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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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GV둔산)에서 지난 주 목요일 개봉해 이번 주 수요일 조용히 막내린 한국영화가 한 편 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재미교포 김소영감독의 2008년 작품 '민둥산'이다.




아마도 마케팅팀에서 바꿔 단 제목 '나무 없는 산'은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뚝심있게 사용된 클로즈업, 극사실주의 양식, 과감한 엔딩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연상시키듯 영화는 침묵 속에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일상을 잔잔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간극장'과 같은 휴먼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겠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클로즈업의 미학과 감독의 독특한 연출로 흔한 TV휴먼다큐와는 차별화된다.

마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유명한 이란 3부작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처럼 비전문배우를 기용해 극사실주의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중 엄마나 고모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비전문배우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비슷한 분위기의 '아무도 모른다'나 이란 3부작 등 여느 극사실주의 영화와 차별성을 획득하는 근거로는 역시 전편에 걸친 클로즈업으로 아이의 시선을 뚝심있게 유지하는 미학에 있다.  시각적으로 갑갑할정도로 과다하리만큼 시종일관 사용된 클로즈업은 관객의 시선을 아이의 시선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며 주변 사물과 어른들의 모습을 담아 아이와 관객사이에 동일한 정서를 형성시킨다.

아이들의 기다림에 대한 지루함과 그리움의 넓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하늘 인서트컷 insert cut 등등 감독의 사유 깊은 시각화 역시 돋보인다. 돼지 저금통이 차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 죽은 나뭇가지를 심고 싹이 트길 기다리는 아이들, 시골풍경 너머 보이는 공사현장은 '나무없는 산-아이들의 처지'라는 컨텍스트 context 안에서의 일관된 예들이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또 하나의 근거로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생태적 관찰에서 도출되는 자생력 내지 희망의 싹을 들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죽은 나뭇가지를 심어 뿌리내리길 바라는 아이들의 헛된 희망 내지 아름다운 전원을 곧 갈아엎을 건설중장비가 다가온다할지라도 말이다.
 

 "최고의 엔딩은 흔히 생각하듯 모든 영화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관객에게 대홧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멋진 엔딩이다" 라고 말한 영국 < BBC > 1라디오 영화 전문가, 제임스 킹의 말을 떠올릴만한 인상깊은 엔딩이 '나무없는 산'에 있다.

상업영화의 결말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어리둥절한 결말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이나 뉴아메리칸시네마 감독들이 즐겨 사용했던 열린 결말과 절묘한 엔딩마냥 인상적이었다. 99년도에 푹 빠졌던, 이와이순지의 '4월 이야기'의 그것마냥 사유에 잠기는 즐거움을 선사한 엔딩이었다. 어떤 엔딩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정보없이 그냥 들어가 영화를 보곤 하는 나는 영화를 본 뒤 주인공 두 아이의 꾸밈없는 연기와 극사실주의적인 연출양식, 여느 한국영화와는 다른 과감한 엔딩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 여러 정보를 찾아봤다.


무엇보다 캐스팅 뒷얘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를 골라내는 감독의 안목도 아주 훌륭했다.

주인공 진(좌측.김희연)은 감독이 서울지역 14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뒤져 직접 캐스팅해냈다고 한다.

“진을 섭외하기 위하여 서울의 14개 유치원 및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영화에서 진을 맡은 김희연 어린이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이 아이야!’라는 느낌을 받았다.
급식소에서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봤는데, 여동생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대화 중간중간에 나의 보잘것없는 실력의 한국어를 고쳐주기도 했다.
 ‘바로 이 아이야!’’



보통의 아역배우는 전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데 반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아이들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재연하고 있다.
이들은 마치 카메라가 없는 듯 행동하고 말한다.





특히 서글퍼 보이는 천진함이 깃든 빈 역의 김성희는 고아원에서 캐스팅됐다고 전한다.

“2007년 6월, 우리는 서울 변두리 고아원과 연계된 대학활동을 하는 친구를 통해 성희의 사진을 이메일로 받았다. 나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속 성희의 모습을 보고 아이를 무척이나 만나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가 원주 어린이집에서 성희를 만났고,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오디션을 진행했다. 성희는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도가 높고 적극적이었다. 성희에게는 아름다운 미소 말고도 5살 아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힘든 표정이 있었다."







혹시 서울에서 이 영화를 아직 상영하고 있다면 극장에서 이 영화를 꼭 한번 보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역설적이겠지만, 감독이 구사한 클로즈업 미학- 아이의 시선으로 되돌아가기 -을 제대로 느끼려면
스크린으로 봐야한다.




이 땅 어디에선가 부모와 떨어져

기다림에 지치고 굶주림에 지쳐있을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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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임 2009.09.10 23:06
    전광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경주와 울산네곳에 문의를 해보았는데 상영안하구요.
    포항 대구...(경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어디에서 관람할수있는지 컴퓨터들고 가게가서 쉽게 찾는방법을 저장해달라고해야할 상황입니다.
    찾는일이 제겐 참 벅찬 일입니다^^
    설마 내리진 않았겠지요?
  • ?
    전광준 2009.09.10 23:06
    네, 안녕하세요 ^^ 접때는 수상뮤지컬 갑천 촬영관계로 못뵈었습니다. 찾아보니, 대구/경북에선 유일하게 안동에 있는 중앙시네마에서 다음주 수요일까지 상영한대요. 서울지역은 종로구 씨네코드선재,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구요. 원주 프리머스에서 이렇게 전국적으로 딱 네군데에서 상영하는군요. 저도 이 영화가 상영되는걸 안 것이 상영 마지막날이라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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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9.10 23:06
    백북스 회원이 백명정도 본다고 하면 극장을 대관해서 관람하는것도 가능할 듯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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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임 2009.09.10 23:06
    전광준 선생님 굉장해요.어떻게 이렇게...신기합니다.
    흥신소에 문의 하는 수고를 덜게 되고 네군데 중에 또 안동이 있어 다행이고 내일은
    토요일이고,..기분좋은 소식에 행복한 저녁입니다.
    전 광준 선생님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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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은 2009.09.10 23:06
    그랬구나. 상영 마지막날 아셨군요. '바다쪽으로 한 뼘 더'는 제가 못가서 아쉬웠지만 언니가 잘 보고 왔구요... 대전예술의 전당 무료강연 '줌인 오페라'신청 했습니다. 좋은 정보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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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9.10 23:06
    네, 정수임님의 적극적인 관심에 저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 네, 이병은님. <바다쪽으로 한뼘더>는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지 않은 영화라 그날 오신 분들이 실망했을까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언니께서 좋은 시간 보내셨다하니 다음에 더 훌륭한 작품과 감독님을 모시고 일을 진행할 에너지를 얻습니다. ^^ 또한 정보 잘 활용하고 계시다니 감사할 다름입니다. 강연 잘 들으시고 시간되실 때 창디에 나오시거나 창디게시판에 강연내용을 회원님들께도 나눠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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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9.09.10 23:06
    와우, 전광준님께서 맹활약을 해 주고 계시네요.
    앞으로도 쭉쭉쭉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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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09.10 23:06
    보고나서 오래오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는 참 빨리 소리소문 없이 상영이 끝나네요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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