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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 5월 개봉영화 잡담 + 추천영화 두 편

by 전광준 posted May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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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십니다!


 마이너 성향을 띤 독립영화 한다고 하면 메이저 영화를 즐기지 않을거라는 오해를 쉽게 받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TV드라마도 좋아하고, 메이저 영화도 좋아합니다. 독립영화든 메이저 영화든 TV드라마든 잘 만들었으면 경계 구분 짓지 않고 좋아하죠.
 

 지난 두 달간 메이저급 개봉영화 - <시>, <하녀>, <아이언맨2>,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허트로커> 등을 어렵게 챙겨봤지만,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받은 영화는 없었습니다. 


 요즘 깐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시>의 경우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조금 뭉클했으나, 볼 때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기대와는 다르게 쉽게 풀어냈다는 생각 외에는 평론가나 관객들처럼 <시>가 잘 만든 걸작이다라는 판단은 들지 않더군요. 깐느에서 기립박수가 <하녀>보다 5분 더 길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 봤는데도 영화를 쉽게 풀어냈다라는 이 생각은 변치 않습니다.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된 보수성향의 영화진흥위원장의 <시>에 대한 터무니없는 낮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한 반발로 <시>를 맹목적으로 싸고 돌고 싶지도 않습니다. 작품중심적인 해석을 하려는 제게는 그런 것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으니까요. 물론 쉽게 풀어냈다는게 결코 단점은 아닙니다만, 타인의 처지를 잘 공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를 쓸 수 있다는 메세지라면 좀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뭔가 다른 메세지가 있을텐데, 잘 잡히지 않더군요. 물론 제게는 많은 대사를 흘려듣는 습관 때문에 마지막 부분의 시 구절을 온전히 이해못한 약점이 있고, 세월의 연륜이나 인생의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나리오도 구해보고 영화도 몇 번이고 반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녀>를 보면서 계급간 격차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인간으로서의 현실적 모습을 가감없이 담아낸, 마치 구차하고 불필요한 수식없는 오캄의 면도날 같은 이야기 흐름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러나 은이의 행위와 응축된 분노의 복수는 상호 충분한 설명없이 건너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한 남겨진 이들의 몽환적 엔딩을 보고난 뒤 기분이 왜 그리 찝찝했는지ㅎㅎ 그나저나 이정재씨의 연기력은 발군이었습니다.



 <하녀>와 <시>는 관객입장의 드라마적 기대감을 연출자가 과감히 벗어던지고 사실주의적 묘사를 통해 무심히 넘기는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두 영화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봤습니다.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는 <허트로커>, 올드패션풍(굿모닝 베트남)의 사건전개, 현실을 왜곡하는 액션영화 풍이 당혹스러웠지만, 무슨 근거로 이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를 휩쓸었는지 열심히 연구 중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편집의 리듬과 공포스러울만큼 잘 잡아낸 화면구도의 텅빈 여백에 깃든 긴장감은 훌륭했지만, 등장인물의 구도 중 피아에 대한 균형감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아이언맨2>, 적당주의 스펙터클이 난무한 영화였습니다. 액션이 밤 하늘에서 주로 벌어지는데, 이는 관객이 보고 싶어했던, 돈 많이 들어가는 박력있는 로봇액션 대신 밤이니까, 비싼 로봇이미지 보단 추진불꽃만 보여주면 되는, 이른바 '수작'을 부린 것이었죠. 아니, 요즘 관객들이 어떤 관객인데, 이 따위 수작들을 부리는지... 그나마 블록버스터급 액션 속에 숨겨놓은 허무개그가 빛을 발하긴 했지만, 허무 스펙터클을 보고 나온 저는 허무했을 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원작의 뛰어남에 이준익 감독의 위트가 어울려 중반까지 풀어 나가지만, 역시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디테일(사실감)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보였습니다. 연출스타일이 워낙 디테일과는 거리가 먼 터라 그러려니하고 봐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려고 하는 영화는 개봉이 요원한 마이클 무어의 신작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입니다. 정말 우연찮게 접하게 됐는데, 이미 <로저와 나>,<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911>, <식코>등을 통해 숨겨진 치부를 드러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감독 특유의 자본주의 비판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거대 금융세력과 공권력 아래 미국민들이 길 위로 내몰리는 충격적인 영상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또한 서민층에 대한 착취, 수탈과 얼마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 금융위기가 실은 월가의 수재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감독은 조목조목 근거를 들이댑니다. 물론 감독의 연출방식이 이성에 호소하기 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꽤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능력껏 구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편의 추천영화, 우리에게는 영화 <히트>와 <콜래트럴>로 알려진 마이클 만 감독의 99년작 <인사이더>입니다.


                                   




 내부 고발자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이 영화는 근래에 만난 수작이었습니다. 특히 영화는 등장인물과 적대적인물 간의 입장을 깊이있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통해 충분히 전달함으로써 적절한 균형감각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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