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중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by 전광준 posted May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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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송은경 총무와 함께 공주 마암리에 있는 김억중 교수님 자택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2년전 교수님 처음 뵜을 때, 문학과 영화를 통해 건축을 알기 쉽게 개론해주시고, 거기에 더해 제시해주신 언어적 패러다임 관점에서 작품읽기는 당시 제게 커다란 화두를 남겼습니다. 이후, 영화읽기에 접목하여 디테일에 충실한 작품읽기를 시도하여 2년이 지난 지금, 개인사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당시 먹고 살던 일을 그만 두고 영화에 뛰어든지 막 2년이 지났을 때였고 대충 만든 영화 한 편이 인정받았다고 해서 우쭐해있던 때였습니다. 교수님의 영화에 대한 식견에 감탄하고 건축이 영화만 아니라 모든 예술과 그토록 닮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제 안의 무지함을 벗겨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작품을 대할 때, 감동을 받았다면 왜 감동을 받았는지 보고 또 보며, 패턴을 찾아내고 숨겨진 디자인의 비밀을 찾아내라고 강조하셨죠. 그리하여 왜 좋은가에 대해 이유와 근거를 밝히기 위해 책도 뒤적거리고, 작품도 뜯어보고 규칙을 찾아내다 보니, 비록 스스로 갈길은 멀지만, 창디 이전과 이후의 제 영화보는 눈이 확실히 구별되어집니다.



  그 가운데 한 예로 작년부터 진행된 영화읽기와 올해 이어지는 영화상영회는 김억중 교수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거둘 수 없는 개인적 성과입니다. 가슴 뿌듯합니다. 김억중 교수님은 건축으로 영화를 가르쳐 주신 첫 스승님이셨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나 아니면 피곤한 몸이나 대충 뉘이는 공간에서, 집이란 건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 철학마저 반영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안팎의 자연환경을 잘 관찰하고 집주인의 성향 등등을 사유하여 집을 디자인해내야 한다는 말씀도 다시금 음미해봅니다. 단순히 고개만 끄덕이고 마는게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 적용시켜 봐야 한다는 큰 그림 안에서 한국건축의 디자인의 비밀을 사유해야한다는 소중한 화두도 남겨주셨습니다. 정작 학계에서 한국건축에 대한 연구가 너무 소홀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내셨죠. 그리하여 3월 디자인 여행은 어떻게 한국건축을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해주셨습니다. 이땅의 선조들이 살아간 건축물을 의식하지 못하고 성냥갑같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살아가고 있는거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고 사는지에 대해 일깨워주신 점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해 늦가을 마암리 자택에서 뵌 이후 시간은 또 흘러 봄의 한 가운데에서 다시 마암리를 찾았습니다.



  그 사이 교수님께서는 옹기를 모아 놓으시고 머릿 속의 이미지를 자유로이 풀어내어 그림을 그려 넣으시거나, 글씨를 써넣으신 옹기 작품들을 방안 한 가득 채워 놓으셨어요. 9월이면 작품 전시회도 하신다하니, 바쁘다 외치며 살던 송총무와 제가 스스로를 부끄러이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일을 할 때면 스피드만 내서 하려고 했는데, 세월이 묻어나면서 일이란건 저절로 진행되는 속성이 있음을 깨달아 지금은 일을 대할 때 스피드와 여유를 갖게 된다는 말씀도 가슴 깊이 여운을 남깁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김억중 교수님께, 그리고 백북스의 모든 스승님들께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심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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