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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16:32

[기획] 대전독립영화실록①

조회 수 2474 추천 수 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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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수 년간 대전에서 알게 모르게 '놈놈놈', '아이리스'도 촬영하고, '전우치'도 촬영했단다.

  그러니까 작년 대전에는 이병헌과 강동원, 정준호도 다녀간 셈이다.

  그러나, 영화에 관심이 지대한 나도 모르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대전시민은 얼마나 될까.

  시민들도 모르고, 대전이라는 자부심도 못 느끼는 이러한 단발성 촬영이 도대체 대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이야말로 창의성디자인 모임에서  매번 언급되던 '의미없는 디자인' 아닌가.


  대전시가 HD드라마 타운 조성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타지에서 들어온 하청 일만 묵묵히 하는 소(牛)같은 인력만 키우고, 촬영장소 대주고 대여비만 벌면, 배부른 돼지적 의미 외에 그 무슨 소크라테스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다 하청이 중단이라도 되면?? 대전은 곧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 훤히 보인다. 정말 시 공무원들의 생각이 이럴까. 아니면 대전에서 드라마판 할리우드 조성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빠져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걸까.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에서 장차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는 민첩한 범(虎) 같은, 지역의 드라마나 영화를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능력있는 꿈나무 발굴과 지원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지역의 모 협회 운영위원으로 있었던 작년 한해 동안 젊은 20대 감독들을 위한 여러가지를 협회 명의로 문화산업진흥원에 제안했었다.  HD워크샵, 서울권 감독과의 교류 등등. 이는 곧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작년 여름, 지역 독립영화 감독들이 '대전'과 관련된 단편영화를 쏟아내 옴니버스로 만들어보는 HD영화 워크샵 좀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고만 좀 웃기라는 대전시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의 냉소였다.

  아무리 듣보잡들이지만, 지역에서 독립영화 같이 좀 하자고 하면 거지 취급하는 건가 뭔가. 그들이 걸고 넘어진 건 대여비였다. 이런.. 젠장할 '소탐대실'스러움이 있나.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곳이 시민들이 대전에 의미있는 기획을 하고 추진하겠다는데 돈이나 내놓으라며 손이나 벌린다? 돈 있으면 왕이고 없으면 그지 그지 땅그지다. 그래, 대전시의 사고방식은 참으로 단세포스러웠다. 오히려 서울에서 대여비 품고 온 손님이 더 중요하고, 대전시민으로 살아가는 어느 독립영화 감독들, 장차 지역의 범이 될 수도 있을 인적 인프라들이 푸대접 받는 이 기막힌 현실 말이다. 그래, 역시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 그리하여 대전시를 떠나 서울시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살다 대전으로 돈 잔뜩 들고 손님으로 잠깐 일하러 내려와야 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심지어 독립영화인의 공문서류까지 받았던 문화산업진흥원의 어느 힘 없는 계약직 실무자는 독립영화인과 서류를 주고 받았다는 이유로 인해 재계약에 실패했다고 들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간 변명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됐다. 여기까지다. 

  손님의 대여비만 쳐다보는 대전시, 그러한 대전시의 등만 야속하게 바라보는 지역 독립영화인...  서로 변명만 있고, 답 절대 없다.




  대전시가 대전시민을 푸대접하여 범이 될만한 꿈나무들을 서울로 쫓다시피 보낸 인재들... 곧 서울산(産) 범이 되어 나들이나 나와줘야 범대접해주는 犬스러운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독립영화라는 게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만들고 난 다음의 옵션일 뿐이고 독립영화인으로서 최대 미덕이자 최우선 순위는 관(官) 냄새 나거나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자본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게 독립영화인이 가져야 할 정체성인거다. 그간 이러한 정체성에서 혼란을 느끼는,  관에서 예산 지원 않는다고 삐지고 뒤에서 궁시렁거렸던, 자칭 무늬만 독립영화인들이 지역에서 독립 영화인이랍시고 활보했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화한답시고 깝쭉거리는 나는, 20대부터 활동해온 그들과 비교해볼 때 비록 나이는 동갑일지라도 역사성으로 보나 정통성으로 보나 듣보잡인거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기본개념은 충전경고등이 들락달락거리는 그들에 비해 만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이쯤해서 제발 지역 독립영화인들도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그만 공무원탓 좀 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독립영화인이 누군가를 탓할만큼 스스로가 할 일이 없다는 반증이다.  대전시를 욕하는 일은 그만큼 자신이 한가하고 실은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만방에 널리 알리는 일이자 스스로를 파묻는 삽질이다. 사실 욕할 시간이 어딨는가. 어떻게든 자생력을 갖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독.립.영화로서 '독립'이란 이름 값이고 가치 아닌가.

