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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영화읽기는 창디 이벤트 주제 사랑과 관련하여 영화읽기를 진행했었습니다. 클래식이 된 KBS드라마 가을동화 3부와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텍스트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제가 해마다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틀어놓고 보는 드라마가 '가을동화' 입니다.

 의존성을 지닌, 시대에 뒤떨어진 여성캐릭터와 신파멜로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다소 냉소성향인 제가 최루성 멜로물 가을동화에 홈빡 빠진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11월 영화읽기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를 아래와 같이 설명해드렸습니다.





 
절묘한 편집과 첫사랑에 대한 뛰어난 미학적 수사의 발견 가을동화3부





#1 가을동화 3부의 중간에 배치된 '이별'씬입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떠나 생모곁에 남기로 한 은서는 양육해준 부모와 준서오빠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 그들이 탄 차를 쫓아갑니다. 이 터널은 실은 기막힌 장치로 절묘한 편집을 가능하게끔 도와줍니다. 무엇을 어떻게 절묘하게 디자인해냈는지 살펴봅시다.




#2 무정한 자동차 뒤로 한없이 작아진 은서의 이미지. (카메라를 생각없이 들이댄 것이 아닌, 더 애처롭게 보이게끔 은서를 작게 촬영한 것이죠.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3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슬픔에 망연자실한 은서.





#4 보면 볼수록 명장면입니다. 터널을 매개로 한 이별의 이미지는 매우 훌륭한 미장센입니다. 어두운 터널을 사이에 두고 멀리 사라져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은서 오른 편에 암전을 배경으로 아련하게 담겨집니다. 이별을 시각화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니겠습니까.





#5  사실 준서와 은서는 피 한방울 안섞인 남매지간으로 10여년을 넘게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운명의 장난 앞에 헤어진 둘 사이를 가로막은, 막막하기만 한 그리움은 어느덧 애틋한 사랑의 감정으로 싹트게 돼죠. 은서가 슬퍼하고 있는 이 컷 뒤로 기막힌 컷이 이어집니다.





#6 키워준 가족이 무정하게 사라져갔던 터널 저편에서 누군가가 , 서럽게 흐느끼는 은서쪽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 누굴까요?






#7  빈틈없이 잘 생긴 한류스타 송승헌?? ㅎㅎ 바로 성인이 된 준서가 걸어옵니다! 

   #6과 #7사이 그 감쪽같은 사이에 드라마는 10여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뜁니다. 터널을 매개로 은서 앞에서 가족들이 매정하게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성인이 된 준서 앞에서 흐느껴 울던 어린 은서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떠올려볼 때 사람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당혹감과 놀라움이 이 드라마 속에서 어린 은서가 느끼는 상실감과 이제는 사라진 첫사랑을 찾고 있는 준서의 애틋한 정서와 결합되면서 이별의 상심과 가물가물한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효과적으로 자극합니다.



 자, 그리고 준서의 기억속에 떠오르는 은서와의 추억, 자신의 첫사랑의 이미지가 이어집니다! 다음 컷을 보시기전에 #6을 한 번 더 보시죠.





 
#8  #6과 비교해보시니 어떤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6은 광각렌즈나 표준렌즈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카메라와 같은 렌즈로 찍은 이미지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망원렌즈로 담아낸 이미지입니다. 망원렌즈로 담아낸 이미지는 프레임의 깊이감이 왜곡되어 보입니다. 먼 거리의 풍경이 바짝 다가와 보이고, 전경, 중경, 후경의 깊이가 압축되어 멀리서 사람이 앞으로 계속해 걸어오는데도 많이 안 걸어나온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리가 첫사랑을 떠올리면 아.련.하잖아요? 그 아련함이란 것은 가까이 올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보일 때를 일컫는 말 아닐는지요. 바로 망원렌즈로 담아낸 이미지가 딱 그렇습니다.

 터널 입구에서 준서가 떠올리는 은서와의 추억은 기억 저 편에 자리잡은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인 것입니다! 그 추억의 이미지는 준서의 기억 속에서 잡힐듯 다가오지만, 다가오지 않죠. 이걸 망원렌즈의 미학에 실어 시각화해낸 것입니다.





#9 자전거를 타고 꽤 앞으로 나아왔는데도 #8과 거리감의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이는 망원렌즈의 미학적 효과입니다. 게다가 촛점까지 흐려놓아 아주 적절하게 첫사랑의 이미지를 아련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10 준서가 첫사랑 은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터널안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11 그리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추억의 장소를 돌아보죠. 이 컷과 다음 컷도 중요 비교대상입니다. 이 컷 역시 표준렌즈로 담아낸 것입니다. 화면의 깊이감이 느껴지시죠? 전경에는 오른쪽 나무가, 중경에는 자전거를 탄 준서, 후경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과 산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12 그러나 준서의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은서와의 추억은 망원렌즈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왼쪽에 배치된 두 나무를 #11과 비교해보시면 프레임의 깊이감이 압축되어 있음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전거를 탄 은서와 준서의 아련한 이미지는 왜곡된 깊이감 속에서 계속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준서가 떠올리는 은서와의 첫사랑의 추억은 그러한 것이었습니다.




이별의 충격적 경험을 전달해준 터널의 몽타주, 그리고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위해 망원렌즈를 이용해 깊이감을 왜곡시킨 미학적 수사는 뛰어난 선택이라 말하겠습니다. 제가 가을동화에 빠진 이유를 이제 공감하실 수 있나요?




단편영화의 전설, 폴라로이드 작동법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작동법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 전혀 다른 서브텍스트를 깔고 있습니다. 감독은 세상에 단 한 장밖에 찍을 수 없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통해, 생애 단 한 번밖에 없는 첫사랑의 미숙함, 설레임, 소중함을 짧은 시간동안 짝사랑하는 선배에게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배우는 여학생의 떨리는 눈빛을, 입술을, 순간을, 마치 사진기처럼 순간포착하여 극을 풀어냅니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감독은 첫사랑에 대한 모든 걸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당시 모든 독립영화 지망생들에겐 충격이었죠. 이후로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서사가 부재되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순간포착하는 경향의 단편영화들이 유행하게 됩니다. 







 지금 다시 봐도 쇼트 하나 하나가 참으로 세밀하게 연출되고 편집된, 걸작은 역시 걸작입니다.

 인터넷에 여기저기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구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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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12.17 20:15
    가을동화... 첫사랑이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지난 정기모임때 3부 파일 받아서 보고 얼른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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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의 2009.12.17 20:15
    몇년전 가족의 탄생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아, 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 결말이란 말입니까.
    '정유미'라는 배우의 매력에 잠시 빠져 무한 googling 한 끝에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보았더랬습니다.
    아, 이 감독! 이 배우! 다시 한번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불법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래 주소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yworld.com/01024101308/267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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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12.17 20:15
    이명의님, 김태용감독의 '가족의 탄생'의 센스있는 결말을 기억하시는군요!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것은 영화의 완성도와 탄탄한 줄거리에 비해 관객이 생각만큼 들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아무튼 이 영화가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는 걸작영화중에 한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폴라로이드작동법'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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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복경 2009.12.17 20:15
    제컴퓨터가 종종 말썽이라 이제야 영화읽기 보았습니다.
    말로만듣던 가을동화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고있자니 언젠가는
    드라마 전편을 감상하고 싶어지네요~~전경,중경,후경,표준렌즈,망원렌즈등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데요^^사진강좌 열리면 꼭 배우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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