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182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연의 복불복?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인기가 절정이다. 그 중 필자는 1박2일을 좋아한다. 1박2일의 참맛은 뭐니뭐니 해도 복불복이다. 6명의 출연자들이 제작진과 게임을 하여 식사와 잠자리와 용돈을 결정한다. 이런 복불복은 해보면 어떨까? 우선 제작진이 6명에게 거금 100만원씩을 용돈으로 지급한다. 그리고는 하루가 지난 뒤 각자의 남은 돈을 비교해서 6명의 잔액이 1원 단위까지 똑같으면 6명의 모든 소원을 들어 주기로 한다. 물론 6명이 짜고 할 수는 없다. 당장의 거액과 모든 소원, 하지만 언뜻 보아도 무척 낮은 확률... 1박2일의 MC 강호동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까?

 


 



















실제 확률을 계산하면 이렇다. 두 명의 잔액이 똑같을 확률은 백만 분의 일이다. 실제로는 1원 단위의 잔돈이 남을 일이 없겠지만, 여기서는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나머지 네 명의 잔액까지 똑같을 확률은 백만의 다섯 제곱 분의 일, 곧 1/1030에 이른다. 우주의 나이가 대략 4x1017초이니까 우주가 태어난 뒤 매초마다 사진을 찍어도 이런 일을 목격하기 어렵다. 이런 제안은 거부해야 된다. 하지만 쇼에서 이런 제안을 한다면 6명의 출연자들은 제작진 몰래 잘 짜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받아들일 것이고, 결국 어느 한 명의 배신으로 실패할 것 같다. 놀랍게도 현대적인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한 상황이 벌어진다. 표준모형은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탈레스 이래 2,600년을 이어 온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우리 인류의 모범답안이다. 표준모형은 지난 40여 년 동안 수많은 실험적 검증을 통과해 오며 가장 성공적인 이론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단 하나, 다른 모든 소립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만이 발견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아직 발견도 되지 않은 힉스 입자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세계에서는 순간적으로 입자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현상이 생기면 이 과정과 관련된 소립자들의 질량이나 전기 전하량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소립자가 가진 질량은 원래 가진 질량에 이렇게 입자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양자 역학적인 효과로 인한 값을 보정을 해줘야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의 질량은 이런 보정을 거친 값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권투선수에 비유를 해보고 싶다. 어떤 권투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 권투선수는 공식적으로 체중을 재 보면 75kg의 미들급 체중이 나온다. 그런데, 누구나 알듯이 권투 선수는 체중 조절을 한다. 예를 들어 이 선수가 체중 조절을 안 한 상태의 체중이 82kg라고 한다면 이 선수는 다이어트를 통해 7kg정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보통 권투 선수들은 체중의 10%정도를 뺀다고 한다. 우리가 측정하는 소립자의 질량은 이렇게 체중 조절(양자역학적 보정)이 된 값이다. 그런데 힉스 이외의 소립자는 얼마나 체중 조절(다이어트 혹은 과식)을 했는지 계산을 해보면 원래의 값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보통 권투 선수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유독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양자역학적 보정 값을 계산하면 통제 불능 상태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반면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힉스의 질량이 양성자 질량의 수백 배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을 설명하는 가능한 해석은 원래의 힉스의 질량이 처음 부터 커서 아주 크게 나오는 양자역학적 보정 값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권투선수의 비유에 적용하자면, 힉스는 천문학적인 체중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다이어트(양자보정)를 해서 체중을 재면 항상 미들급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대단한 권투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이 시나리오가 옳다면 우리는 천문학적으로 큰 숫자를 더하고 빼서 매우 작은 숫자를 남겨야만 한다. 그렇게 요구되는 정확도는 무려 1/1032에 이른다. 이것은 1박2일의 여섯 명이 100만원씩 쓰고 남은 잔액이 모두 일치할 확률보다 100배나 낮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미세조정(fine tuning)의 문제라고 부른다. 표준모형이 맞는다면 자연은 힉스 입자의 질량을 안정시키기 위해 1/1032의 초정밀도로 미세 조정 되어 있는 상태다. 과연 이런 고난도의 미세조정이 실제로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미세조정의 문제는 표준모형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그러나 표준모형은 또 다른 문제들도 안고 있다. 먼저 표준모형은 중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표준모형은 강력과 약력과 전자기력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이론이다. 표준모형에는 중력과 관련된 요소가 하나도 없다. 아직까지 중력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양자역학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중력은 다른 세 가지 힘보다 무척이나 약하다. 그래서 보통은 소립자들이 반응할 때 그 소립자 간의 중력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일 소립자들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굉장히 커지면, 중력도 다른 힘들만큼 중요해진다. 그 경계를 플랑크 에너지라고 부르는데, 양성자 질량의 1019배 정도 된다. 에너지의 단위로 질량을 사용하는 것은 질량과 에너지가 E = mc2라는 유명한 공식으로 환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랑크 에너지 근방에서 표준모형은 더 이상 믿을만한 이론이 못된다. 이 영역에서는 새로운 양자중력이론이 필요하다.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각광받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양자중력이론이기 때문이다.

