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mini] 사진 배우기 후기와 오늘 정기강연회

by 전광준 posted Jan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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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변 사진사가 아니라면 사람은 자기가 포착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사진에 담습니다. 


 강용운 선생은 가난한 사람들이 좋아서 그들과 조금이라도 어울리고 싶고 그들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기에 담는다고 말했죠. 그는 골동품 DSLR사진기를 여전히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값 비싼 최신 고급카메라와 고가의 렌즈, 필터를 갖추고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거라 착각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착각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중요한 건 저가 고가를 떠나, 가지고 있는 사진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줄 아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다다음 시간에 언급하겠답니다. 일단  참여한 수강자 각자는 왜 사진을 잘 찍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각자의 정체성을 정리해주고 확인해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진 잘 찍는 것에 대해 타인의 프레임을 가지고 자신에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았던가 돌아보고 정립하는 계기가 됐었죠. 내가 사진을 잘 찍어야하는 이유, 즉 정체성을 세우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특히 선생님이 말했던 여러가지 내용 중에 저를 놀라게 했던 부분은 타국에서 찍은 수 많은 사진들을 모두 인화해서 수 년 뒤 촬영장소를 다시 찾아가 사진 속 사람들을 찾아 사진을 나누어준다고 말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 찍힌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느냐는 수강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상하게 쳐다본 사람은 10명 중 2~3명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좋아했고 고마워했죠. 불쾌해했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찍은 사람들 대부분은 워낙 가난해서 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수년 뒤 다시 찾아가 선물해주면 자신들도 몰랐던 순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그렇게 즐거워하고 고마워합니다.'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 내지 정체성... 을 감히 추측해봅니다.



 '터키의 한 골목에서 어느 청소년을 찍어줬는데, 4년이 지나 사진을 갖고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어느 덧 청년이 되어있었어요. 제가 사진을 내밀자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연신 감사의 예를 표하며 자신이 팔고 있던 물건을 주섬주섬 챙겨주었어요.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해도 극구 준 돈을 사양하며 환하게 웃더라구요.'  제가 들어 알고 있는 강용운 선생님의 터키 소년 에피소드를 덧붙여봅니다.


 선생님의 사진 가운데, 수강자 각자가 뽑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자신이 어떻게 찍었고 무슨 사연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경험이야기는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이 카메라를 막 들이대는 것이 아닌, 한 컷을 찍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 셔터를 누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동선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죠. 진부하기까지 한 삼각구도 얘기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동선에 대한 감각을 키워라!


 둘째, 강용운 선생의 그 날 강좌는 사진 찍는 지식, 잔기술보다 사진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라!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라. 예를 들어, "시클로를 끄는 인부를 찍을 때는 그가 힘든 것 같아 보여 덜 힘들게 해주고 싶어 사진의 앵글을 살짝 기울여 내리막길을 가는 것처럼 찍어봤다... "



 우리가 쉽게 봐 넘겼던 백여장의 사진들 모두 강용운 선생이 고민해 찍은 사진이고, 대상을 오랫동안 기다려 찍은 한 장 한 장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 한 장마다 담겨져 있는 사연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기하죠.  7년전 사진까지... 수 만장의 사진, 수 만개의 사연들... 도대체 그 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 건 사진기 셔터를 그냥 생각없이 누르지만은 않았다는 또 하나의 반증 아니겠습니까...


 그는 풍경사진도 찍었지만, 풍경사진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고 합니다. 인물사진을 더 좋아하죠. 사람들이 좋답니다. 특히 자신이 방문했던 나라들 사람들이 순수하고 좋아서, 번잡스런 관광지를 일부러 벗어나 뒷골목으로 시골로 하루 20km이상 도보여행 다니며, 그렇게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과 손짓 발짓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집까지 찾아가 한참 어울리다 떠난 뒤, 몇 년 지나 잊지 않고 다시 찾아가 사진을 선물해주는 것입니다...





 ※ 오늘 ETRI에서 정기강연회 질문시간과 마지막 돌아가는 때에 강용운 선생님 사진에 대해 남성중심적 시각이니.. 폭력이니.. 고급사진기로 찍었느니..가난한 나라 가서 불쌍한 사람들을 찍고, 잘 사는 나라 사람의 우월감이니 어쩌니.. 하며... 강연회 내용과 억지로 연결지어 오해하셨던 분들은 제발 오해를 거둬주세요. 


 어제같은 근대 및 식민지시대 사진을 사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강의를 두 시간만 들으면 아무나 바로 21세기 사진 비평가가 될 수 있나보죠?


 사진을 선물로 들고갔던 제가 민망했고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제가 괜히 가져갔구나란 후회감이 떠나질 않습니다.


 창디회원들에게 사진강좌의 준비물로 편견과 어설픈 사진상식을 벗어던진 비운 마음을 준비해오라 했었는데, 정기강연회에서 목격했던 편견과 선입견... 정말 무서웠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는 말도 떠올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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