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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산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의사가 걱정 말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는 순간 약사는 “식사 후에 한 알씩 드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약을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지만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실 때 깜빡 잊고 약을 먹지 않았다. 잠시 후 “아차, 약을 안 먹었군!”하며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막상 약을 먹으려니 물을 찾을 수가 없다. 가까운 가게라도 가려면 100미터는 족히 걸어가야 하고, 오로지 약을 먹기 위해 생수 한 병을 구입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약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함께 있던 친구가 “그냥 삼키면 되잖아”라고 했다.

 


 


 










약을 먹을 때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은 약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위로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입으로 섭취하는 약은 일반적으로 위에 도달하면 위액에 의해 녹으면서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그리고 소장(작은창자)에서 벽을 통해 흡수된 다음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기능을 함으로써 인체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어 치료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알약을 입에 물고 오래 있다 보면 침에 의해 약이 녹으면서 쓴맛과 같은 특정한 맛을 느낄 수도있고, 캡슐에 싸인 약은 입에 오래 머물다 보면 캡슐이 열리면서 약 알갱이가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입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은 얼른 삼키는 것이 좋다. 입을 통과해 간 알약이 물과 함께 있으면 음식이 내려갈 때보다 훨씬 빨리 위에 도달한다. 즉 입을 지나 위로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 입과 위 사이에 식도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식도는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길래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음식물을 지나 보낸다는 이야기일까?

 


 












입은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한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이고, 코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얻기 위해 공기를 받아들이는 곳이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고, 코로 들어온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간다. 그런데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길이 서로 통한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는 경우 숨을 쉬기가 곤란해진다. 이 때 산소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코를 막고 숨을 참는 경우에도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때 코와 입으로 동시에 공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코 속에는 코털과 같이 공기 속에 포함된 먼지 등을 거르기 위한 장치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입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즉시 이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입에서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시급히 산소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으면 코를 대신하여 입이 일을 한다.

 

콧물이 심하게 흐르는 경우에는 코와 입이 통하는지를 직접 시험할 수도 있다. 코를 풀기 위해 손수건이나 휴지를 코 밑에 자꾸 대다 보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서 헐게 되는 경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코를 풀기 싫다고 코를 들이마시면 콧물이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폐는 액체와 맞지 않는 장기이므로 폐에 액체가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렇다면 들이마신 콧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약간은 지저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위에서 목구멍까지 역류한 물질을 “엑”하며 끌어올려 뱉어내듯이 콧물을 “흐으윽”하며 들이마신 후 “엑”하며 입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면 코로 들이마신 콧물을 입으로 빼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코와 입이 통하는 증거가 된다.

 

















코와 입이 통하는 장소는 기도의 맨 위쪽에 있는 후두덮개(후두개) 바로 윗부분이다. 코와 후두 사이에 위치한 인두는 흔히 호흡계통에 속하는 기관이며, 코인두, 입인두, 후두인두 등 세 곳으로 나뉘어진다. 입인두와 후두인두는 음식물과 공기가 함께 지나가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위로 가지 않고 후두를 통해 폐로 가면 곧바로 호흡과정에 문제가 생겨 숨쉬기 곤란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후두 입구에는 음식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하는 후두덮개가 존재한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을 통과하는 순간 캑캑거리며 기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후두덮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즉, 후두덮개가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어야 하지만,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반사작용에 의해 음식을 쫓아내게 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기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사래 들렸다”는 것이 바로 이 경우를 가리킨다.

 

 

 









식도는 지름 2cm, 길이 25cm 정도의 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인두아래쪽 끝에서 시작된다. 주된 기능은 입구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로 보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 식도 표면세포는 아주 두터운 층으로 되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자극에 잘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로 입에 뜨거운 음식을 넣은 경우 뱉어내야 바람직하지만 순간적으로 놀란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뱉어내기보다 삼켜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입은 뜨거운 감각을 잘 느끼지만 식도나 위에서는 뜨거운 것에 대한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하므로 입안의 음식물을 삼키면 응급처치(?)가 된다는 것쯤은 경험으로 몸에 습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 식도는 입에서부터 식지 않고 넘어온 뜨거운 음식에 대한 자극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그러므로 식도 상피세포는 두터워야 한다. 혹시나 뜨거운 국을 먹을 때와 같이 뜨거운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경우 음식을 뱉어내고 난 후에도 입 천장 등에서 세포가 떨어져 나오는 경험을 하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뜨거운 자극은 식도의 상피세포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빨리 떨어져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식도의 상피세포는 두텁게 되어 있어야 뜨거운 자극 등에 의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나머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피부에 손상이 생겼을 때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도와 같이 몸 속에 존재하는 상피세포도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자라나고, 수명을 다 하면 탈락된다. 식도는 뜨거운 자극뿐 아니라 마찰, 차가움, 화학물질 등에도 잘 견뎌야 하므로 상피세포는 두터울 수밖에 없다.


