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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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창디가 호흡을 고르는 달이었습니다. 영화읽기는 7월 영화읽기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1천만 관객을 한 번 속인 영화


몇 년 전부터 충무로의 적자가 누적되어 영화제작편수가 감소하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 즉 가족장르의 필요가 대두됐다. '해운대'는 그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 아이까지 부담없이 즐겨야 하니, 허허실실의 스펙터클이 되어야 했겠지..

그러나, 이 정도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면 제 아무리 가족장르라도 앞으로 1천만 관객을 넘는 일은 없을 듯 싶다. 관객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으니까.

시속 700km 메가쓰나미에도 쓸려가지도 않고 목숨도 잃치않는 해운대 해변과 광안리대교 사람들은 어찌 된 영문이며 몇번의 살인적 파고를 헤치며 동일한 이를 두번 구조하는 구조요원이라니... 할 말을 잃었다.


시속 700km에 육박하는 거대한 쓰나미가 해운대 해변에 들이쳤음에도 마지막 장면에선 살아남은 걸로 묘사된 어느 슈퍼맨 부녀지간 단역, 롱샷



광안리대교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시속700km짜리 메가쓰나미, 물론 쓰나미가 해변으로 가까이 올수록 속도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속 300km이상 육박한다고 한다. 익스트림 롱샷





위 쇼트와 비교해보면 파도가 갑자기 낮아졌다. 롱샷



그러나 시속 700km짜리 메가 쓰나미가 지나간 다리위에는 뽄드로 붙여놨는지 트럭과 차, 심지어 사람들이 남아있다. 이 등장인물에게 더 위협적인건 쓰나미가 아닌, 유조트럭과 컨네이너선에 불이 붙어 폭발을 피하는것, 그리고 다리 위에 걸친 컨테이너선에서 떨어지는 컨테이너 박스 피하기.. -_-;;   컨테이너선이 걸릴 수 있는 다리라니.. 엄청 튼튼한가보다.. 롱샷




다양한 쇼트의 불균형한 배치



난 이 영화의 캐릭터와 드라마를 탓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애초 철저히 볼거리로서의 재난을 다룬 시간 때우기용 오락영화니까!


그러나 이 영화는 스펙터클을 표방한 오락영화다. 그래서 최소한 오락영화라도 스펙터클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부실해 몰입을 방해하는 근거들을 찾아내 탓해야할 것이다. 

CG는 일부 자연스러움과 웅장함도 엿보이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스펙터클 영화가 지니는 약점 롱샷의 부실한 배치, 익스트림 롱샷과 풀샷을 연결짓는 중간 숏트(롱샷)가 생략된채 잠깐의 익스트림롱샷, 남발된 풀샷과 클로즈업은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이러한 다양한 쇼트의 불균형한 배치는 가까운 일본이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3류 오락영화라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근거가 된다.





스펙터클이 영화의 주요 컨셉일 때 관객은 휩쓰는 쓰나미의 위력적인 전경을 더 보고 싶어한다. 해운대에서 남발된 풀샷






관객이 원하는 이런 종류의 롱샷이 해운대에서는 눈깜짝할사이 지나간다. 디테일과 노력이 필요한 이런 장면들이
부실하다는게 유감스럽다.




초두효과 primary effect 를 노린 얄팍한 스펙터클

쓰나미가 다가오는것만 잘 보여주면 나머진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해운대의 고층빌딩을 쓰러뜨릴만큼 엄청난 파고에도 불구하고 일반 3층 다세대 건물보다 낮은 전봇대에 붙어 살아남는 사람들 모습에 역시 쓰나미의 엄청난 위력을 기대했던 관객으로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고. 두번째 쓰나미가 몰려올 때 박중훈의 360도 트렉샷에도 불구하고 몰려오는 쓰나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 내지 어설픈 눈속임이 그 예들이다. 두번째 쓰나미에 의한 피해는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는지 느닷없는 F.O으로 아예 스펙터클로서의 관객서비스를 포기하고 만다.


볼거리를 표방한 이 영화 속에서 쓰나미는 여타 인간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해운대'는 쓰나미에 의한 피해에 대해 치밀하고도 성실한 디테일 묘사를 포기하고, 평범하나 슈퍼맨같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인간 주인공들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물론 1000억원을 들여서 스펙터클을 만드는 헐리웃과 100억을 들여 만드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는건 억울한 일이다. 스케일은 작더라도 앞뒤는 맞는 영화를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파도의 크기만 고질라만큼 키워놓고, 대책없이 연결시켜놓다 보니 욕먹는거다. 7미터 파도만 되어도 무시무시한 것을.... 부산을 다 삼킬만큼의 파도를 일으켜놓고 사람들은 개천같은 곳에서 용을 쓰니, 1000만이란 경이적인 스코어를 기록한 대작이 나란 드보잡에게까지 욕 먹는거 아닐까.




-그럼 니가 만들어 봐!!

-난 이런 스케일이라면 100억으로 안만듭니다. 단, 1000억 주시면 만듭니다. 내게 1천억 주실 능력 없으시면 이런 영화 만들어보라는 말도 꺼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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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임 2009.09.24 16:13
    여름 방학에 시내나들이 가서 두사람은 표를끊고 혼자 디브디방에서 적벽대전만 보고왔습니다.
    즐겨보는 장르인데도 웬조화인지 맘이 가지않았습니다.
    선생님 글을 보고 공부가 되었으니 기회 잡아 관람할 용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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