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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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오후 7시 한남대 공대 세미나실

저자 김억중 교수 인사말

반갑습니다. 책을 사랑하시는 100권 독서클럽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기쁜 마음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쓰고 나서 사실은 제가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건축 동네에서만 읽혀지는 책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출간 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추천도서로 선정이 되기도 했고, 일반 대중에게도 서서히 알려지게 되는 것 같아 흐뭇한 생각이 듭니다.
초본을 만들고 다듬는데 2년 이상 걸렸는데 그 동안 오로지 다듬기 작업만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2년 동안의 다듬기 작업은 다른게 아니라 건축책 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문체도 바꾸고, 무엇이든지 재미가 없으면 쉽게 덮어버리는 그런 세태에 나름대로 대응하기 위한 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재주가 없는 탓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하고 싶은 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집필 동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건강한 몸,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느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네 집은 네 큰 몸’ 이니, 자기 몸을 진정으로 소중히 생각하는 이라면 집도 잘 보살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이치지만, 우리 사회에서 우리의 그 큰 몸, 24시간 우리를 담고 있는 집은 화두로 떠올린 적이 없습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양반사이에선 집을 짓는 것과 좋은 집에서 기거하는 것은 자기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대대로 좋은 집을 물려주는 것은 일련의 가훈을 물려주는 것과 같은 전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좋은 집을 짓기 보다는 집을 통한 재태크를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집다운 집을 잘 지어서 역사속에 혹은 문화속에 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그 사람들의 생각에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을 예로 들어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가지 문제로 대단히 이단적인 결심을 통해서만 전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녀 교육 문제, 직장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온 가족이 전원생활을 하지 못하고, 결국은 자유 직업 혹은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은퇴한 사람 들만이 전원주택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층이 좁아지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도 도대체 자연으로 돌아가서 산다는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이 짓고 있는 집들이 정말 집다운 집인가 하는 것에 대해선 의문이 많이 생깁니다.
공부도 많이 했고 돈도 어느정도 벌었고 전문직 종사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그런 분들이 짓는 집 조차도 사실은 집 다운 집을 보기가 드문 이유는 기본적으로 ‘집다운 집이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우리 사회의 화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와 좋은 집을 설계하려는 건축가가 만나야 좋은 집이 탄생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져져 있어 좋은 집이 탄생하는데에 걸림돌이 되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집을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 것에 대한 안내서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재태크의 수단 vs 우리가 사는 공간

