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바리톤 정경 독창회 <Review>

by 이상철 posted Feb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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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歌客가객


드라마틱 바리톤 정경이 들려주는


        Barytones의 매력속으로...






  2010년 2월 21일 일요일 저녁 7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안에는 많은 관객들이 꿈꾸는 가객 한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박수소리와 함께 바리톤 정경이 무대에 등장한다. 훤칠한 키와 강열한 인상으로 어느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무대에 등장할 때의 강인한 눈빛은 어느새 차분하게 변하여 A.스카를라티의 “Gia il sole dal gange-해는 이미 갠지스 강에서”를 Pianist 김남중의 반주로 노래를 시작한다. 특히, “O cessate di piagarmi-오 나를 괴롭히지 마오”와 “Son tutta duolo-나는 괴로움에 찼네”는 바로크 시대의 곡이지만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이라 착각하리만큼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냈다. 그렇지만 바로크 시대의 고전적 간결함이 유지되었다.


  C.칼다라의 “Selve amiche-친구인 숲이여”의 노래 역시 고전 가곡의 섬세하고도 감성적인 이탈리아만의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였다. 벨리니의 방황하는 은빛 달이여 “Vega luna, che inargenti"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만큼 우리 귀에 친숙한 노래이다. 하지만 중저음의 바리톤 정경만의 색채로 벨리니의 가곡을 재해석했다.


  다음 곡은 바로크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Vedro mentr'io sospiro"였다. 그는 재치와 익살스러움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다. 피아노가 그리는 화음으로 만들어진 바탕에 다양한 표정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앞의 곡들에서 이제까지 감추었던 얼굴의 표정들을 여감없이 보여주었다.그는 음성만으로 음악을 전개해 나가지 않고 머리 끝부터 발끝. 온몸으로 표현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가장 신선하고 인상적이며 즐거운 무대였다.


  2부 첫곡은 본 윌리엄스의 “The Vagabond-방랑자”로 시작되었다. 이미 노래 시작 전부터 그는 외로운 방랑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은 촉촉이 젖어 슬픔을 노래했다. 바리톤 정경의 마음을 헤아려주듯 피아노 반주 역시 방랑자의 무거운 발걸음을 표현하였다.



  무대의 클라이맥스는 슈베르트의 “마왕”으로 점점 고조되었다. 음산한 분위기마저 드는 피아노의 연타음의 시작으로 바리톤 정경은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곡은 연주 전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던 곡이였다. 무대 위 노래하는 이는 한명 뿐이였지만, 노래 속 등장하는 아버지, 아들, 마왕, 해설자. 4명의 인물표현은 마치 다중인격자로 보일 정도로 확연한 등장인물의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그는 정말 꿈꾸는 가객이었다.


  마지막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제의 “투사의 노래”는 에너지가 넘치고 강열했다. 자신의 독창회 무대를 그는 오페라 무대로 바꾸어 놓고, 그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숨김없이 발휘했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소리로 홀 안을 가득 채웠다. 이어지는 앵콜곡 2곡 역시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매우 상반되는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으며 때로는 홀 안을 고요하고 정적으로 우리를 제압하여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도록 한채, 너무도 감성적인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전율로 동요시켰다.


‘인간의 목소리는 신이 주신 최고의 악기이다.’라는 말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신은 바리톤 정경에게 또 다른 재능을 더해 주었다. 바로 바리톤 정경만의 중후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감성. 그리고 무대를 장악하는 연기력이다. 꿈꾸는 가객(佳客) 바리톤 정경. 앞으로 향방이 주목된다. 

                                                                                                                      글 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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