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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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제가 오마이뉴스에 썼던 영화 감상문 아래 붙입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우디 앨런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주제가가 라디오에 흐르네요. ^^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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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씨, 영화배우로 전업하시면 어떨까요 ?
- 2009년 한국은 ‘황금시대’


10년 가까이 나에게 영화의 꿈과 위안을 주었던 광화문 씨네큐브가 운영을 접는 바람에 이제 ‘특별한’ 영화들을 만나러 이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로 간다.


항상 특별한, 혹은 비주류의 혹은 예술영화 같은 것만 보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렉스에서 양손에 팝콘과 콜라를 각각 들고 조악한 무늬가 프린트된 컬러풀한 카펫을 밟고 극장으로 들어가, 10여분 이상 쏟아지는 현란한 광고도 구경하고 (TV를 안보기에 광고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때도 있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도 본다. 단지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것 같지만 뻔한 음식을 골라먹는 것처럼 조금 질릴 뿐이다. 또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엔딩 타이틀도 영화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배경음악을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즐길 사이도 없이 관객들은 우르르 빠져나가고, 출입구 옆에 빗자루를 든 아르바이트 직원이 서 있어서 자막의 마지막 글자까지 읽고 나가려면 꽤나 눈치가 보인다.



주말 오후 한시간여 버스를 타고 이대 캠퍼스를 달음박질하여 (상영시간에 임박한 것 같아 체면불구하고) 모모에 가서 보게 된 영화는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황금시대’이다. 재기 넘치는 10명의 감독들이 돈을 소재로 한 다양한 단편영화들의 묶음이다. 10편이나 다 보여주려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새 갔다.



<유언Live>, <신자유청년>, <백개의 못, 사슴의 뿔>같은 단편들은 심하게 웃겼다. 혼자 키득거리는걸 참느라 혼났다. <불안>이나 <톱>과 같은 작품들은 스릴러에 가까워서 오금이 저렸고 <동전 모으는 소년>은 예쁜 순정만화처럼 나가다가 참혹하게 끝나서 깜짝 놀랐다.



<황금시대>에 있는 10개의 작품들은 2009년 한국에서 돈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원조교제하는 소녀, 노숙자, 도시 개발, 보험 사기, 주식, 로또 복권, 임금 체불 같은 것들이다. 물질만능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심각해질 우려가 있는데, 심각한 주제를 감독들은 재기발랄하게 웃어넘기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공감이 크다. <시트콤>이란 작품은 용산참사를 은유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설치류로 비유하곤 하는 ‘대빵의 대빵의 대빵’이 누구인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헛웃음을 짓다가도 사이사이 슬프기도 하다. 그동안 별 시덥지 않은 코미디 같은 정치현실과 사회현실을 최근에 얼마나 많이 봤는가 말이다.



제목부터 신자유주의 비판을 예상하게 되는 <신자유청년>은 1년 내내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리는 청년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세련되고 기발한 편집 실력으로 돈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단면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심지어, 신자유청년이 여러 NGO를 후원해왔다고 하면서 정치인들이 그에 대해 ‘붉게’ 색칠하는 모습도 있고, 최근 웃겼던 일부 정치인도 풍자해서 넣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면에서도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신자유청년을 둘러싼 여러 인터뷰에서 진중권씨도 나온다 !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게 진지하게 비평가의 역할을 하는 진중권씨를 보고, 이 진중권이 그 진중권인가 잠시 헷갈렸다. 그리고 영화 끝나고 자막 나올 때 유심히 보니 맞다. 아무리 인터뷰 형식이라고 해도 약간의 ‘연기’가 필요한데 진중권씨는 천연덕스럽게 잘한다. 요즘 여러 대학에서 그를 쫓아냈는데 평소 하는 저술활동에 더해서 영화배우를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황금시대’는 미친 듯이 황금만능으로 질주하는 한국 사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한 것들을 사유하게 해준다. 돈으로 사고 파는 인간성을 슬퍼하게 하고 광폭해지는 개발의 삽질과 그 안에서 신음하는 변두리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게 한다. 이 재치 넘치는 작품들을 만든 영화청년들에게 ‘의식’을 심어준 몇몇 선생들은 학교에서 쫓겨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열심히 배워서 약자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좋은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200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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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9.23 20:25
    아, 감사합니다. ^^ 글 중간 짤렸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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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미 2009.09.23 20:25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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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09.23 20:25
    보고싶은데 대전에는 상영하는 곳이 없네요;
    조은미님의 리뷰 읽는 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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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길 2009.09.23 20:25
    사람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곱십어 보는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
    조은미님 공감글 잘 읽었습니다.
  • ?
    전광준 2009.09.23 20:25
    '황금시대'는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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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09.23 20:25
    전광준 총무님, 고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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