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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00:26

이기봉 박사 발표 내용

조회 수 2048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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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라를 알려면 골품제와 화랑도를 이해하라





골품제 - 신분제적 보편성과 신라적 특성


서양이든 동양이든 전 세계의 모든 전통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의 불평등한 지위가 결정되는 신분제身分制에 의해 운영되었다. 몇 개의 신분으로 나뉘어 있었는지, 각 신분의 명칭이 어떠했는지, 신분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이었는지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다. 하지만 일단 획득된 신분이 죽을 때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고, 신분이 다른 사람 사이의 결혼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간혹 높은 신분과 낮은 신분이 결혼하더라도 태어난 아이는 낮은 신분을 따라간다는 점 등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전통사회의 대다수 신분제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성격이다. 또한 신분에 따라 서로 하는 일이 달랐으며, 입고 자고 먹고 움직이는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이 신분에 따라 차별적인 규제를 받았다는 것 역시 전통사회의 대다수 신분제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성격이다.


신라 역시 전통시대에 있었던 나라였기 때문에 신분제를 통해 사회가 운영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골품제骨品制다. 골과 품은 각각 진골眞骨과 두품頭品에서 따온 것으로 신분을 크게 나누면 진골-6두품-5두품-4두품-백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골품제 내에서도 태어나면서 신분이 결정되어 죽을 때까지 갔으며, 결혼은 주로 같은 신분에서 이루어졌다. 간혹 신분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기록에서 보이는데, 이 때 태어난 아이는 낮은 신분을 따랐다. 또한 입고 다니는 옷과 장식, 사는 집, 타고다니는 수레 등에서도 신분 사이에 차별적인 규제가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골품제는 모든 전통사회의 신분제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속성을 동일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이란 측면에서 좀더 자세하게 들어가 보면 신라적인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표. 신분과 관등





전통사회에서는 관직과 별도로 귀족 사이의 정치적 서열을 매기는 제도가 대부분 있었다. 조선의 경우 정1품-종1품-정2품-종2품…정9품-종9품으로 이루어져 총 18계의 품계品階가 있었다. 신라에서는 일반적으로 1위인 이벌찬伊伐飡(또는 각간角干)에서 17위인 조위造位에 이르기까지 17개의 관등이 있었다. 이 중 진골은 모든 관등에 오를 수 있었고, 6두품은 6위인 아찬阿飡까지, 5두품은 10위인 대내마大奈麻까지, 4두품은 12위인 대사大舍까지 오를 수 있었다. 6두품이 6위의 아찬에서 5위의 대아찬大阿飡으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아찬重阿飡․삼중아찬三重阿飡 등을 만들었으며, 역시 5두품이 9위인 급벌찬級伐飡으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내마重大奈麻에서 구중대내마九重大奈麻까지 만들었다. 또한 실질적인 관직에서도 현대의 총리나 장관 및 광역단체장(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은 모두 진골만 될 수 있었고, 두품 중 가장 높은 6두품이라도 현대의 차관이나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까지만 할 수 있었다.


 


신분과 성씨의 사용 - 진골과 6두품의 특권


필자는 “전주 이씨 효령대군 18대손”인데,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계家系를 따지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거의 모든 국민이 성씨의 기원을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별로 없으며, ‘전주 이씨’에서의 ‘전주’와 같이 성씨의 본을 따지는 경우는 더욱 없다. 따라서 모든 국민에게 동성동본同姓同本의 결혼을 금지했던 것은 전 세계에서 한민족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보아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동성동본의 결혼 금지 인식이 한반도에서 형성된 것도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니라 조선이 건국된 이후에 형성된 것일 뿐이다. 고려시대에도 본이 있었지만 동성동본 사이에 결혼이 금지되지 않았으며, 신라시대에는 아예 본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 신라에서 신분과 성씨는 어떤 관계에 있었을까?


장보고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신라에는 총 9개의 성씨가 있었다. 이 중 진골에는 박․석․김3개가 있었는데, 모두 왕을 배출한 성씨다. 6두품에는 이․최․손․정․배․설 6개가 있었으며, 모두 신라의 모태였던 6촌장의 후예들이다. 백성은 말할 것도 없이 5두품과 4두품도 성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라에서 성씨의 사용은 진골과 6두품만의 특권이었다. 이와 같은 신분과 성씨의 관계를 보고 신라가 상당히 특이한 나라라거나 폐쇄적 신분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양반뿐만 아니라 중인과 평민까지 성씨를 사용한 조선이 특이한 경우지 진골과 6두품처럼 최상층의 지배층만 성씨를 사용한 신라의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경우다.





건국 설화와 6촌장 설화





신분제 사회에서 성씨의 사용은 조상으로부터 신성한 핏줄이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씨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신성한 핏줄을 강조하여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높은 신분에 한정된다. 만약 낮은 신분이 성씨를 사용하면 높은 신분에 도전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선과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전통시대에 성씨를 사용한 사람을 높은 신분 또는 귀족이었다고 보아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 신라에서 진골과 6두품만 성씨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신라의 두 뿌리였기 때문이다. 신라는 진골 중의 하나이며 외래인 계통인 박씨의 시조 혁거세 세력과 토착 계통인 6두품의 조상 6촌장 세력이 연합하여 현재의 경주통합시만한 소국으로 건국되었다. 이후 또다른 진골이면서 역시 외래인 계통인 석씨 시조 탈해 세력과 김씨 시조 알지 세력이 왕실집단에 합류하면서 신라의 토대가 굳건해졌다.   





골품제의 지역 차별성 - 가장 큰 신라적 특징


전통사회의 일반적인 신분제에는 비율은 다를지라도 노비․노예 등으로 불리며 주인의 재산으로 간주되어 대부분의 인권적 권리를 박탈당한 천민 신분이 존재했다. 이들 신분은 귀족이나 양반 등으로 불린 높은 신분의 일상생활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없으면 높은 신분의 권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진골-6두품-5두품-4두품-백성으로 이루어진 골품제에는 이런 천민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라의 진골이나 6두품 등의 귀족들이 먹고 입고 자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했을리는 만무한데도 말이다. 따라서 골품제에 천민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신라에 천민 신분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왜일까?


골품제는 신라의 신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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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식 2009.03.25 00:26
    어제 카페라에서의 정담이 끝나고, 이기봉 선생님을 대전역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학문하는 연구자의 뚝심 같은 것을 느꼈답니다.
    그 뚝심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이기봉 선생님의 다른 저작들도 읽어보렵니다.

    이기봉 선생님과 대전역까지의 30분이 넘 짧아 아쉬워서,
    이메일과 핸폰전화 번호를 받기를 요청했는데 흔쾌히 알려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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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선 2009.03.25 00:26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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