 

 


















중력을 잠시 모른 체 하더라도 표준모형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소립자들의 질량과 관련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단지 힉스 입자에 의해 게이지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면 소립자들이 질량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칭성이 깨지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표준모형이 설명하는 기본 입자들의 질량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표준모형에서 중성미자나 톱쿼크(Top quark)나 둘 다 기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성미자의 질량은 전자에 비해서 50만 배 이하인 것은 분명하고, 질량이 0이냐 아니냐가 논란일 정도로 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톱쿼크(Top quark)의 질량은 전자와 비교하면 30만 배가 넘는다. 어떻게 하나의 이론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라고 설명하는 입자들 간의 질량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가 있을까? 중성미자가 100억개 있어도 톱쿼크보다 가볍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표준모형에는 우리가 임의로 정해줘야 하는 자유인자가 19개 있다. 쿼크나 전자등 각 소립자들의 질량도 여기에 속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 개수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신이 있다면, 신이 우주를 만들 때 자신이 임의로 정해줘야 하는 것들이 열 개를 훨씬 넘게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는 과학자들이 많다.

 













또한 표준모형은 암흑물질(dark matter)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역시 E =mc2따라 모두 에너지로 환산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이렇게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에너지로 환산하였을 때 우주의 전체 에너지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로서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서 빛을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어둡다. 암흑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실험적인 증거들로부터 거의 확실하며, 그것이 ‘물질(matter)’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정체를 아는 물질이 우주 전체 에너지의 4%밖에 없다. 불행히도 표준모형에는 암흑물질이 될 만한 후보가 하나도 없다! 한때 중성미자가 유력한 후보였으나 곧 배제되었다. 강원도 양양의 지하에서 서울대 김선기 교수가 이끄는 KIMS(Korean Invisible Mass Search) 연구팀이 암흑물질의 정체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KIMS는 한때 전기료 450만원이 없어 실험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표준모형이 암흑물질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 최근에는 표준모형의 큰 약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체계를 만들 때 암흑물질의 후보를 포함하고 있는 이론은 좋은 이론으로 평가 된다. 사실 표준모형을 조금만 확장하면 암흑물질의 후보를 얻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표준모형은 자연을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 혹은 최종이론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모두들 믿고 있다. 표준모형은 양성자 질량의 약 1천배 정도 되는 에너지 수준까지는 잘 맞는 이론이지만 그 이상의 에너지에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패러다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바로 이 가능성을 직접 타진할 수 있는 설비이다. 표준모형이 궁극적인 이론은 아니지만, 우리가 앞으로 한발 나아가는 데에 큰 디딤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미세조정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표준모형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을 추구하는 데에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초대칭(supersymmetry) 이론이다.

 

 

 

관련글 :  물리학의 표준모형

 

 

 

 

 


 

Prev [의학]인체기행..식도,9초면 통과한다 [의학]인체기행..식도,9초면 통과한다 2009.03.23by 서지미 [공지]운영회의록 Next [공지]운영회의록 2009.03.22by 강신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공지 [물리]표준모형의 난제들...이종필박사 1 서지미 2009.03.23 1825
2827 공지 [공지]운영회의록 3 강신철 2009.03.22 1797
2826 공지 맛있게 책 읽기 이중훈 2009.03.22 1794
2825 공지 책-아빠, 가려워 1 이중훈 2009.03.21 1588
2824 공지 [공지]유성사랑 책읽기 릴레이 8 강신철 2009.03.20 2220
2823 공지 지문은 알고 있다 1 이중훈 2009.03.18 1988
2822 공지 많이기다리셨죠? 과학동아배송됩니다~ 김영이 2009.03.18 1767
2821 공지 우주의역사,천천서,별밤365 오늘 배송됩니다. 6 김영이 2009.03.17 1984
2820 공지 뇌 신경망 촬영 -기사 2 임성혁 2009.03.17 1928
2819 공지 김억중 교수(백북스운영위원) 대전도시건축연구원장 취임 10 현영석 2009.03.17 1849
2818 공지 의식 관련 동영상 7 엄준호 2009.03.16 2022
2817 공지 [제 161회 현장스케치] 최초의 3분-김봉규 박사님 6 윤진희 2009.03.16 2001
2816 공지 책: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6 이중훈 2009.03.15 2202
2815 공지 [시] 비 - 정지용 1 전재영 2009.03.13 1982
2814 공지 7월 22일 오키나와에서 개기일식. 보러가실 분 있으신가요? 3 file 장종훈 2009.03.13 2070
2813 공지 원주율 π ..3월14일은 파이(π)데이...수학관련 서지미 2009.03.12 2388
2812 공지 2009 뇌과학 주관 1 임석희 2009.03.12 1800
2811 공지 이 책 참 괜찮네요. 이중훈 2009.03.12 2254
2810 공지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1 김보영 2009.03.12 1873
2809 공지 3월 영상강의 공지 3 전승철 2009.03.10 17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45 Next
/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