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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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디 3차, 2차에 비해 덜 피곤했습니다. 2차 창디 모임 이후 여러 일로 바빠 마음 놓고 책 한 번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실상 바쁜 건 두 번째고 마음 속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야말로 첫 번째 이유가 되겠지요. 때문에 모임 내에서 선정되었던 건축필수도서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읽기로 한 것이 전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김억중 교수님의 '읽고 싶은 집, 살고 싶은 집'을 먼저 읽은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다른 건축서적을 탐독하고 싶도록 만든 책이었으니까요. 탐독에의 의지가 마음 속에 사라질즈음 창디 3차 모임에 참석하게 돼 개인적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사위어진 탐독의지를 불붙게 만든 김억중 교수님의 메세지는 바로 1,2차 워크샵 내용을 간단하게 다시 한 번 짚을 때였습니다.

 

집 읽기의 세가지 패러다임 중 언어적 패러다임, 즉 작품중심적인 관점(거의 미개척분야)에서 집읽기를 하라, 즉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장배경에 의지한 '역사가'로서의 시선이 아닌 '건축가'의 시선이 되어야겠고, 전체적인 경향에 의존하여 작품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작품의 특수성에 주목하자.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이 갖추어져야겠지만, 특히 사유하는 눈이 필요하다. 지극히 주관적 가치판단에서 나온 형용사로 작품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이는 비단 건축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에 해당되는 말이기에 더욱 소중했습니다. 제 경우, 영화를 보고 평가할 때 위 사항을 잊고 주먹구구식으로 다시 되돌아가 구성을 외면한채 주관적인 형용사를 남발하여 평가해 듣는 이들을 애매모호하게 만들 때가 많았습니다. 실제 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구성에 주목하기 보다 어려운 형용사를 남발하고 부족한 부분은 전체적인 작가의 경향과 흐름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영화를 평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죠. 작품에만 촛점을 맞춰 구성의 디테일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평론이 희귀한 것에 불만이었으나, 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소중한 사실을 반복하고 강조해주시니, 더욱 조심하게 되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사실 뭘 모르는데, 자꾸 아는 척하려니까 의미모호한 형용사가 남발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셨죠.

 

이번 3차 창디워크샵에서 주목한  코르뷔지에의 빌라<라 로쉬> 역시 사유하는 눈을 위한 세 가지 제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디테일에 주목하여 전체를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 김억중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30개의 질문을 숙제하면서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던 <라 로쉬> 건축의 비밀들이 비로소 건축의 4체계 설명 이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라 로쉬>를 바라보는데 있어 건축의 4체계 구조(Structure), 공간(Space), 피막(Envelope), 동선(Circulation)의 이해와 그들 상호연관 관계에 대한 이해 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선 크기, 모양, 위치, 방향에 주목한 사유의 눈으로 바라본 <빌라 라 로쉬>의 공간(Space)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구별, 그리고 두 역할에 따르는 공간의 배치에 있어 층을 오를수록 사적인 공간을 배치하였고, 중심공간을 축으로 좌측은 비우고 우측은 채우는 허와 실의 대비가 고려되었다고 합니다.

 

사유의 눈이 아닌 그냥 눈으로 바라봤을 때는 전혀 볼 수 없는 것이었죠. 거기에 이 공간의 역할에 따라 창의 모양을 달리 했습니다. 같은 창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은 절제하지 못함의 결과라는 것까지 교수님의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그리고 <라 로쉬>는 왜 2층과 3층의 높이가 다른가. 그리고, 중심공간을 축으로 건물 좌우의 높이는 왜 또 차이가 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지상에 가까운 1층과 2층에 비해 3층은 하늘에 가깝다. 컨텍스트가 이렇게 다른데, 층의 높이를 같게 하는 건 생각없음의 결과 아닐까. 서로 다른 컨텍스트를 갖고 있는만큼 층의 높이도 같을 수 없다. 또한 층을 오를 수록 사적인 공간이니, 내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또한 중심공간을 축으로 양쪽에 배치된 계단의 방향과 위치, 모양이 모두 다른 이유 역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에 따른 사유의 결과물이었다는 것.