현재 우리 사회의 세태에서 집을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서 진단을 해보면 말씀 드린바와 같이 우리는 오직 집을 재태크의 수단으로서 팔 집을 생각하지 오래오래 살 집을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도 작은 평수에서 살다가 기회가 되면 평수 늘려서 갈 생각만 함으로써 잠정적으로 이 터에서 오래오래 살아가야할 개념보다도 언제든지 때가 되면 떠날 임시 거처처럼 생각을 하게 되다 보니까 그 집에서 누려야 할 주거의 기쁨은 뒷 전으로 밀려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살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사는 즉 유목민처럼 계속 옮기고 또 옮기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대부분 아파트를 사시기 때문에 다들 아시겠지만 아파트를 옮겨갈때마다 평수는 늘어가지만 아파트 거주공간에 있어서의 구조적인 문제는 인테리어만 화려하게 변해가지 사실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구조자체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어떤 아파트를 가봐도 거실 앞에서 큰 창문을 열고 보면 앞동의 디자인 되지 않은-창문과 복도만 늘어져 있는-스산한 모습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안과 밖의 관계개선을 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동과 동사이 최대의 용적률을 뽑아내는데에만 급급했던 공간 구성이 이어져 왔고, 그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깥을 잊어버리고 내부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내부에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쪽으로 트렌드가 형성되어 그것이 인테리어 열풍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파트에 입주한 후 3-4년 지나면 때도 타고 지겨운 느낌이 들고, 또 아파트를 갈아 엎습니다. 그게 리모델링입니다. 그런데 이 내부적인 리모델링은 불행스럽게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지루한 풍경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에서 바깥을 포기하고 내부만 봤을땐 그렇지만 만약에 집 안에서 바깥에 있는 현상들을 집안으로 어떻게 끌어들일까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되면 문제가 틀려집니다.사실 바깥에 있는 것들은 내 돈 들여서 하는 것은 아닌 것이고, 다시 말하면 바깥에 하늘이 있고 나무가 있고 새소리가 들리고 아주 좋은 소나무 냄새가 있는 이런 현상들과 집이 민감하게 잘 연결되어 있으면 그 모습들은 시시각각 변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기에 질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곳에서 거주한다라는 것, 그 변화 때문에 그것이 곧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연이 내게 다가오는 것들로 인해 인해 집이라는 것이 기쁨의 대상이 될 수 가 있는데 불행히도 지금 우리 현실은 근본적으로 아파트의 안과밖의 관계가 개선됨이 없이 글자 그대로 번지르르한 인테리어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조선시대 한시나 김소월 시인의 시를 알고 계십니까? 예를 들어 김소월의 시를 보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뒤뜰에는 낙엽지는 소리....”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김소월의 이 시에 집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풍경은 분명히 집에서 보는 것입니다. 시 속에서 보는 집은 배경이고 집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 그 자체를 즐기고 그곳에 사는게 기쁨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죠.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 공간의 감동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공간이라는 개념을 아십니까? 공간은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이고 실체로 느끼지 못하는 그 공간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집다운 집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에겐 공간이라는 건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입니다. 어느 장소에 가면 섬뜩한 느낌이 들고, 어느 장소에 가면 어린 시절에 뛰어 놀던 포근한 곳에 대한 낯익은 느낌이 드는 경험. 이 경험이 바로 공간의 힘을 경험한 것입니다. 공간의 힘이라는 것을 실체로서 생각함으로서 이것들이 내 삶과 내 몸과의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의 출발점 입니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공간에 있을때 내가 더 있고 싶고 살고 싶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공간속에 내재된 힘이고 그것은 바로 공간속에 녹아 있는 감동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집에서 살기 위해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줄 수 있는 그런 집에 대한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릴적 집에서 그리고 동네에서의 소중한 추억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후에 성장했을때 그러한 느낌을 갖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은 의문이 듭니다.
좋은 집이라는 것은 당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오래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면 예를 들어 한 아이가 할아버지가 태어난 방에서 태어나고 할아버지의 숨결이 그득한 그곳에서 자라고 아버지는 아이에게 할아버지와 있었던 집의 추억을 얘기해 주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공간이라는 것이 3대를 끈끈하게 연결해 주고 공통의 추억과 생각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공간의 감동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속에 잔잔한 감동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 건축가가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생각의 필수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공간속에 감동을 담아내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구성의 문제입니다.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소재의 얘기는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삼각 관계 혹은 사랑이야기들도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같은 사랑 이야기라도 어떤 소설은 책을 덮고도 그 애잔한 감정이 잔잔하게 흐르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소설은 읽다가도 중간에 덮어버리는 소설이 있습니다. 좋은 소설은 좋은 소재를 갖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책을 덮고도 이어지는 감흥을 이끌어 내지만 나쁜 소설은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제대로 구성을 하지 못해 중간에 책을 덮어버릴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여서 짜임새 있는 구성, 즉 건축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공간속에 감동을 담아내는 전문가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집이 우리를 감동시킵니까? 편리하고, 튼튼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감동이 있는 집이 되지는 않습니다. 집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 주변환경과 긴밀하게 호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느낀다

여러분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 유산들을 답사하게끔 만들었다는 순기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홍준 씨의 발걸음을 따라서 문화 유산을 답사하면서 공통된 생각을 갖게 됩니다. “난 느낌이 안온다.” 문제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 저기 다녀봐도 유홍준씨가 느꼈던 감흥이 오지 않게 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여러 군데 가봐도 도저히 감흥이 오지 않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는 스스로 눈썰미도 없고 나는 원래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을 갖게해 오히려 우리 문화 유산으로 부터 등을 돌리게 하는 역기능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아름다운 것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에 대한 설명도 필요없다는 것은 강변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느껴봐라! 라고 몰아세울 것은 아닙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 유산에 접근하고 그 것에 애정을 갖게 해주려면 감성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왜 아름다운지 왜 좋은지라는 것에 대해 최대한 설명을 해주고 단지, 그것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여서 좋은 집의 구성의 문제를 쉽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건축가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이 보면 언젠가는 깨달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면 안되고 집요하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아는 만큼 느끼는 것입니다.



