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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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변 사진사가 아니라면 사람은 자기가 포착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사진에 담습니다. 


 강용운 선생은 가난한 사람들이 좋아서 그들과 조금이라도 어울리고 싶고 그들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기에 담는다고 말했죠. 그는 골동품 DSLR사진기를 여전히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값 비싼 최신 고급카메라와 고가의 렌즈, 필터를 갖추고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거라 착각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착각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중요한 건 저가 고가를 떠나, 가지고 있는 사진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줄 아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다다음 시간에 언급하겠답니다. 일단  참여한 수강자 각자는 왜 사진을 잘 찍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각자의 정체성을 정리해주고 확인해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진 잘 찍는 것에 대해 타인의 프레임을 가지고 자신에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았던가 돌아보고 정립하는 계기가 됐었죠. 내가 사진을 잘 찍어야하는 이유, 즉 정체성을 세우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특히 선생님이 말했던 여러가지 내용 중에 저를 놀라게 했던 부분은 타국에서 찍은 수 많은 사진들을 모두 인화해서 수 년 뒤 촬영장소를 다시 찾아가 사진 속 사람들을 찾아 사진을 나누어준다고 말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 찍힌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느냐는 수강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상하게 쳐다본 사람은 10명 중 2~3명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좋아했고 고마워했죠. 불쾌해했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찍은 사람들 대부분은 워낙 가난해서 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수년 뒤 다시 찾아가 선물해주면 자신들도 몰랐던 순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그렇게 즐거워하고 고마워합니다.'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 내지 정체성... 을 감히 추측해봅니다.



 '터키의 한 골목에서 어느 청소년을 찍어줬는데, 4년이 지나 사진을 갖고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어느 덧 청년이 되어있었어요. 제가 사진을 내밀자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연신 감사의 예를 표하며 자신이 팔고 있던 물건을 주섬주섬 챙겨주었어요.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해도 극구 준 돈을 사양하며 환하게 웃더라구요.'  제가 들어 알고 있는 강용운 선생님의 터키 소년 에피소드를 덧붙여봅니다.


 선생님의 사진 가운데, 수강자 각자가 뽑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자신이 어떻게 찍었고 무슨 사연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경험이야기는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이 카메라를 막 들이대는 것이 아닌, 한 컷을 찍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 셔터를 누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동선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죠. 진부하기까지 한 삼각구도 얘기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동선에 대한 감각을 키워라!


 둘째, 강용운 선생의 그 날 강좌는 사진 찍는 지식, 잔기술보다 사진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라!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라. 예를 들어, "시클로를 끄는 인부를 찍을 때는 그가 힘든 것 같아 보여 덜 힘들게 해주고 싶어 사진의 앵글을 살짝 기울여 내리막길을 가는 것처럼 찍어봤다... "



 우리가 쉽게 봐 넘겼던 백여장의 사진들 모두 강용운 선생이 고민해 찍은 사진이고, 대상을 오랫동안 기다려 찍은 한 장 한 장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 한 장마다 담겨져 있는 사연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기하죠.  7년전 사진까지... 수 만장의 사진, 수 만개의 사연들... 도대체 그 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 건 사진기 셔터를 그냥 생각없이 누르지만은 않았다는 또 하나의 반증 아니겠습니까...


 그는 풍경사진도 찍었지만, 풍경사진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고 합니다. 인물사진을 더 좋아하죠. 사람들이 좋답니다. 특히 자신이 방문했던 나라들 사람들이 순수하고 좋아서, 번잡스런 관광지를 일부러 벗어나 뒷골목으로 시골로 하루 20km이상 도보여행 다니며, 그렇게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과 손짓 발짓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집까지 찾아가 한참 어울리다 떠난 뒤, 몇 년 지나 잊지 않고 다시 찾아가 사진을 선물해주는 것입니다...





 ※ 오늘 ETRI에서 정기강연회 질문시간과 마지막 돌아가는 때에 강용운 선생님 사진에 대해 남성중심적 시각이니.. 폭력이니.. 고급사진기로 찍었느니..가난한 나라 가서 불쌍한 사람들을 찍고, 잘 사는 나라 사람의 우월감이니 어쩌니.. 하며... 강연회 내용과 억지로 연결지어 오해하셨던 분들은 제발 오해를 거둬주세요. 


 어제같은 근대 및 식민지시대 사진을 사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강의를 두 시간만 들으면 아무나 바로 21세기 사진 비평가가 될 수 있나보죠?


 사진을 선물로 들고갔던 제가 민망했고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제가 괜히 가져갔구나란 후회감이 떠나질 않습니다.


 창디회원들에게 사진강좌의 준비물로 편견과 어설픈 사진상식을 벗어던진 비운 마음을 준비해오라 했었는데, 정기강연회에서 목격했던 편견과 선입견... 정말 무서웠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는 말도 떠올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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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10.01.13 09:58
    전광준 총무님, 강연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은 것 같아서 농담삼아 웃어보자고 한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군요. 그런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그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좀 해주지 그랬어요? 그래서 토론이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말씀하신대로 2시간 강의 듣고 사진 비평가가 될 수는 없지요. 문외한들의 무지한 농담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가져온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감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사진 한 장 한 장이 그림 엽서같다는 속된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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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희 2010.01.13 09:58
    사진배우기 첫시간, 강용운 선생님이 건네는 사진 이야기에서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참석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진이란 참 묘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자기자신을 드러내보입니다. 원치 않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할 때처럼 순간 당황스럽기도 합니다만, 사진찍기와 마찬가지로 사진배우기도 어느정도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겹칩니다. 앞으로 잘 감당해야 할텐데요... 게다가 기계치인데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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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문환 2010.01.13 09:58
    정말 소중한 선물(사진)을 받았는데, 전광준 님이"괜한 짓을 했구나" 후회하신다는 글에 마음이 아립니다. 저도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감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니모임 사진 배우기>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후기를 읽으니 그 마음이 더 큽니다. 정기모임 뒤풀이 때 제가 "개인적으로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그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 좋다."란 말을 했었는데, 그런 시간이 미니모임에서 있었다니 그럴수밖에요.

