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후기] 상념, 그리고 2009 대전독립영화제

by 전광준 posted Nov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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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 하늘에서 펼쳐질 유성우 보려고 잠 안들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생각이 깊어집니다. 뭐, 이러다 날 풀리면 지금 찾아든 이 진지함과 절박함은 포근함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이건 아무래도 그 옛날 겨울동안 식량걱정을 하던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수만년동안 환경에 직간접 영향을 받으며 진화해온 존재여서 환경과 의식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 언급하기조차 입이 귀찮은 상식입니다.


 올해를 돌이켜보니, 저는 매월 수 많은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반 이상은 백북스 분들에게였네요. 다만, 제가 받는 방법이 서투르거나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인해 여러모로 주신 분들에게 힘만 빠지게 했다는 생각입니다. 뭐, DNA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내 안의 타인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올해 제게 백북스가 주었던 선물들은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이제 다시 그런 행운들이 또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회한에 젖어도 봅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금요일부터 이번주 월요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09 대전독립영화제는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제게 귀한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작 감독들과 뒷풀이를 했던 16일 이후, 집에 늦게 들어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설레임 때문이라고 해야될까요? 수상작들과 그만 사랑에 빠졌습니다.


 올해 3회를 맞이한 대전독립영화제는 관객수 증가, 한동안 서사가 실종됐던 국내 독립단편영화들에 서사가 재장착되고 있는 경향과 각 지역에서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대전충남출신 독립영화감독들의 대거참여와 작품들의 높은 수준으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엄마의 커다란 김치찌개를 연출한 서른 살의 한승훈감독은 아마 여러분들이 이름을 기억해놓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 상황이 불러온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대하여 단편영화적 묘미와 개성있는 시각화, 유머, 기술적 완성도 모든 면에서 전지구적인 퀄러티를 자랑했던 영화였습니다.^^


 
 또한 여성감독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는데,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민숙감독의 기린과 아프리카는 학생과 교사간의 밀도있는 멜로물로 섬세함이 돋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장려상을 받은 박종영감독의, 이미 전국구입지를 구축한, 7인의 초인과 괴물F는 괴수영화와 히어로액션물 장르의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실직문제를 바라본 상상력 너머의 상상으로 그려낸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그 외 수상작들에 동의하진 않치만, 또 하나의 장려상에 여초등생간의 동성애를 다룬 깜찍발랄했던 임경희감독의 느낌이 좋아, 관객상에는 제가 예심에 주목했던 이재호감독의 관계자외 출입금지입니다. '느낌이 좋아'의 수상에 대해 저는 소재주의로밖에 생각해볼 수 없는 의외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상은 못탔지만, 여느 인기 TV드라마보다 더 재밌게 봤던 두 편의 청춘영화 고등선감독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이승규감독의 소수.점,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력이 엿보이는 양준호감독의 상견례하는 날, 아름답고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 김형석감독의 거위도 난다와 박기훈감독의 불협화음, 여성의 시각이 돋보였던 한예서감독의 헬로 스트레인저도 인상적이었죠.



  이러한 돈을 주고 봐도 안아깝고, 돈 주고도 못보는 영화들을 스크린으로 무료로 보고 감독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았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선물입니까? 


 만남은 곧 선물입니다. 백북스 분들이 그랬고, 영화제를 통해 만난 감독들과 상영작들이 그랬습니다.


 아, 유성우 만나러 다녀와야겠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시길!




 사진출처: 팰콘스케치 http://blog.daum.net/winpopup/134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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