음식물을 잘 통과시키기 위해서 식도에는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샘이 발달되어 있다. 점액샘에서 분비된 점액은 상피 표면에서 음식물이 잘 이동해갈 수 있도록 윤활작용을 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은 식도벽에 달라붙지 않고, 순탄하게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입에서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해 잘게 부서진 음식물이 목구멍을 통과해 가려면 삼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긴 음식과 같이 쉽게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음식물을 삼켜야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삼키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삼키는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강도와 재질이 삼키기 쉽게 가공되어야 한다. 입에서 일어나는 소화는 삼키는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삼키는 과정은 음식물의 위치에 따라 구강기, 인두기, 식도기, 위로 들어가는 시기 등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구강기는 음식물을 입안 뒤쪽으로 밀어 넣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삼키는 과정 중 유일하게 자신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인두기는 후두덮개(후두개)가 후두를 막아서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 후 삼킴 반사(swallowing reflex)에 의해 음식물이 인두를 거쳐 식도로 들어가게 한다. 식도기는 식도에 존재하는 근육의 운동에 의해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 보내며, 식도아래 조임근이 열리면 음식물은 위로 들어간다. 음식물의 종류,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 삼키는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9초면 입에서부터 인두와 식도를 지나 위로 들어가는 과정이 끝난다.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1-2초만에 물이 위에 다다를 수 있고, 마른 떡을 삼키는 경우와 같이 식도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음식은 삼키는 과정에서 음식물이 얼른 내려가지 않고 목구멍을 답답하게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는 위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물을 마시면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면서 음식물이 위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구토는 위로 들어간 음식물이 입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구토는 아주 기분나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위액과 섞이게 된다. 위액에는 강한 산성을 띤 염산과 소화를 담당하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위벽처럼 위액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세포는 그렇지 않지만 식도 세포는 위액에 포함된 채로 역류한 염산 등에 의해 손상을 입기가 쉽다. 그러므로 구토를 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절대로 식도로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구토와 같은 심하고 특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식도를 역류해 올라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식도의 두 번째 중요한 기능이 바로 위 내용물의 역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식도의 위쪽 1/3의 근육층은 골격근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 1/3은 민무늬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의 1/3은 이 두 가지 근육층이 혼합되어 있다. 식도의 위와 아래 끝부분에는 돌림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 조임근의 기능을 한다. 식도 아래 끝에 위치한 조임근은 음식물이 식도에서 빠져나가 위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열리지만 평상시에는 수축되어 있어서 위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식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식도염이다. 식도염은 식도에 염증이 생기는 현상이다. 염증(inflammation)이란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하여 사람의 세포가 빨갛게 되거나, 열이 나고, 붓고, 통증이 있고, 기능이 상실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식도에 염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위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위액에는 염산뿐 아니라 소화효소가 들어 있으나 식도는 염산과 소화효소에 대한 저항력을 거의 지니지 못하므로 위액이 역류되면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이러한 외부자극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위암과 위궤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위나 식도에 염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염증이 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뜻하지만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의사들이 굳이 치료를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쓰린 통증과 같이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식도염을 해결하기 위해 약을 투여할 수도 있다. 위액이 역류하여 발생하는 식도염을 역류성 식도염이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식도 아래쪽에 위치한 조임근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다.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 다음으로 식도염의 흔한 원인은 감염에 의한 것이다. 세균 감염에 의한 식도염은 흔치 않지만, 대상포진 바이러스나 캔디다(Candida) 진균 등이 식도에 감염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그 병원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하면 된다.

 

 

 

관련글 :  이, 음식을 쪼갠다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간 후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하는 데 일반적으로 9초 정도 걸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9초는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린 시간이지요. 그러면,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식도를 지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나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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