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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정말 행복하십니까 - 모던타임즈 복습설명

by 전광준 posted May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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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조기영님, 사진출처: 책아름세 까페



  채플린의 1936년작 <모던 타임즈>를 2010년 5월에 만나는 어느 독립영화 감독 지망생의 상념은 복잡한 것이었습니다. 1927년을 기점으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가 대세였던 그 시기에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여전히 무성영화 형식을 고집합니다. 유성도 무성도 아닌, 어중간한 사운드 형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헐리웃 스튜디오의 황금기의 한 축을 담당하며 오늘 날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설로 남을만한 작품이었지만, 여전히 무성에 집착하는 그의 고집에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습니다. 3D와 DSLR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는 현 시점에 그의 영화는 많은 걸 시사해줍니다.


  20년대 소련의 몽타주 기법과 디졸브의 미학을 통해 현대 문명을 통렬히 풍자한 오프닝은 길이 기억될만한 명장면이죠. 이미 1927년 F.W 무르나우의 <일출>이 흑백 미학의 최고작으로 꼽힌 마당에서 이 영화를 보며 흑백의 미학을 설명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간단하게 기초적인 부분(명도)만 짚어드린 후, 영화의 명장면들을 찾으며, 시대를 초월한 전설로 남은 근거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절대적 희망도, 구원도 있을 수 없는 인생살이에서 불행했다 잠깐 기뻐하고, 또 불행해하는 삶의 굴곡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보는 이를 위로해주는 스토리라인은 삶에 대한 뛰어난 성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50년대 메카시 광풍에 휩쓸려 공산주의자로 몰렸던 억울했던 삶을 예견해 보여주는 파업씬도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씬만은 아니었던거죠.


  절망-희망-절망-희망-절망-희망 시퀀스의 대비 속에 끊임없이 녹여내는 슬랩스틱 slapstick 코미디는 진한 연민(페이소스)을 자아냅니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성실히 노동한만큼 댓가를 못받는 30년대 대공황에서 현대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까지 시대를 관통해 꿰뚫는 채플린의 통찰은 그를 전설로 부르기에 아깝지 않게 만듭니다.


  저 멀리 산이 중첩되어 놓인 길을 걷는 두 사람의 뒷 모습, 그 마지막 장면이 희망입니까? 그들은 정말 행복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희망이라한다면 쇠락과 소멸이 기다리고 있는 생명으로서의 비애를 잠시 감추어둔, 즉 박문호 박사님께서 <마인드 소사이어티>에서 언급한 우리 뇌속에서 꾸며낸 <가상>일 터입니다.


  그러한 생명의 비애감에도 불구하고 웃고 가자는 채플린의 메세지가 중첩된 산의 이미지를 통해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모던 타임즈>의 대비적 구성에 힌트가 있습니다.



 * 어제 상영회는 조기영님을 제외한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이었습니다. 어쩜 그리 처음 본 사이에 친해지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지 백북스에 들어와 글 좀 남겨달라고 했는데, 과연 남길지 ^^ 백북스에 들어왔다 글쓰기에 지레 겁먹지 않을까나... ^^ 그러나 백북스 의외로 편안한 곳이랍니다. 어제 밝히셨던 소중한 생각을 문자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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