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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작가초청에 초대될 예정인 오세섭 감독님께서 창의성디자인에 글을 기고해주셨습니다. 물론 이전에 쓰신 것이지만, 감사할 다름!! 앞으로 눈에 띄는 영화감독 및 영화관계자들의 글을 실도록 유도하겠습니다.



 오세섭 감독 소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중앙대학교 첨단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2004 <토끼와 거북이>
 2005 <배달>
 2005 <누군가 유에프오>
 2005 <글라이더>
 2007 <그룹사운드 실전마스터>
 2009 <훼방꾼의 심정>등 다수 연출


 
 

                                                          


                  





  샘 벨(샘 락웰)은 에너지기업 ‘루나’에 소속된 계약직 근로자이다. 달에서 ‘청정’에너지를 채취하는 기지를 혼자서 지키고 있는데, 계약기간 3년이 끝나면 집에 갈 수 있다. 실시간 화상통화마저 고장 나자, 샘은 아내인 테스와 어린 딸 이브의 사진과 그들의 보내온 영상편지를 보면서 그리움을 달랜다. 이제 3년의 계약기간을 2주 앞두고 있는 현재, 샘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환영이 보이는 등 정신마저 불안정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은 채굴 기계를 고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눈을 떠보면 어느새 기지 안 의무실에 누워있다. 샘은 운영컴퓨터 거티(목소리 : 케빈 스페이시)의 만류를 뿌리치고 망가진 기계를 고치러 갔다가, 운전석에서 쓰러져 있는 자신과 똑같은 샘을 발견한다. 샘을 안고 기지로 돌아온 샘. 두 명의 샘은 서로를 보며 불쾌해 하는가 하면, 당황스러워 하기도 한다. 사실 그들은 달 기지를 위해 일하는 수명 3년짜리 복제인간들이다.





  이 영화는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주인공 역을 맡은 샘 락웰의 인상적인 연기가 잘 어우러져,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과 인상적인 주제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건조한 달 표면과 푸른 지구의 모습 등 아름다운 우주적 풍경이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뛰어난 주제의식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샘이 회사와 맺은 ‘계약기간 3년’이라는 설정은 물론 복제인간의 수명이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처음, 3년 계약직이라는 자막과 함께 달에서 에너지를 채굴하는 기지를 운영하는 샘의 모습이 나온다. 전형적인 아웃소싱과 기계화(혹은 선진화)된 산업현장을 보면서, 계약직 근로자인 나로서는 우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3년 동안 일을 해야 집에 갈 수 있는 샘의 계약서는 다시 70년대 중동의 산업기술자를 생각나게 했다. 나중에 샘이 5번째 복제인간으로 밝혀졌을 때, 회사는(혹은 조직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언젠가 인간 대신 기계를, 기계 대신 복제인간을 사용하고도 남을 성질을 지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희망고문. ‘일을 끝내면, 행복한 가정으로 보내주겠다.’ 라는 사탕발림. 그리고 그것은 3년이라는 계약이 복제인간의 수명과 일치한다는 죽음의 사인으로 치환된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은유이다. 우리가 회사(조직)의 부속품으로 일하는 동안, 회사(조직)가 전해주는 행복의 경로는 결코 따라 잡을 수 없으며, 그 해방은 다름 아닌 죽음에 이르러서이다.


 


  이 영화의 서정성과 슬픔이 처연하게 표현된 곳은 후반부의 한 장면이다. 죽어가는 샘은 회사에서 세운 전파방해 안테나를 피해 화상전화를 시도한다.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테스를 찾는 샘. 하지만 테스는 죽은 지 오래되었고, 전화를 받은 소녀는 아가의 모습으로만 보아오던 자신의 딸 이브였다. 그녀는 올해로 15살. 전화를 끊은 샘은 오열한다. ‘집에 가고 싶어.’ 샘은 집에 가고 싶다. 자신의 (조작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실제 집에 가고 싶지만, 돌아갈 집은 없다. 그리고 화면에는 외로운 달 표면의 월면차와 저 하늘에 빛나는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차 안의 샘은 울부짖고, 그 위에 떠있는 지구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달(MOON). 달은 지구의 위성이다. 지구를 돌며, 지구를 바라보는, 지구에 종속된 외로운 별이다. 감독은 정말 영화적인 표현으로 복제인간 샘이 그리워하는 실제인간 샘의 집을, 달과 지구의 관계를 통해 소름끼치도록 슬프게 그려내고 있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6번째 복제인간 샘은 달을 떠나 지구로 향한다. 그리고 복제인간에 대한 진실을 폭로한다. 그래도 그의 수명이 3년인 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조작된 기억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 또한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가 계산해 넣지 않았던 부속품의 반란이자 존재증명이며, 우리가 살아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작은 발자국이다. 그렇다. 이대로 죽어갈 수는 없다. 개개인은 조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시리즈글 링크: http://100books.kr/?no=1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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