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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23:13

[자료] 6월 영화읽기 '낮술'

조회 수 4948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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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낮술'은 영화 비전공 감독이자 서울대 공예학과를 졸업한 노영석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그의 첫번째 장편이 6월 영화읽기 선정영화입니다.





알아두어야 할 용어


 쇼트 shot             샷, 테이크 take 라고도 함. 카메라가 중단됨 없이 작동하여 촬영한 길이
                            어떤 영화 속에 롱테이크가 30분 들어있다면 30분이 1쇼트 shot인 것이다.
                          
 컷 cut                   쇼트를 잘라 편집해놓은 것, 굳이 쇼트와 컷을 구별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TV드라마 속 간단한 대화씬에는 수십개의 컷, 쇼트로 구성돼있다.

 씬 scene               일반적으로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서 벌어진 컷들의 집합


 시퀀스 squence    한 사건을 담고 있는 씬들의 집합
                            일반적으로 장편영화에는 3~5개 정도의 시퀀스가 존재한다. 
                            여기선 해프닝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퀀스를 구분하는데 개인차가 있음.







자, 그럼 '낮술' 영화읽기의 유혹에 빠져봅니다~!



장편영화, 처음 5분에 주목하라! 잘 만든 영화 가려내는 또 하나의 비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초반 5분~10분 사이에 영화 전체를 압축하며 사건의 힌트를 숨기고 있습니다.



영화는 술자리씬 scene에서 시작됩니다. 이 쇼트 shot를 유심히 보면 뒤에 우스꽝스럽게 바꿔 써놓은 메뉴 보이시죠? 실소를 터지게 만듭니다.  첫장면에 배치된 실소유발 요소는 영화 전반에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미장센의 유무는 TV드라마와 영화를 구별짓는 차이이기도 하며, 놓칠 경우 관객입장에선 영화를 보고 난 뒤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첫 시작장면에서 나누는 약 4분여의 가벼운 대사에서 영화전반에 걸쳐 벌어질 사건의 복선이 들어 있습니다.


1. 여자친구와 헤어져 괴로운 주인공 혁진

2. 그런 혁진을 위로해주려 자신의 대학선배가 운영하고 있는 팬션(정선)으로 여행을 제안하는 친구와 그외 친구들

3. 혁진의 헤어진 여자친구와 혁진 여동생의 이름이 같다.




위 세 가지 정보를 드러낸 영화시작 5분은 이후 흐름 속에서 사건을 형성하며 관객들에게 조소와 연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소가 됩니다. 영화를 본 뒤 시작 5분이 영화전반을 요약했다면, 매우 잘 만든 영화의 조건 하나를 갖춘 셈입니다. 그래서 장편영화의 첫시작 5분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단일한 스토리라인 속에 해프닝이 끊이질 않는 영화


영화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중첩된 이야기 구조가 없는 단일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죠. 고로 무의식을 자극하는 일 없이 그저 킥킥 웃을 수 있는 해프닝 위주의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런 영화의 예로 94년 깐느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펄프픽션'을 들 수 있으며, 의외로 많고 흔합니다.


첫번째 해프닝. 친구들과 함께 떠나기로 한 여행 vs. 친구들의 말만 믿고 떠난 여행



얼떨결에 혼자 오게 된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상징하는 미장센. 추락위험 표지판 앞에서 걸터 앉아 담배를 즐기고 있는 혁진.


두번째 해프닝. 잘못 도착한 팬션, 호감녀와의 만남



호감녀가 혼자 왔다고 하자, 혁진에게 연인과 헤어진 이별의 상처 따윈 안중에도 없다.



호감녀가 술 사달라고 하니 술 사주고, 강릉 가자고 하니 강릉 같이 가준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다. 호감녀는 혁진 입장에서 정말 웃기고 이상한 여자! 



세번째 해프닝. 비호감녀와의 만남



'봄날'의 한컷처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봄날의 한컷을 그대로 흉내내는 비호감녀의 포즈에 혁진이 할말을 잃는다.




강릉행 버스에 나란히 앉은 혁진과 비호감녀. 혁진처럼 서울에서 강릉에 놀러왔다 차가 고장난 비호감녀는 자신의 수리된 차가 강릉에 있으니 그걸 함께 타고 서울가자라는 제안을 하지만, 이내 외면하는 혁진. 만약 이때 비호감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혁진의 수난기는 여기가 끝이었을지 모른다.



이후 앞의 해프닝과 연관된 해프닝 내지 혁진의 수난기가 정신없이 이어지는데, 안보신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하고 하일라이트 컷만 올리겠습니다.