 

그러한 개념을 가지고 구조, 공간, 피막, 동선을 구별하고 서로 연관지어가며 좌측의 갤러리에 놓인 3층으로 이어지는 램프길의 폭이 왜 63cm였는지 그리고 갤러리의 바깥구조가 둥글게 처리되었는지, 또한 갤러리와 식당을 연결하는 2층의 브리지는 왜 폭이 넓은지, 난간은 왜 2/3는 닫아놓고 1/3은 열어두는 구조물을 선택했는지 실제 도면을 계측자로 측정해가며 질문을 던지고 열심히 답을 찾았습니다. 1층 입구에서 갤러리에 이르는 공간까지 외부풍경을 철저히 은폐하다가 램프로를 따라 오른 서재입구에서야 양측으로 도열한 띠창으로 외부의 풍경을 드러내는 것까지.. 수 많은 의문점과 답을 품고 있는 놀라운 건축물<라 로슈>의 내외장재는 소박하게도 콘크리트, 흰색페인트, 파스텔톤의 페인트, 그리고 합판 정도였습니다. 대리석과 고급내장재로 떡칠해놓는 국내 주거문화의 한 경향 그리고 모든 걸 똑같이 세팅해놓는 자판기 건축의 한 경향에 대한 김억중 교수님과 창디회원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라 로쉬>에 대해 던져진 질문들과 답을 찾기까지 밤11시가 되어 2차 워크샵을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라 로쉬>에 대한 모든 의문점이 풀리려면 그 시간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모두들 <라 로쉬>가 1923년에 건축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파리 가면 꼭 보고 싶은 명소 <빌라 라 로쉬>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사유의 눈으로 안내해주신 김억중 교수님께 앞으로 열심히 참석함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_-;;

 

 

■ 창의성 워크샵을 통해 변한 것이 많네요. 우선 건축과 영화가 그토록 놀랍도록 닮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습니다. 건축의 지식이 영화의 지식과 접목되는 것을 보고 협소한 제 앎의 스펙트럼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창의성 디자인 모임 이후, 저는 완성해놓았던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으며, 건축물 읽기를 통해 시나리오 구성을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11-15 15:18:24 자유 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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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우정 2008.09.22 22:50
    제 이름과 얼굴이 이제 매치가 되시나요? ^^

    김억중 교수님이 3차 워크샵에서도(다른때와 같이)
    건축을 이야기할 때, 영화 이야기를 섞어 설명해주셨죠.
    전광준 회원께 많은 부분 공감가는 얘기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후기로 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제가 아쉽게 놓친 부분도 후기로 적어주셔서 도움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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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8.09.22 22:50
    ^^언젠가는 창디모임에서 영화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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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9.22 22:50
    구성의 힘은 비단 건축과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봅니다.
    우리 인생 그 자체가 탄탄한 구성의 힘에 의해 유지되어야 하는거겠죠.
    탄탄한 내공을 쌓아야 함이 이렇게 건축의 미학으로 또 설명되는군요.
    역시... 공부는 다가가면 갈수록 오묘합니다. 실타래 풀리듯 하나씩 엮이는 것이, 그리고 또 풀리는 것이...

    전 감독님!!
    탄탄한 구성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나는 영화, 시나리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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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8.09.22 22:50
    변화는 늘 서레입니다. 좋은 변화가 보이네요 ^^ 전광준 회원님의 자세한 후기 정말 너무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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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8.09.22 22:50
    류우정님, 잘 기억해놓겠습니다. ㅎㅎ 윤성중 총무님, 저는 아직 배움의 길이 먼 사람인지라 영화이야기를 풀어낼만한 위치가 못됩니다. 정말 좋은 분 소개시켜드릴께요. ^^;; 좋은 덕담을 해주신 임석희님, 김영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