강신철 교수(한남대 경영정보학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책 읽으신 분들 감상을 발표하셔도 좋고, 저자가 앞에 와있기 때문에 질문 혹은 자유로운 토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렸을때 집에 대한 추억을 생각해보면 어렸을땐 구석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파트들은 구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적엔 아이들이 숨을 곳이 많아서 숨바꼭질도 하고 혼자만의 공간도 만들고 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오픈되어서 숨을 곳도 없고 추억을 만들 공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공간의 구성 문제에 들어가는지요?

저자

요즘의 우리집과 과거의 우리집의 추억을 비추어 봤을때, 앞으로 내가 집을 지을때에는 구석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 라고 생각을 하면 스스로 가치있는 집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얇은 삶과 두꺼운 삶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옛날 집엔 다락방도 있고 땅집과 같은 경우에는 미로처럼 구성이 되어 있어서 어느 한 군데 숨어있으면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곳에서 꿈을 꾸기도 하는데, 요즘 아파트에서는 어느 한 곳 방문만 열면 완전히 오픈 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을 넓게는 사용하지만 두깨에 있어서는 아주 얇은 공간에서 삶을 이루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 사는 한 부부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그러면 서로간에 스스로 정서적인 안정도 도모하고 생각도 해봐야 하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지만 요즘의 아파트는 그럴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서로 감정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이 마주치게 되고 서로 어떻게 처신할 줄 몰라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억압된 공간생활의 단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평범한 신혼부부들은 원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데 신혼에는 서로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다툼이 원룸안에서 벌어집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져 있을때 원룸의 공간에서 서로 마주대하다 보면 한 쪽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나서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요. 그러면 더욱 다툼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서로만의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서 감정 정리를 하고 같이 잠을 자면 도움이 많이 될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원룸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집이라는 것이 재태크의 수단으로 전락해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이것이 집다운 집을 갖지 못하는 현대인의 설움입니다.

강신철 교수

좋은 집을 갖고 싶어도 여러 가지 건축비나 건축 자재비 때문에, 한 마디로 돈 때문에 실현을 못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자

이 문제는 건축가들의 문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집을 배경적인 관점에서 건축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한정된 공간에 대리석을 바르고, 값비싼 마감재를 써야만 좋은 집이다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에 기인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가의 생각만 좋아서도 안되고 건축주의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시골에다가 경량철골에 조립식으로 건물을 올리면 시골 어르신 분들도 그것을 집이라고 생각을 안합니다. 붉은 벽돌로 집을 짓지 않으면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건축주 스스로도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집이란 무엇인가? 굳이 그런 비싸고 견고한 재료로만 짓는 것이 집인가? 그것은 집의 여러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이지 그것만이 집다운 집이 될 수는 없다. 허름해도 낡아도 충분히 공간 구조의 언어로서 좋은 집을 만들 수 있다.

강신철 교수

건축대전에서도 규모가 크고 호화스러운 예술 작품 뿐만 아니라 아까 말씀하신바와 같이 값싼 재료로도 공간 구조의 언어를 통해 아름다운 집을 구현하는 건축가에게 시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건축인들에게 일침을 가하시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건축학과에 다니는 학생때부터 그런 마인드를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집이란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그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선에 있는 교수들이 교육을 시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콘크리트로 벽을 마무리 해도 “이것을 언제 페인트 칠을 해야 하나?”라는 고정관념적인 질문이 없는 학생들을 길러야 되겠지요.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강신철 교수

작년에 일본의 게이오 대학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도서관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보통 도서관이라 하면 그 대학의 상징적인 건물로서 화려하고 웅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에 저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삭막한 콘크리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견고하고 학구적인 아름다운 느낌을 갖을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 시켜도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나오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

맞습니다. 재료 자체의 고정관념을 없애야 합니다. 어떤 재료는 나쁘고 어떤 재료는 좋다는 식의 고정된 사고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콘크리트 속에 살면서도 그 콘크리트에 대한 저주가 대단합니다. 콘크리트 하면 삭막하다, 비인간적이다, 살벌하다라는 느낌만 갖고 도시를 상징할때도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실제로 삭막한 콘크리트만 본 것입니다. 콘크리트 자체로는 그것이 지탄받아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교수님께서 느끼신 것 같은 아름다운 감흥을 받을 수도 있고 여전히 삭막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까 말한 경량 철골과 조립식 샌드위치 판넬도 어떻게 썼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걸 썼다고 해서 그것은 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고정관념이다. 결국은 건축가나 건축주 우리 모두의 생각이 바뀌어야만 집이 바뀔 것 입니다.