경포대에서 호감녀와 또 만난 혁진, 이상하고 웃기는 여자를 혁진은 다시 호감녀로 받아들이고 만다.



 



 




주색을 밝히면 패가망신한다는 소재 안에서 '낮술'은 남자들의 이중성을 유머러스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텍스트 안에 적절한 근거도 대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과 지식을 무리하게 도입시켜 '낮술'에서 그 외의 메세지를 찾아낸다면 그건 좀 오버입니다. 요즘 일부 전문가들의 영화평 현실이 그러합니다. 남자는 조소와 공감을, 여기에 더해 여자입장에서는 통쾌함마저 느끼며 편하게 즐기면 되는 영화입니다.








반갑다, 5월 영화읽기 '봄날은 간다' 인용


제가 영화읽기에 '낮술'을 선정했던 이유는 5월 영화읽기 '봄날은 간다' 속 몇 가지 설정을 '낮술'이 별 무리없이 인용하고 변형하는데 있습니다. '너는 내 운명'(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야외자동차 극장씬에서 잠깐 '봄날'이 등장하긴 하지만, 왜 그들이 많고 많은 영화 중에 하필 '봄날'을 인용했을까요? 영화 '봄날'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속 정선터미널 내부가 '봄날'촬영지임을 알리는 인서트 컷 insert cut





'봄날은 간다' 속 한 컷 cut





극중 이영애 포즈를 취하는 비호감녀.



마지막씬 last scene에 등장하는 호감녀, 여자와 술때문에 온갖 수난을 다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호감녀의 등장에 놀란 혁진의 저 눈빛... 아직 정신 못차렸죠?






새로 나타난 호감녀 앞에 그간의 생고생도 다 잊고 새로운 수난을 준비 중인 혁진






봄날은 간다' 은수의 아파트, 상우와 은수의 첫날밤 씬 scene. '봄날'에서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에게 재밌는 얘기 좀 해달라고 하니, 상우는 '라면에 소주 마시면 맛있는데...'라며 솔로만 주접떨 수 있는 노하우를 언급.






영화 '낮술'에서의 경포대씬 scene 은 '봄날' 상우의 주접 대사를 과감하게 시각화해낸다. 한겨울 찬바람 쌩쌩 부는 경포대에서 라면에 소주를 먹는.... 그것도 혼자! 제대로 주잡떠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적 실수를 독특한 미학으로!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마련한 종자돈 10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준전문가급 디지털캠코더 Panasonic DVX100 모델에 미니35mm(혹은 50mm) 렌즈를 장착해 심도낮은 장면을 구현하여 찍은 영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래 컷에서 볼 수 있듯이 포커스(촛점)가 나가 있는 촬영간 실수가 곳곳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성능이 좋은 필드모니터 field monitor를 두고 확인해보면서 촬영해야 하는데, 싸구려 필드모니터를 두고 찍으면 포커스가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확인하기 힘이 듭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워낙 재밌게 흘러가다 보니, 이런 중대한 실수도 용서가 되는 영화죠. 오히려 낮술에 취한듯 정신혼미한 해프닝들과, 기술적으로 피사체의 포커스가 나간 것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낮술'은 '우연의 미학'을 성취합니다.





화면의 가장자리가 왜곡돼었죠?  렌즈 하나로 심도낮은 장면을 찍다보니, 생겨나는 기술적 실수입니다. 그렇치만, 낮술에 취한 듯 어지럽죠? 그렇다면 얼떨결에 감독은 '낮술'이라는 타이틀과 맞아 떨어지는 훌륭한 미학을 성취해낸 셈입니다.








블록버스터의 계절, 7월의 영화읽기에서는 '잘 만들어진 스펙터클의 조건'에서 '브레이브하트'등 헐리웃 웰메이드 스펙터클을 살펴보면서 쇼트의 종류, 여러 종류의 쇼트를 잘 배열함으로써 웰메이드 스펙터클을 성취하는 비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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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9.08.25 23:13
    창디 게시판에 퍼온 글이 많아서
    이런 좋은 글이 묻힐까봐 걱정입니다.
    퍼오는 정보를 줄이고 이런 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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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8.25 23:13
    지난 공연정보들은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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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9.08.25 23:13
    아니, 그러실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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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08.25 23:13
    첫번째 영화 읽기 "봄날은 간다" 정말 재밌게 들었는데
    두번째 영화 읽기 "낮술"도 기대할께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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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8.25 23:13
    송총무님. 직접 영화만 보심 되요. 6~8월 영화읽기는 게시물로만.. -_-;;; 올연말까지 제가 알고 있는한도내에서 영화읽기를 진행하고 그 다음 영화읽기부터는 개봉작 이야기 나누기로 넘어가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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