    우리 눈의 웰빙을 위해서 좋은 그림, 도자기 많이 감상하시길....
    전시회가 끝나기 전 간송 미술관 부근에서 100북스 번개모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참석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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