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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 21:59

늘 짧게만 느껴지는 긴 대화

조회 수 2263 추천 수 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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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작시 한 수 전합니다.


2년 전 겨울에 저와 영주 씨가 상의없이 각각 지어서 이어붙인 작품입니다.


 


작자 : 이정원 & 송영주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어느 자리에서나 화제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주도하는 이야기꾼이며,
손글씨가 이쁘며 편지 쓰기를 즐기는,
대화 중 재스처가 큰 여자.


 


음악 들으면서 책 읽기, 자두 먹으면서 책 읽기를 가장 좋아하고,
락, 클래식, 재즈 공연을 즐기며,
각종 영화제 프로그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여자.


 


스스로 여행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항상 유럽 여행을 꿈꾸며,
국내.외 답사 여행을 즐기는 여자.


 


자두와 레몬, 석류, 포도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식초가 듬뿍 들어 간 반찬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여자.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은 저녁 대신 치킨과 맥주를 시켜먹어야 하고,
난공불락이었던 허재와 해태를 싫어한 여자.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사람 욕심이 많아 정이 많고 속이 깊은 여자.


 


어려운 퍼즐을 밀어내지 않고 답을 알아낼 때까지 집중하며,
게임이라면 지기 싫어하고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호기심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여자.


 


모든 게임에서의 승률은 50:50, 강력한 경쟁자이며,
책과 영화, 음악과 미술, 인물과 역사에 대한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여자.


단기 기억력이 나보다 좋아서 급히 메모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되며,
일단 믿고 따라서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눈치가 9단인 여자.


 


살바도르 달리와 클림트, 델러니오스 몽크를 좋아하며,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박찬욱,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김혜린을 좋아하고,
비와 차태현을 좋아라 하는 여자.


 


치킨과 맥주, 와인과 치즈, 조개구이와 소주를 즐기며,
내가 좋아하는 자장면은 느끼하다고 싫어하고,
내가 싫어하는 스파게티는 느끼하다고 좋아하는 여자.


 




 

내가 사랑하는 그는,


 


까무잡잡하면서도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피부를 자랑하며
유난히 어려보이는 외모의 소유자로
옆모습은 이정재,
앞모습은 이정원.


 


웃으면 눈이 안 보이지만,
작은 이야기에도 크게 웃어주며
한번 웃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웃음과 떼어 놓기 힘든 유쾌한 남자.


 


락, 힙합, 클래식, 재즈 등 음악은 그의 크~은 일부분이고
감동적인 음악 앞에 눈물을 흘릴 줄 알고,
좋아하는 음악얘기를 시작하면 너무나 행복해하며,
꿈에서도 뺏기기 싫은 그의 재산 목록 1호는 그가 모은 수백 장의 CD들.


 


특기는 순위 매기기와 감동하기.
그의 절대 음식 '지코바 매운숯불양념바베큐치킨'
그의 절대 음악 '베토벤'
그의 절대 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그의 절대 게임 '마이티'


매해 최.고.의 영화는 기억이 안 날 만큼 많고,
좋은 공연을 접할 때면 마구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그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는 것,
극장에서 옆사람에게 방해되는 일,
인도에서 내려와 차도에 서 있는 것,
책이 접히는 것,
껌 씹을 때 소리내는 것,
팔자걸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없는 세상을 싫어하고,


새로운 사실 알아가기,
퀴즈 맞히기,
열심히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
:
:
이런 모든 걸 나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 * *


 


 


행복한 결혼이란
늘 짧게만 느껴지는 긴 대화이다.
- 앙드레 모루아 -


 


우리는
서로에게 감탄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사이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우정은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선의의 경쟁이 되었다.
그가 선행을 하면,
나는 기어이
그보다 더 착한 일을 한 다음
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직성이 풀렸다.


 


- 장 자크 상뻬 <속 깊은 이성친구> 中 -


 


 


2002년 12월,
처음 만나 늘 짧게만 느껴지는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3년 동안 함께 하면서 이 사람이라면 늙어서도
여전히 신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이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대화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2005년 12월 18일


이정원 송영주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11-28 01:31:27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 ?
    송윤호 2007.11.09 21:59
    제가 다 행복해 집니다. ~ ~ ~ *^^*
    참 아름다워요 ~ ~ ~ ~ 오늘따라 햇살이 더욱 환하네요 *^^*
  • ?
    이상수 2007.11.09 21:59
    저 또한 흐뭇하게 미소지어 지네요. :)
  • ?
    이소연 2007.11.09 21:59
    와~ 행복한 점심시간이에요 ^^*
  • ?
    윤성중 2007.11.09 21:59
    ^^질투나도록 행복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감동 감동~~~~
  • ?
    박문호 2007.11.09 21:59
    드디어 피천득 선생님의 구원의 여인상에 견줄 만한 이야기가 출현했군요.
    이정원님의 표현할 수 있는 용기에 박수 보냅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구원의 여인상 보다
    더 활기차며, 다양성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 profile
    김홍섭 2007.11.09 21:59
    감동이네요^^ 저도 이런 시를 주고 받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대화를 함께할
    동반자가 나타 났으면 좋겠네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 ?
    이보표 2007.11.09 21:59
    와~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이렇게 오늘도 백북스 홈페이지에서 행복을 느끼고 갑니다~^ ^
  • ?
    황보영 2007.11.09 21:59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 ?
    임석희 2007.11.09 21:59
    너무나 아름다와요~!!!

    언젠가 이런 커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내 눈앞에 바로 그런 커플이 있다니~!!!
    놀랍고, 반갑고, 부럽고, + 기타 등등...

    정말 멋지고, 행복해 보여요. 앞으로도 행복만땅 기원합니다. 짝짝짝~~~
  • ?
    조동환 2007.11.09 21:59
    부럽습니다. 그리고 참 아릅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
    이정원 2007.11.09 21:59
    감사합니다. ^^
  • ?
    윤보미 2007.11.09 21:59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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