  나는 얼마 전에 내 생애 최초의 멘토, 지인 아무개의 기획으로 대전지역 최초의 독립장편영화 제작파트를 맡게 됐다. '나와주세요'라는 가제를 제안했고 현재 시나리오 초고가 탈고되었다. 봉하마을 경비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후배가 자신의 군생활을 소재로 썼고 직접 연출할 예정이다. 당시 근무했던 소대원들이 출연하게 된다.

  3월 중 촬영이 시작될 것이고, 3월말쯤 해서는 창디회원님들에게도 촬영에 엑스트라 출연도 부탁드릴 예정이다.

  공적 지원금과 투기자본에서 독립해 만드는 지역 최초의 진정한 독.립.장.편.영.화.

  그 동안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이들.. 대전 독립영화사(史) 10년 동안 어떻게 지역에서 독립된 자본으로 독립 장편영화 하나 못 만들고 있었나! 스스로가 진보적이라 생각한다면, 제발이지 이 기회에 그간의 변명은 모두 걷어 치우고, 진정한 자기반성 좀 하면 좋겠다. 아니면 서울시민으로 합류해 손님으로 대접 받으며 대전에 금의환향하라.








 본 글은 2010 창디 영화파트 새 기획 대전독립영화실록 연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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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10.02.09 16:32
    지역 최초의 진정한 독립장편영화라니~
    전광준님의 독립을 응원합니다.

    아울러 엑스트라로 출연할 창디 회원님들,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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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2.09 16:32
    네, 총무님. 총무님께도 엑스트라 출연을 부탁드립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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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10.02.09 16:32
    저는 소셜 포지션이 있는 사람이라. ㅋ
    (농담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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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2.09 16:32
    윤총무님, 실은 저도 농담 ; . ;ㅋ (나중에 만나면 절벽에 세우고 발로 살짝 밀어주세요ㅎㅎ)

    이정원님, 힘이 불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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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종 2010.02.09 16:32
    멋집니다. 멋집니다.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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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10.02.09 16:32
    좀처럼 목소리 높이지 않으시는데 이 글에서는 하고픈 말씀 시원하게 다 하신듯 하네요.
    당당한 의견과 추진력에 박수를!
    더불어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달려가겠습니다. ^-^
  • ?
    현영석 2010.02.09 16:32
    "그만큼 자신이 한가하고 실은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만방에 널리 알리는 일이자 스스로를 파묻는 삽질이다"

    글 전체에서 문제에 직면하고 맞닥뜨려 깨 부시겠다는 치열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좋은 작품 나오겠네요. 기대하고 또 응원합니다.
  • ?
    전광준 2010.02.09 16:32
    유승종님, 시무룩해있는 제 자존감을 세워주셔서 언제나 감사했어요.^-^ 또 감사.

    송총무님, 항상 옆에서 제 부족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것만으로 아주 많은 힘이 된답니다.ㅎㅎ 언제가 될는지 한 번 잘~해봅시다~^^

    현영석 운영위원님! 정말 좋은 작품이 나와야는데, 많이 걱정은 됩니다. 이렇게 큰 소리 해놓고 犬판 치면 어쩌나 밤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오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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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영 2010.02.09 16:32
    충대에서 '워낭소리' 이충렬감독을 만났을 때, panic증세로 늘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있다는 얘기를 들었죠... 예술의 길은 정말 힘들군요... 전광준님의 열정이 꼭 빛을 발하길 기대하며... 토요일 창디 모임에서 뵈요... 지난 번 '졸업' 같이 감상한 사람입니다... '책아름세'카페지기로 인사 드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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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필 2010.02.09 16:32
    오랜만에 들어와서 전광준님의 결의에 찬 글을 보니 그동안 많이 바빠 보이셨던 이유를 알겠네요..항상 차분한 말투로 주변상황을 포용하듯 말하는 전광준님의 면과는 또다른 힘이 느껴지는 문체네요..하시는 일 잘 되길 빕니다. 화이팅~^^
  • ?
    전광준 2010.02.09 16:32
    네, 조기영님, 이정원님과 함께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에 공감합니다.
    역시 조기영님은 이면의 모습을 잘 이해하고 계시네요 ^ ^ 남들은 하고 싶은 일 하고 산다며 팔자좋게 보는데 ㅜㅠ

    박순필님, 오랜만에 글을 남겨주셨어요 ^ ^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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