현영석 교수

사실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을 전환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 혹은 건축관련 전문가들이 생각을 전환하고 국민들에게 계몽을 하는 식으로 접근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체적인 건축가들의 마인드가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일구어 내는 사람이라는 사명감을 갖아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일은 아니겠지요. 사실 경영학도 전체적인 의미에서의 학문이라기 보다는 돈 버는 사람들 기업가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의 노조의 행보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지만, 경영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노사관계론도 사측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학문이 아니라 노사 양쪽을 다 생각하는 학문이 되어야 할 것 입니다. 그렇듯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의 건축학도 기술적인 측면 혹은 경제적인 측면만의 학문이 아니라 문화, 감성적인 측면에서의 교육 학문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강신철 교수

저도 사실 시골에 조그마한 땅을 사서 경량 철골과 샌드위치 판넬로 집을 지어놓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도시에서 떠나 주말이면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차 있고, 또 시골에 내려가서 밭일도 하고 독서도 하면 너무나 행복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재료성 때문에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집다운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집다운 집이란 것이 꼭 그 재료성에 의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더욱 그 집에 대한 애착이 가고 기분이 더욱 좋아지는군요. 다시 짓겠다는 생각이 바로 고정관념이었습니다.

현영석 교수

이 책이 한 사람을 잘 교육시키게 된 것 같습니다.

젊은 건축가

전국민이 그런 생각을 갖고 살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 되는군요. (좌중웃음)

박현희(학생)

최근에 친구네 집을 새로 지어서 이사를 갔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집에 대해서 아주 불만족 스러워 하더군요. 10년 전이나 지금 짓고 있는 집이나, 교수님께서 말한 공간의 활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렇게 건축가들은 좋은 것을 알면서도 왜 실천하지 않을까요? (좌중 웃음)

저자

좋은 거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건축가는 별로 없을 겁니다. 사실 좋은 집을 짓겠다는 건축주 바로 당신이 건축가라는 생각을 갖고 건축가와 호흡을 해야만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집이 나오는 것인데, 건축가에게 모두 맡겨 버리면 그 건축가가 건축주의 마음을 100%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집을 지어도 불만족 스러운 부분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발가벗고 말씀드리면 건축가마다 활동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또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것은 다 틀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런면에서 건축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집을 지으려면 좋은 집을 많이 보고 자기 수준을 높여야만 좋은 건축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건축가별 능력의 차이를 보면 건축사 자격증이 있다고 되는 것이아니라 그 건축가마다의 차이는 오히려 변호사들의 차이보다도 더욱 들쑥날쑥할 것입니다. 결론은 좋은 집에서 사는 기쁨을 갖으려면 집은 짓고 싶은 사람이 더욱 관심을 갖고 안목을 높여야 합니다.

현영석 교수

그렇다면 건축과 집에 대한 안목을 높이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추천을 해주십시오.

저자

건축과 집에 관련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책들은 여러분 100권 독서클럽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실제 답사 프로그램 즉 국내의 좋은 건축물이나 집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저자

그에 관련된 홈페이지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집 읽기 교실’ 이라고 명명하고 이 책을 교재로 해서 집에 관한 강의도 하고 또 실제로 일반인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좋은 집들을 찾아 나서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강신철 교수

아주 좋은 생각 같습니다. 사실 저도 유홍준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 몇 군데 다녀봤는데 가는 곳 마다 그저 ‘공기 좋다.’ , ‘조용하다.’ 라는 생각만 들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 챙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사실 전공공부도 해야 하고 다른 곳에 일도 많고 하니까 문화 유산에 감흥을 못느꼈다고 해서 그 것만 찾아다니면서 그 분야에만 빠져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참여하게 되면 참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안목을 높인 다는 것이 전공하는 사람들 아니면 힘듭니다. 전공자들에겐 일상이겠지만 비전공자들은 전공자들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덕 밸리 연구원

그렇다면 아파트는 지양해야 할 주거 형태 입니까?

