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후기
2009.05.17 10:37

[후기] 11차 모임

조회 수 4214 추천 수 0 댓글 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총무 시즌2로 시작한 창디11차 모임은 지난 4월26일에 답사했던 내용을 토대로 윤증고택 2차 답사보고가 이혜영님 진행으로 시작됐습니다. 제가 그날 가져간 캠코더 동영상을 스틸컷으로 잡아내어 가공을 안한 상태라 화질이 별로 좋치 못해 죄송했습니다.

그 날 찍은 동영상 중에 아래 스틸을 건졌네요. 안채 기단 끝에서 여인의 눈높이로 바라본 윤증고택의 바깥풍경을 찍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안채 기단에 양반집 규수가 서서 이놈저놈 왕래하는 저 입구 쪽 놓여진 길이 볼 수 있게 건축 당시 디자인했을까 의심이 듭니다. 남녀가 유별했던 조선시대에 양반집 규수가 함부로 얼굴을 드러낼리 만무하였기에 입구는 다른 곳에 놓여있겠구나, 그럼 어디 놓였을까란 의문점이 생겼죠.



그 날 파란 하늘 아래 형형색색 봄꽃에 파묻힌 윤증고택에서 꽃을 외면하고 집 읽기를 한다는 것이 실은 고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연못, 풍수, 바람을 고려한 배치, 베일에 쌓인 윤증고택의 담장 등등 의문점을 품고 왔으니, 관련 서적을 연구해보고 자주 답사하여 보고 또 봐서 의문을 해소하는 즐거움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워낙 흔들어대며 찍어서 깨끗한 사진을 얻기가 불가능했습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





뒤 이어 진행된 창디모임 최초의 독서토론 "집으로 보는 우리문화 이야기"가 김억중 교수님의 진행 아래 부담스럽지 않는 수위로 조절되며, 책을 읽다 생겨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시간을 갖고, 텍스트에 대해 무조건적 수용을 경계하며 비판적 책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무엇보다도 먼저 전통 속에 내재된 우리 문화의 가치가 찾아지고, 그것이 현대 상황에 맞도록 전승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동의했으나, p.23 에 제시한 한옥과 양옥의 구별에 관한 단순한 도식은 저자가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일제시대와 6.25, 무분별한 경제개발시대를 거치며 우리 기후와 풍토에 맞게 한옥을 짓던 조상들의 지혜가 오늘날 맥이 끊겨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남아있는 한옥에 대한 집읽기와 연구를 부지런히 한다면, 프랑스 전역에서 폐허가 되다시피 버려진 고딕성당을 복원했던 비올레 르 뒥(Viollet-le-Duc)이 말했던 '새 날개 일부분만 보더라도 새 전체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지에 오를 수 있을거라는 명언도 소개되었습니다. 하나의 단서만 보고도 한옥 전체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 (와;;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습니다 ^^)

그리고, 우리가 교외에서 흔히 보는 전원주택을 보면 마치 프랑스풍, 스위스풍 등등 우리환경과는 맞지 않는 생뚱맞은 집풍경에는 사대주의적 발상과 의식이 만연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프랑스풍이고, 스위스풍이라 말하는지에 대한 근거나 논리도 매우 빈약하다는 반론도 있었구요. p.162에서 저자가 "풍속이 좋지 않은 곳은 피해야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부분에 대해 "기왕이면 이런 곳이 좋겠다"로 고쳐야 좋을 것 같다는 지적과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역발상의 해석에 대해, 그럼에도 인간은 상황 아래 지배받는다며 저자의 의견을 옹호하는 등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땅의 집에 대해 모든 구전물과 기록물을 분석하여 아파트밖에 모르던 우리에게 조상들이 살았던 집과 그 안에 깃든 문화들을 설명해줘 매우 반갑고 기뻤습니다.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느낌이 이런거구나..

예를 들면,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짓기전 상량식을 올리거나 집을 짓고 난후 대청의 성주신, 안방의 삼신, 부엌의 조왕신 등등이 존재한다고 믿고 건축물을 인격체로 생각하고 대했다는 점은 매우 재미있는 사실이었습니다.
홍보가의 집짓는 대목에서 "대강 성주를 허하였으면.... 저릅대로 성주한 연후에"에서 성주하다 의미가 집짓는 행위였구나...하고 아는 기쁨도 누렸구요.


아래는 상량식과 관련하여..

■ 상량식 [上樑式]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종도리(마룻대)를 올리는 의식.


상량문은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자를 쓰고,

가운데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

밑에 2줄로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 등 축원의 글귀를 쓴다.


대략 해석하면 "하늘의 오색빛이 감응하고 땅의 오복이 준비하도다"입니다. 얼마전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들어설 종각의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이 열렸다는데, 그 날 올려진 마룻대에 이 글씨를 대전대 서예과 정태희 교수가 썼다고 하구요.

