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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저널 4월 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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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헌(四可軒)



 


당호가 ‘사가헌(四可軒)’인데, 이 집에 담긴, 담고자했던 건축적 의지는 무엇인가.

사가헌(四可軒)을 말 그대로 풀면 ‘네 가지가 가능한 집’이다. 집을 지어 네 가지 가능한 기쁨을 얻는다는 으로 이규보의 문집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네 가지란 딱히 무엇 무엇을 지칭하기보다는 모든 게 가능한, 가능할 수 있는 바탕을 담는다는 의미다.




건축주 부부는 아직 젊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품어왔고 키워왔다. 건축주의 그런 마음이 내게는 아주 중요한, 숭고하기도 한 의미다. 다른 이들의 일상과 꿈을 키워 갈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그래서 조심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이 집에 담고자 한 건축적 의지도 이들 젊은 부부의 일상과 꿈이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많은 주택을 설계해왔다. 최근 주택작업을 중심으로 주택설계의 바탕이 되는 생각과 사가헌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수년전부터 근래까지 모두 6개의 주택을 설계했다. 그런 일련의 주택작업에서의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보면, 주재료로 노출콘크리트를 썼다는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는 이미 많은 건축가들이 즐겨 쓰는 재료지만, 난 그것을 미학적이나 어떤 트렌드적인 측면에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집은,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방해받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놓고 봤을 때 노출콘크리트는 아주 유용하다.


우선 집은 땅 위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외관의 집도 많지만 그보다 집은 안정감 있게 땅 위에 자리 잡는 걸 좋아한다. 집의 안정감과 평화스러움을 주는 데 이 재료가 유용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재료는 건물의 뼈대나 구조재로 더 많이 쓰는데, 이것이 구조재로 쓰이며 가려지면 작은 부분이라도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노출시키면 외장재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소홀해질 수 없다. 더불어 구조를 노출시키면 골격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그런 골격의 아름다움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록 흔히 쓰이는 재료라고해도, 재료의 성질에 맞게 중력에 딱 맞는 집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집의 바탕이 되는 생각과 같기 때문에 일관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주택작업과 사가헌은 당연히 다르다. 집의 설계는 대지의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가헌의 경우 산비탈 꼭대기 집으로 남쪽방향으로는 그다지 취할만한 풍경이 마땅치 않았기에 배치도 낮은 산을 향해 앉혔다. 결국 대지의 조건이 집의 형상을 이루는 뼈대가 된다.



 


전원주택의 정의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도심이 아닌 자연 속에서 이미 조성된 마을 속에 자리 잡아야 할 집의 성격은 어떻게 구분하였는가.

우리나라의 전원주택, 특히 마을 단위로 있는 전원주택들은 하나의 마을을 구성하는 건축으로서의 집짓기가 어렵다. 이미 분할된 필지속에서 마을과의 조화까지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원주택이나 도심주택이나 그런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집들이 함께 있어 마을이지, 건축적인 조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가헌은 그런 면에서 최대한 땅에 밀착하길 바랐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몸을 낮춘 집으로 그것이 마을 전체를 위한 작은 노력이며, 배려라고 생각했다.



 


창문은 왜 여기 있을까? 현관문은 왜 이쪽 방향일까? 또, 계단은? 집 속의 감동은 구성의 힘이라고 했다. 사가헌의 내부 공간 구성도 읽을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중력에 맞는 집, 안정적인 느낌의 외관이라고 해도 내부 구성은 마당을 분할하거나 공간과 공간 사이의 적절한 열고 닫음으로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입체감을 주려고 했다. 더불어 건축주 부부는 둘 다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남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을 원했고, 그런 건축주 부부의 일상이 집에서 펼쳐지도록 구성하는 데 마음을 썼다.


1 주방에서 본 거실 벽면. 1층 내부마감재는 자작나무합판이 많이 쓰였다. 집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함께 수수한 느낌으로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2 건축주의 작업실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창문을 두고 외부와 바로 접하는 곳이어서 실내에서 외부의 자연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다.


1층에 면한 외부 공간은 외부공간이면서 내부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실내 공간도 숨겨진 동선을 통해 의외적으로 공간을 만나거나 보다 쉽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아내를 위해 독서와 작업, 여기에 조금은 상반되지만 집안일과 육아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유연한 평면구조를 갖도록 했다.


▲ 1층은 거실과 주방, 건축주의 작업실 등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린 자작나무 합판으로 일부를 막아 거실과 주방 공간을 구분하되, 각 공간은 자연스러운 연결이 가능하도록 동선을 연결했다.