    저는 풍경 사진 두 점을 골랐습니다. 강연의 영향은 아닙니다.(ㅎㅎ^^). 강용운 선생님이 인물사진을 더 좋아하시는 것 처럼 풍경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입니다.

    그래서 '큰 다리 밑으로 지는 해를 찍은' 강 선생님이 서 있는 자리가 강에 떠 있는 배 아니면 강 건너편일텐데, 얼마나 벅차고 설레는 마음이었을까를 가늠하며, 그 설레임을 공유하려고 나만의 감상을 합니다. 강선생님을 전혀 모르지만 감사하고 선물해주신 전광준 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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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문환 2010.01.13 09:58
    정기 강연회에서는 '강연 주제와 관련된' 발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강연회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 중에 이 글만 읽고,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고 혹시라도 일반화 하실까 염려 되어 제 생각도 밝힙니다.

    또 직접적으로 말씀하신 분들도 '꼭'그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받아들였습니다.그런 시각도 있지 않느냐 정도로 저는 이해했거든요.

    댓글이 길어졌는데요.
    결론은 강연과 강연 후의 사진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도 후기도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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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1.13 09:58
    <오해하셨던 분들은 제발 오해를 거둬주세요..> 공문환님, 제 의도 역시 일반화는 아닌데, 앞으로 더 조심해 쓰겠습니다.^^ 정성들여 쓰신 글 꼼꼼하게 잘 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류은희님, 마음을 여셨으니, 이제 받아들일 일만 남으신거라 봅니다~ 강선생님은 모르는걸 솔직하게 인정하고 알기위해 매달리고 파고드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모른다고 무시하는 모습을 저는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강신철 운영위원장님, 저는 그날 몇몇 분들에 대해 사진들을 오해하고 있다라고 받아들였지, 농담하고 있는 것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 날은 그랬습니다.

    문제제기를 그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 이럴수가..'라는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냉정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자질이 운영위원장님 같지않고 이렇게밖에 못됩니다.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 함량미달입니다.

    저는 오해로 받아들였고, 다른 분들은 농담이었다면, 제 글의 핵심이 <오해하셨던 분들은 제발 오해를 거둬주세요>에서 <농담하셨던 분들은 제발 농담을 거둬주세요>라고 제 표현이 바뀌는건데, 자신이 던진 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셨음 바랬던 저만 입장이 우습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앞으로 타자의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하기가 더 이상 어렵겠지 않느냐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무튼 저는 며칠간 정말 제가 그렇지 않은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자기반성 중에 있습니다.

    저는 백북스 운영진과 정기강연회 참석자 분들을 기본적으로 마음 한 편으로 존중하고 있어왔기 때문에 제 댓글을 불편하게 해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해라는건 이해로 바꾸기만 하면 하등의 문제될게 없는 항목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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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1.13 09:58
    사진들을 뒤에서 보기 편하게 진열해주신 한빛찬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해야할 일을 뒤에서 한빛찬님이 묵묵히 해주셨습니다. 사진만 갖다놓고 강의석에 앉아있던 저란 사람.. 참 미련한 인간입니다. 사과드립니다. 비슷한 일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에 대해 호감을 표해주신 참석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를 환기시켜주신 공문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불찰로 그 분들이 글 속에서 빠졌습니다. 앞으로 잘 성찰하여 글을 더욱 조심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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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10.01.13 09:58
    말이, 또 글이 전달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이 전달하는 것도 역시 그렇겠지요...
    앞으로 사진 미니모임에 정말 열심히 참여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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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10.01.13 09:58
    댓글을 통해 이렇게 서로 오해를 풀고, 각자 자기반성까지 하게 되니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전광준님 글은 저에게도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모든 말에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따금 잊어먹습니다. 무심히 한 농담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생각 못했을까요? 그래서 사람은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나 봅니다.

    사진을 두 장만 가져가라는 지시(?)를 어기고 세 장을 갖고 와서 즐감하고 있습니다. 태국 하롱베이 섬풍경, 가지 끝에 앉아 있는 터키 새, 폐타이어를 들고 있는 캄보디아 어린애 사진입니다. 사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볼 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들입니다. 백북스 회원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비하신 전광준 총무에게 감사하고, 뵙지는 못했지만 좋은 작품을 선사하신 강용운 작가님께도 댓글로나마 감사드립니다.

    전광준 총무님, 맑고 정직한 글 계속 쓰세요. 이런 토론거리를 제공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일방적으로 연사의 생각을, 또는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표출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봄으로써 자기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혼자 책을 읽지 않고 이렇게 토론회와 소모임을 통해 지식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백북스는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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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1.13 09:58
    한빛찬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번 계기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강신철 운영위원장님, 열린 마음을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운영위원장님,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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