혹시나 도움될까 마룻대를 비롯한 한옥구조 그림을 첨부해봅니다.



아, 독후감 올리는 거 모두 아시죠? ^^ 총무시즌2는 반드시 올리세요.






아, 마지막 제가 진행했던 영화읽기에 빠지는 유혹의 시간이 있었는데요.
제가 강조했던 세 가지 기억하시나요? 집읽기와 무척 비슷해서 기뻤던 작년 창디 1차~3차 워크샵이 떠오릅니다. ^^





첫째, 캐릭터의 설정과 사건전개의 유기적 구성 관계로 보는 영화읽기 *캐릭터구성에 있어 서브텍스트가 설정된 영화 (소음공해, 시각공해와 같은 영화들 속에서 걸작 건지기)


둘째, 모티프motif 에서 유사성, 차이와 변형 살펴보기로 영화읽기









세째, 미장센=장면화(소리, 화면구성 등등)로 영화읽기










제가 DVD드리면 꼭 보세요! 문학과 예술이 좋은 것은 쌓여진 지식으로 삶과 세상에 회의를 품게 될 때, 美를 찾을 수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청춘의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를 엿보며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피천득의 오월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다음 달은 "봄날은 간다" 명장면을 함께 감상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걸작 텍스트를 가지고 포문을 열겠습니다.

















  • ?
    하경애 2009.05.17 10:37
    백북스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전광준 2009.05.17 10:37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정원 2009.05.17 10:37
    영화읽기 시간이 구미가 당겨요. ^^
  • ?
    송은경 2009.05.17 10:37
    봄날은 간다 찬찬히 생각하면서 보겠습니다!
    독후감은... 빨리 올리도록 노력할께요.
    하지만... 저 책 너무 재미 없다는거...ㅠ
  • ?
    전광준 2009.05.17 10:37
    이정원님, 눈치 채셨군요.ㅎㅎ 저거 했다가 모대학 특강 제의받았어요.ㅋㅋ / 송은경님, 천천히 올리면 어떻습니까. 잊지만 않으면 돼죠.
  • ?
    이정원 2009.05.17 10:37
    역시!!! 항상 응원합니다. ^^
  • ?
    전광준 2009.05.17 10:37
    네, 감사합니다~~~
  • ?
    송은경 2009.05.17 10:37
    그럼 독후감은 맘놓고 천천히 올리겠습니다-ㅎㅎ
    영화 읽기에 대한 반응이 넘 좋아서 저까지 기분이 좋네요!
  • ?
    전광준 2009.05.17 10:37
    영화보는 눈을 중급 수준까지 책임지고 올려드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7 후기 [후기] 1월 통섭발표- 음악의 빈 공간, 쉼표 이야기 8 정은현 2010.01.18 3660
406 후기 [후기] 1월 통섭발표- 영화의 공간적 요소 훑어보기(교정) 전광준 2010.01.19 4306
405 후기 [후기] 1월 통섭발표- 문학 속 공간탐구 (김억중교수님) 송은경 2010.01.19 2173
404 [후기] 12월 정기모임 류은희 2010.12.20 2366
» 후기 [후기] 11차 모임 9 전광준 2009.05.17 4214
402 현장스케치 [후기] 10월 창디 동영상스케치 11 전광준 2009.11.02 2337
401 공지 [회계] 사진배우기 1,3월 회비 사용내역 1 전광준 2010.03.14 2097
400 [회계] 사진 배우기 세 번째, 회비 사용내역 2 전광준 2010.04.05 2317
399 공지 [회계] 사진 배우기 네 번째, 회비 적립내역 전광준 2010.05.04 2243
398 공지 [회계] 5th~6th 사진강좌 회비 적립&미적립 현황 전광준 2010.05.30 2369
397 공지 [회계] 2009년 9월 ~ 2010년 1월 창디 회계보고 1 송은경 2010.01.17 1898
396 공지 [확정] 영화읽기 | 세계영화사 걸작 상영회 1기 일정 4 전광준 2010.03.15 3168
395 현장스케치 [현장스케치] 7차 창의성디자인모임 3 이혜영 2009.01.20 2876
394 공지 [필독] 이번주 사진배우기 + 포토북 제작강좌 전광준 2010.07.29 2607
393 [펌글] 통계청 클래식 동호회 '쉼표' 1 전광준 2009.08.13 1794
392 [펌글] 대전시민천문대 별음악지기 심우훈을 만나다 전광준 2009.08.07 2007
391 칼럼 [펌글] 김억중교수님 칼럼<3> 전광준 2009.12.31 2576
390 칼럼 [펌글] 김억중교수님 칼럼<2> 5 전광준 2009.11.28 2372
389 칼럼 [펌글] 김억중교수님 칼럼<1> 3 전광준 2009.11.07 2509
388 [펌글] 국내 건축여행관련 추천서적 1권 전광준 2009.11.07 19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27 Nex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