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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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여경섭 선생님의 첫 강의 주제는 사회적 조각’(Social Sculpture)이다. ‘사회적 조각이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의 예술을 특징짓는 개념이다.  ‘조각이란 개념도 그렇지만 사회적이라는 부가어 또한 낯설어 보인다.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보이스는 백남준과도 함께 작업하며 해프닝과 플럭서스, 설치미술로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현대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한 작가다. 동시대 팝아트의 앤디 워홀과 더불어 현대예술의 아이콘이 된 그가 말한 사회적 조각이란 무엇인지. PPT 자료로만 60쪽이 넘게 빈틈없이 준비하신 여경섭 선생님의 강의내용을 나름대로 간추린다.   


 
 
 
조각의 개념


조각이라 하면 흔히 돌이나 나무, 금속 등을 깎거나 새겨서 형상으로 만든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보이스에게 있어서 조각이란 이런 통상적 개념이 아니라,언어를 가지고 만든 비물질적인 특성을 지닌다언어란 바로 생각과 연결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며, 예술가에게 있어선 본래적이고 기본적인 조각의 단계라고 한다. 말하자면 조각은 눈에 보이는 물질로 된 형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엇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보이스가 의미하는 조각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의 작품 <Fat chair>를 살펴보자.


<Fat chair/ Fettstuhl>, 1964,
wooden chair with fat, 36 3/8 x 11 3/4 x 11 3/4 in.






 chair/ Fettstuhl>, 1964,
Wooden chair with fat, 3
6 3/8 x 11 3/4 x 11 3/4 in.



평범한 의자에 삼각형 높이의 두툼한 깔개 같은 것이 올려져있다
. 언뜻 보면 노란 밀랍인가 싶지만, 실은 순전히 동물성 지방질로 된 것이다. 지방(fat)은 펠트(felt)와 더불어 요셉 보이스가 주로 사용하는 작업재료인데, 외부로부터의 단절과 보호를 상징하는 펠트와는 다르게 기온이 따뜻하면 녹아내리는 유동적인 물질이다. 사진으로만 보면,그래서 이 작품이 어떻다는 거지?', 한 공간에 의자 하나 뎅그렇게 놓여있는 그런 미니멀리즘 작품과 뭐가 다를까 싶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 의자에 앉아보면 어떨까. 실내온도가 따뜻해서 지방이 버터처럼 약간 녹아있다고 상상하면서... 녹아내려 형태가 변하는 유동적인 물질과 의자라는 고정된 형태의 단단한 물질의 대비.



독일어로 의자는
‘Stuhl’이다. ‘Stuhl’은 또한 ‘Stuhlgang’의 줄임말로 똥을 의미하기도 한다. ‘Stuhlgang’은 의자 바닥에 변기가 달린 것인데, 요새말로 하면 이동식 변기 같은 것이다. 절대권력을 가진 태양왕으로 엄청난 대식가이면서 평생 변비에 시달렸던 루이 14세가 이런 변기에 앉아 대신들과 국사를 논했다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고, 실제로 그가 사용했던 변기의자가 예술품처럼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요셉 보이스는
‘Stuhl’의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활용한다. “나는 지방질을 의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것은 소화하고 배설하는 동안 따뜻하고 화학적인 변화과정을 수반하는 사람의 신체 기관을 의자가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렇게 말하면서 보이스는 의자를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고, 지방질은 화학적인 변화과정으로서 소화와 배설의 생물학적 작용 말고도 유동적 물질의 변화와 다른 형태로의 전환 가능성을 토대로 사람의 뇌를 상징하게 된다. 그리하여 지방의 변화는 곧 뇌, 생각의 변화를 의미한다. 보이스의 조각 개념에서 언어는 이처럼 물리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예술가의 콘셉트와 관람객의 사유에 관계되는 것이다.



보이스의 이런 예술언어에서 마르셀 뒤샹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 <L.H.O.O.Q.><Rrose Sélavy>, <Fountain> 처럼 뒤샹의 대표적인 레디메이드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유희적인 언어의 다층적 의미를 암시하며 기존의 미학적 틀에는 전혀 맞지 않은 상징과 이미지를 던져준다. 이런 뒤샹의 작품에서 우리가 부닥치는 것은 형식미학적인 가치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대하는 기존 통념을 깨는 새로운 정신이다.



실제로 보이스는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그러나 <Fat chair>가 전시된 1964, 독일 TV에서 그는 공개적으로 뒤샹의 -예술개념과 일찍이 예술활동을 접고 체스를 두며 침묵한 것을 겨냥하며 총체적인 부정 정신에 근거한 허무주의의 극단이라고 비판하게 된다. 보이스가 추구한 예술은 삶과 분리된 예술이 아니라,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삶과 일체가 되는 예술이다. 이를테면 뒤샹의 <병걸이>,  <모자걸이> 처럼 일상적 사물이 본래 용도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되는, 물리적 오브제로서의 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다. ‘흐름을 뜻하는 플럭서스(FLUXUS) 운동을 주도한 작가이기도 한 요셉 보이스에게 작품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관람객의 삶과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정신의 흐름,에너지, 같은 것이다. <Fat chair>는 물리적인 오브제의 영역을 벗어나 이런 예술정신을 발현하는 일종의 전시모델인 셈이다  



요셉 보이스의
조각은 예술 활동의 완성품이 아니라 과정이다. 유동적인 물질이 응고와 융해 과정을 거쳐 변화되고 전환될 수 있는 것처럼,사회적 조각의 목적은 자기의식 속에 굳어진 관람객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보다 나은 사회를 구성하는데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이스는 이런 사회적 조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열린 생각과 영성, 창의성, 상상력이며 이 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다고 하였다. 예술의 역할은 이 능력을 일깨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창조적인 활동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보이스는 실제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설치미술이나 플럭서스, 행위예술과 같은 예술분야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강의실에서 혹은 전시 설명회에서, 교육과 민감한 정치 현안 토론장에서, 길거리에서 등 거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였다. 사회적 조각은 어쩌면 그가 꿈꾸는 미래의 설계안인지도 모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의 부담을 안고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했던 1960년대 독일의 시대 상황과, 나치치하의 독일군으로서 참전했던 보이스 개인의 상처와 함께 전쟁으로 인한 독일국민의 집단적인 외상까지 극복해야하는 그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샤면'으로서 예술가의 역할이 바로 그의 '사회적 조각'에 각인된 것이다.





[요셉 보이스의 대표적인 '사회적 조각' 작품들]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1965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Honey pump at the workplace>, 1977 


<7000그루의 떡갈나무>, 1982-1987것인가>, 1965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할 것인가>, 1965



<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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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진숙 2013.09.09 10:02
    60쪽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용이 이렇게 정리되다니 후기 역시 놀랍습니다.

    1960년대 이후, 아니 앤디워홀과 뒤샹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 되는걸까요.

    기존 예술의 통념을 깨고 언어를 매개로 물리적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정신이 발현된 지 한세기를 지나고 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사회적 통념들은 여전히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요셉보이스가 제시한 예술의 역할과 개념들은 공부할수록 신선한 자유와 창조적 활동으로 생각의 자리를 옮겨주어 더욱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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