저자

그렇진 않습니다. 아파트의 주거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용적률만을 생각해서 막대기처럼 늘어놓는 1자 배치에 관한 아파트의 구성을 지양하자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 형태로는 제일 앞 동만 조망권이 해결됨으로써 가격이 조금 비싸고 뒤 쪽에 있는 동들은 그늘 아래서 생활을 해야하는 악순환적인 건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보면 아파트들의 광고 전단을 받아 보면 100이면 100 ‘전세대 남향배치’라는 문구에 느낌표를 콱 찍어 놓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보시면 30평을 기준으로 보면 방 하나와 거실의 반 정도만 남향의 혜택을 얻는 것이지 식당 혹은 나머지 방 두개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집 전체가 남향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로서 모두 거짓말이 되는 셈입니다. 아파트가 전세대 남향이 되려면 옛날 집처럼 방이 일직선으로 늘어져 있어야 하겠지요. 최근에 짓는 아파트 중엔 그 부분을 개선해서 북쪽에 있던 방 하나를 앞으로 끌어오는 구조를 쓰기도 합니다. 그나마 조금 개선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사실 전통적인 남향에 대한 선호사상에 찌들어 있는 한 아파트의 공간구조를 개선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디 친구집에 집들이를 간다 하더라도 보통 남향이 아니면 ‘그 집 남향이 아니더라.’라는 말을 하면서 좋지 않은 집으로 평가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공회사 사람들이 사업주로서 아파트 건축을 시행할 때 절대로 건축주나 입주자들의 주거의식을 절대로 앞서가지 않습니다. 입주자들의 의식보다 약간 앞서가는 선에서 설계, 건축을 하지 너무 앞서 나가게 되면 분양이 안됩니다. 이 말은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사용자들이 바뀌어야 아파트가 바뀌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건설회사들이 해외에 짓는 아파트들을 보시면 지하에 옥상에 정원도 만들어 놓고 수영장도 만들어 놓고 동서남북 배치를 하고 그 에 따른 시설을 통해 전 세대의 조망권을 확보하면서 아파트를 짓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들은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짓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입주자들이나 건축주들도 그러한 요구를 안하고 한 채라도 더 짓고 조금이라도 평수 넓혀서 팔 때 높은 가격을 받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재태크로서의 집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집다운 아파트가 탄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차피 입주하는 사람들이야 조금 있으면 평수 늘려서 이사갈 생각만 하기 때문입니다.

박병철 학생

뉴욕에는 100년된 아파트가 있는데 그 아파트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지었길래 아직도 건재하고 사람들이 거주하는지 궁금합니다. 건축도 시대의 흐름이 있고 트렌드가 있을텐데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할까요?

저자

그것은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주거 방식이 혼재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이건 사무실이건 어떤 유형의 건축물이건 간에 그 건축물 혹은 그 집이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구조에 이 집이 여전히 융통성 있게 쓰여질 만한 열려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집이라면 500년이 지나건 600년이 지나건 건재할 것이고 아주 특별한 시대에 특별하게 지어진 집이라면 그것은 파괴가 제일 먼저 될 것입니다. 열린 구조로 지어진 집들은 속의 내용이 바뀌어 지더라도 건축 자체의 생명력은 유지가 될 것 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 정도의 아파트라면 벌써 예전에 파괴되고 재건축이 되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에만 이용되겠지요. 건축물을 경제적인 가치만으로 보느냐, 문화적인 산물로 보느냐의 시각의 차이가 저 건물을 부수고 고층빌딩으로 짓느냐 아니면 그대로 보존하면서 역사를 증거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만드느냐 하는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유명 도시를 가보면 고층 빌딩으로 재건축해서 얻는 경제적 이득 보다도 오히려 5-600년 보존해서 얻는 관광수입으로 인한 이득이 더 많을 것입니다. 점점 한국적인 색을 잃어가고 국적없는 풍경으로 변해가는 한국의 도시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강신철 교수

이상으로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토론회는 야외에서 진행됩니다.
10월 25일 온양 현충사 앞마당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를 소재로 토론회를 갖습니다. 많은 참석 바라고 오늘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저자 김억중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 송윤호 회원
  • ?
    송윤호 2010.03.27 02:26
    내일 여행 출발인데 오늘에서야 이번 여행 주제도서를 꺼내봅니다. ^^

    읽고 싶은 집, 살고 싶은 집은 우리 백북스 31회차 공식 선정도서이지요.

    문득 생각이나서 과거 2003년에 제가 타이핑으로 중계한 후기를 올려봅니다.

    오늘 설레여서 잠이 오려나 모르겠어요~ 내일 제가 운전사인데 말이죠 ^^
  • ?
    전광준 2010.03.27 02:26
    와아.. 이런 글이 있었군요. 저는 머리를 이틀째 안 감아서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감고 자야지.ㅎㅎ
  • ?
    송은경 2010.03.27 02:26
    디자인여행 출발하기 전 읽기에 딱 맞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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