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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억중의


畵問和答


" 그 그림이 내게 물었다"


 


 


 


2014년 3월 5일


제 1강 : 그대의 집은 어디까지인가


오원 장승업, 방황학산초추강도, 1879



옛 선비들은 평생 몇 채의 집에서 살았을까? 우선 자신이 태어난 생가가 한 채 있었을 것이고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르면 한양에 기거할 집이 또 한 채 필요했을 것이며, 지방 수령으로 발령을 받으면 그 곳에 머무를 관사가 한 채 이상 마련되어 있었던 데다 자칫 당쟁에 휘말려 유배라도 가게 된다면 거기 또 한 채가 불가불 있었을 터이니, 이렇듯 출사한 선비들은 한반도 어느 곳이든 적어도 서너 군데 이상의 집을 자의반 타의반 옮겨 다니며 노마드 못지않은 삶을 살기 마련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가와 외지의 임직 공간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가야 했던 선비들에게 평생 기거(寄居)와 유람(遊覽)의 반복은 기꺼이 받아들여 즐길 줄 알아야 했던 일상생활의 기본 패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12


제 2강 : 나를 바라다보는 나는 누구인가


De Chirico, Autoportrait, 1922-1924



평소 나는 데 키리코의 그림에서 몇 개의 익숙한 고전건축의 오브제들과 그림자 깊은 적막한 광장, 그를 둘러 싼 건물들이 만들어낸 알 수 없는 공간의 힘을 느끼며 그 중에 한 점만큼은 꼭 소장하고 싶은 마음으로 보고 또 보곤 해 왔다. 어떤 때는 저쯤 되어야 필요 이상의 현란한 테크닉과 혐오스런 수다도 다 멈추고, 목이든 어깨든 힘 다 빼고 난 후의 순수한 건축의 힘이 자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바로 그 진공(眞空)의 지점에 서서, 나는 그림 속을 지나 내 건축이 가야할 길을 어렴풋하게 예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데 키리코, 그는 누구인가를 묻던 나는 언제부턴가 컴퓨터 배경화면에 1922년에 그려진 그의 자화상을 띄워 놓고 ‘나를 바라다보는 그’로부터 그러는 너는 누구냐는 직격탄 같은 물음 앞에서 꼼짝없이 그의 염치를 보아가며 하루 일을 시작한다.







2014년 3월 19일


제 3강 : 지금, 여기가 낙원


이명기의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



햇볕을 가려 그림자를 드리울 만한 일산(日傘)처럼 커다란 소나무를 짱짱하게 배치하였던 연유가 궁금해지고, 그 아래 띠집을 엮어 유유자적하며 서재 안에 의관을 정제하고 독서에 여념이 없는 저 선비의 삶이 궁금해진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막 졸음을 못 이겨 결연한 의지와 혼돈한 꿈 사이를 오고가며 사투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어떤 찰진 생각과 느낌으로 고요와 평화가 깃든 대낮의 한 순간을 어떤 재미로 홀로 맞이하고 있을까. 어쩌면 앎과 삶의 일치를 이루려는 선비라면 언제라도 사라질지도 모를 이 극적인 순간들, 그 행복의 계기들을 살아 있는 동안 잘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누려야할 지부터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2014년 3월 26일


제 4강 : 그 자리, 그런 집


안견, 사시팔경도 만추 15세기



화면 안에 집들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를 잘 찾아 전체 화면을 구성한 화가, 안견의 공간경영 능력을 보면, 그 또한 사려 깊은 건축가라 할만하다. 그런 그에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건축이 다다를 수 있는 지고(至高)의 경지는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다다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곧 나를 전문가라 생각하는 이들 누구나 내게 불쑥 물어볼 수 있는 물음이며, 무엇보다도 건축 공부를 시작한지 40년이 되었지만 내 스스로 한 순간도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답게 그 물음에 대뜸 단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 한다면 어찌 하겠는가.







2014년 4월 2일


제 5강 :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겸재, 박연폭포



어찌 보면 겸재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묘사하기도 하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장소의 혼’(genius loci), 그 장소에서만 느끼며 누릴 수 있는 삶의 진면목을 그려 우리와 소통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화가에게 사실대로 묘사하는 능력이나 붓과 먹을 다룰 줄 아는 테크닉 같은 문제보다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회화라는 언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소통하려 했는가 하는 물음이 아닐까? 겸재의 그림이 내 삶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힘을 발휘했듯이 시든, 회화든, 건축이든,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울림이 없는 소통이라면 모두가 공허한 일이 아니겠는가.







2014년 4월 9일


제 6강 : 옥루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A. N.l Wyeth Christina's World (1948)



자네가 이 집을 보았지마는 이 집의 낙은 알지 못할 것이네. 화창한 바람이 맑고 질탕하여 ...거문고 줄을 퉁기면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는 듯하고 노래를 부르면 가는 구름도 멈추며, 향기로운 바람과 난초 냄새가 수십 리에 풍겨 화류(花柳)와 꽃다움을 다투니 이것은 내가 봄에 얻는 풍경이다. 여름철 찌는 듯한 한더위에는 북쪽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청풍이 서늘하게 불어오고 깊숙이 자리 잡은 집이 저절로 그늘져서 햇빛이 엿보지 못하며, 찬 얼음으로 둘러싸고 큰 부채를 마주 부치며, 거기에 또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어서 아름다운 그늘을 제공하고 맑은 소리를 보내어 서늘한 기운이 8~9월의 기후와 같게 하니, 인간 세상에 쇠를 녹이고 돌을 태우는 듯한 무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하네. 이것은 내가 여름에 얻는 풍경이네. 가을과 겨울에는 따스한 안방과 후끈한 별관이 있다네. 이 집은 나에게 이와 같은 즐거움을 주는데, 나는 집에 보답할 것이 없다네. 다만 화려한 문사(文詞)를 써서 집의 영화로 삼으려 하는데, 자네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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