1 주방에서 현관으로 이어진 동선. 현관에서 내부로 들어오면 거실, 주방 혹은 2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접점의 공간을 만난다. 2 현관 앞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상부 창문을 열어 노출콘크리트와 합판 위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여 밝기에 따른 자연조명효과와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올라가는 설렘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작업실은 부엌 공간과 연결되고, 거실과도 연계되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내부마감 주재료는 자작나무합판이다. 자작나무가 갖고 있는 단단함과 더불어 고결함에 대한 정서가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도 수수한 동시에 품격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함께 주로 쓰인 외관 재료가 내후성강판이다. 두 재료의 대비가 강렬하다. 집의 외관 디자인에 대한 배려인가?

집의 외관이란 건축을 보는 한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외부의 공간구조의 성립이다. 외관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외관만을 별도로 떼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집과 관계 맺고 있는 주변의 상황들이 오히려 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대지나 자연과 집, 집을 살아가는 사람과의 삶의 점점 찾기가 중요하다. 접점을 찾아간 흔적, 그것이 집짓기라고 보면 된다.


내후성 강판은 시간이 흘러 집이 나이 들어가는 동안, 그 세월을 함께 할 것이다. 사람도 집도 마찬가지다. 함께 나이 들어가고, 함께 낡아 갈 무엇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더불어 노출콘크리트와 함께 듬직한 느낌도 줄 수 있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다.



 


2층은 부부와 아이방만으로 구성되었으나 보다 편안한 느낌으로 주변 환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2층의 외부 데크가 인상적이다.
1층이 일부 공적 성격을 갖는다면, 2층은 전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안방과 면한 외부 데크를 두어 부부만의 전용 외부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아침에 동쪽 빛을 받으며 일어나 어느 창문을 통해 햇살을 살피고, 언제쯤에 외부데크로 나가 자연을 바라볼 것인지까지도 생각했다.


▲ 안방과 아이방은 외부 데크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아이와 부부만의 바깥공간으로 노출콘크리트 가림막으로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 마당으로 열린 외부공간의 조망은 가능하도록 하였다.


실제 그렇게 사용하고 안 하고는 건축주의 선택이겠으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의 풍성함을 담아내는 일은 중요하다. 결국 위치나 구성, 배열은 보다 구체적으로 어느 방이든, 어느 공간에서든 어떤 삶의 일상이 펼쳐질 것으로 상상한 결과물이다.



 


집을 모두 지은 후에는 건축주에게 꼭 당호와 함께 집에 대한 마음을 담은 기록과 시(詩)를 지어 준다고 들었다. 집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가헌기(四可軒記)의 내용은 무엇인가.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로 만나지만 그 모든 관계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고, 내겐 더없이 소중한 인연이다. 더불어 집을 통해 건축주의 삶과 나의 집에 대한 생각이 함께 조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짧게 그 내용을 소개한다.



 


 


사가헌기(四可軒記)---------------------
40에 이르러 집을 취한다 함은 작게는 몸 둘 곳이 생겼으니 거리를 두고 너그럽게 세상을 바라다볼 수 있음이요. 크게는 몸의 질서와 호흡을 같이 하는 우주를 얻은 것에 다름 아니다. 세상살이 너무도 아슬아슬하여 본시 젊은 눈엔 풍경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법이련만, 주인 내외는 어찌하여 자연과의 독대를 염원하는 마음까지 깊숙이 들어섰을까 부럽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뭐든 가능한 기쁨 쪽으로 촉수를 대어 사방으로 뿌리를 내리려는 마음을 따라 지은 집이 우현이네 식구들의 삶을 축복해주고도 남으리라.


전통과 현대가, 도시와 농촌이, 가족과 이웃이, 이성과 감성이, 평지와 경사지가‥‥ 무엇이든 이분법이 어우러지고 스러지는 어스름한 지점에 삶의 재미가 솔솔 우러나는 집을 그려보고자 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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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4.22 21:14
    그 자리에 그런 집을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시어 보탤거 보태고 뺄거 빼는 고난하고 지루한 그러나 창조하는 즐거움을 위한 김억중 교수님의 열정과 수고가 고스란히 집으로 형상화된 듯 합니다. 멋집니다!!
  • ?
    윤보미 2009.04.22 21:14
    정말 멋이 깃든 공간이네요.

    저 공간에 누가 어떻게 살게 될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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