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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날짜 :14-02-01 (토) 14:59


보낸사람:박성일<drpsi@naver.com>


받는사람: 조정권시인 cccc1949<cccc1949@hanmail.net>




선생님께




그 동안 두문불출 하셔서 어딘가 편찮으시구나 했습니다.



오늘 시를 읽어보니 심장병이 발생하셨어요.





산정묘지의 날 선 젊음 같은 구석기의 거칠거칠함에서, 시 <새해인사>는



신석기의 잘 갈린 마제석기의 부드러운 칼날처럼 더욱 가슴을 파고 들어옵니다.



진즉에 밤새 드시는 술로 감추고 있던 친구 같은 질병들이



서둘러 나타나 서둘러 타이르고 어울리셨으면



어떠셨을까, 너무 겁쟁이 시라 그러셨을까 너무 용맹하셔서 그러셨을까.





이렇게 새해에 말씀이라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봄되기 전에 서울에서 한번 뵈러 가겠습니다.





항상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박성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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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두편은 원래 제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받은날짜 :14-02-03 (월) 00:07


받는사람/박성일


보낸사람: 조정권 cccc1949<cccc1949@hanmail.net>





하나는 엄청 길고



하나는 단 한 줄.





이 시는 그냥 산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부인사로 보내드렸는데.



오늘 대전의



  박성일 한의원 원장님 전화를 받고.





대화를 하다가



제가 메일로 보낸 '새해편지'가 시라는 거예요.



나는 그건 산문이라고 말했는데.



그런데 그게 시라는 거예요.





밤 늦게



그걸 시로 만들어 봅니다.



박원장 말 때문에



고치고



고치고



경어법 바로 다시 세우고





독자들을 위한 시 속의 여백 공간에 누울



맨 땅도 만들고







이런 작업도 심장 뇌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는 박원장의 말씀.



치유법이란.





생각.



생강이 아니라



생각이 시를 고치게 만듭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시로 성형수술한 제 산문.





지난번 보낸 메일을 시로 성형수술했습니다.





현대시학이 전봉건선생 가족끼리로 3월호로 새로 출범하는 때에



제가 69년 초회 박목월 추천으로 등단한 1번타자인 인연으로



시 청탁에 응했습니다.





정진규 형이 좀 섭섭해 할 지 모르지만.





여하튼



박성일 원장님 격려로



새해편지를 '시'로 승격시켜(성형수술해서) 송고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만나든가



자주 소통을 해야 하나 봅니다.



돌맹이에도 옥이 숨어있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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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외 1편


-겨울편지


조 정 권



남양주 봉선사 가다가 대설을 만났습니다.


눈에 막혀


광릉내 한적한 입구에다 차를 세웠지요.


숲 곳곳 눈이 차단기를 내리고


길가에 마중 나와 있더군요.



주차할 자리를 못 찾은


마음.



봉선사까지는 아니고


봉선사 가는


길목에


그냥


마음 대놓고


걸어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에


바람소리가


혼자 살고 있더군요.



사실 나도 그냥


혼자 왔어요.


마음 몰고


그냥 혼자.



저는 20년간 가끔 광릉 봉선사 연지를 찾았습니다.


바람에 뒤집히는


연잎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마음을 쉬면


세상이 깨끗해 보이기 때문이지요.



마음은 애쓸수록 구속당합니다.



지난여름 장마 끝난 후 봉선사 스님들이 연지로 내려와 연꽃 향을 장삼자락에 묻히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장삼자락을 따라가는 연꽃 향이고 싶었습니다. 제 시는 비 온 뒤 더 붉어지는 연꽃 볼을 훔치고 싶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늦가을 심장 수술 후


저는 거의 두문불출입니다.




두문즉시산중(杜門卽時山中)


산책운동하다 돌아와 방문 닫으면 제 집은 깊은 산중.



산속에 누워있는 내게


찾아오는 친구는 빙월(氷月).


가끔 같이 면회 오는


한월(寒月),


설월(雪月).



한 1년 요양해야겠지만 이 위독한 시대(니체식으로 표현하면)에 나는 침묵에 가까운


미 발간 시집 하나쯤 남겨놓고 싶습니다.


살아있을 때 꼭 시집을 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못은 물이 가득 찰 때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연못은 얼 때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저 깊은 ‘소리 내지 않는 소리’를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9번 4악장의 후반부처럼 되뇌이며 듣고 있으면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


고요함을 살피는 일이


이 나이에는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한 곳에 두지 않고


여기저기 머물고 있는 일도 더 큰 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어른은


하루만 더


덧없이 살라고.


하시더니 홀로 가버렸습니다.



산에 피는


꽃 보다


꽃이 피어난 주위 허공을 보라고.


하시더니 꽃보다 먼저 가버렸습니다.




누군가는 부처도 벗어나라 하셨습니다.




겨울 봉선사


연못은 폭설을 맞고


누렇게 마른 꽃대들이 꽃 피었던 시간의 형해들을 데리고


삶을 마중 나왔습니다.


마른 꽃대들이 여전히 꼿꼿하더군요.



고개 쳐들고


고개 쳐들고



꽃대들이


언 연못에서 꼿꼿하게


하반신으로 눌러 앉힌 얼음 두께.



저 자세


시에서 나올까.



삶을 쓰다듬는 시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시.



겨울 광릉 숲 왔다 갑니다.


사람 없습니다.



드넓은 숲 높은 나뭇가지 가지


흰 눈


떼를 지어 몰려와 서식하고 있더군요.



광릉 숲 왔다가 갑니다.


설서루(雪棲樓) 바위덩이가


배웅하더군요.



바위가 뱉은 말.


두문불출이 아니라


‘개문불출’(開門不出).


수 천 년 문 열어 놓고 살지만 나가진 않는다.




가죽장갑


조 정 권




시는 시인이 자기 가죽을 벗겨 안감을 대어 만든 장갑.





조정권


1949 서울. 70년 현대시학 등단. 주요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허심송’ ‘하늘이불’ ‘산정묘지’ ‘신성한 숲’ ‘떠도는 몸들’ ‘먹으로 흰꽃을 그리다.’ ’고요로의 초대‘ 등.한국시인협회상, 소월시문학상,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질마재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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