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쌍둥이 행성인 우라스와 아나레스는 서로 상반된 체제 아래 유지되고 있었다. 200년 전 우라스의 빈부 격차와 남녀차별에 반기를 든 혁명가 오도에 의해 시작된 아나레스의 아나키즘 실험은, '평등하고 모순되지 않는 사회'라는 목표를 지향하며 계속되고 있었던 것.
그러나 관료체계와 집단주의에 의해 유지되던 아레스는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자발적 조직'이라는 단체의 주도 아래 물리학자인 쉐벡이 두 행성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 우라스로 향한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우라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가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또다른 음모였다.
<저자소개 : 어슐러 K. 르 귄>
1929년 10월 21일, 저명한 인류학자 앨프리드 크로버와 대학에서 심리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작가 시어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제 관계였던 부부는 현장 연구를 함께하고 북미 최후의 야생 인디언으로 알려진 이시를 곁에서 도우며 기록을 남기는 등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고,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르 귄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래드클리프 컬리지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한 어슐러 르 귄은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1953년 프랑스로 건너가던 중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몇 달 후 파리에서 결혼했다. 1959년, 남편의 포틀랜드 대학 교수 임용을 계기로 르 귄은 미국으로 돌아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시간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 「파리의 4월」(1962)을 잡지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르 귄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며 '어스시 시리즈'와 '헤인 우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냈다. 인류학과 심리학,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외계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일종의 사고 실험과 같은 느낌을 주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세계환상소설상 등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다. 또한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며 2014년에는 전미 도서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느 초기 남극탐험에 관한 보고서로 전원이 여성 탐험가들로 구성된 팀이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1982년 「뉴요커」에 처음 발표되었다. 2018년, 88세의 나이로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영면하였다.
<책밤지기 : 복도훈 문학평론가>
복도훈. 1973년생. 충청남도 안면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학평론가이다. 『1960년대 한국 교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으며, 2007년 현대문학상(평론)을 수상했다. 평론집으로는 『눈먼 자의 초상』(2010), 『묵시록의 네 기사』(2012)를 펴냈으며, 연구서로는 『자폭하는 속물』을 썼다. 슬라보예 지젝 등이 쓴 『성관계는 없다』(2005)를 공역했다.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화두로 지난 100년간 한국소설에서 재현된 젊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소설에서 재현된 미래는 어떠한 모습인가’라는 질문과 관련되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과학소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이 두 작업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모더니티에 대한 문학적 탐구로 수렴된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 중이다.
<책밤지기 추천도서 목록>
SF 추천작 4편.
네 권의 SF로 희망과 절망,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여행합니다.
1.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1818): 왜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을 그가 발명한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을까. 프랑켄슈타인에게 일어난 비극은 그가 무시무시한 기술을 발명한 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기술을 제대로 돌보고 사랑하지 않은 것에 있는 것일까. 근대 최초의 SF.
2. 스타니스와프 렘,『솔라리스』(1961):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깊이 감춰진 욕망과 생각을 복제하는 행성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죽은 여자친구가 갑자기 되살아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이 놀랍고도 신비스러운 사건을 1972년에 영화 <솔라리스>로 만들었다.
3.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1968): 인간과 안드로이드,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원본과 복제, 만드는 이와 만들어진 이가 거의 구별 불가능한 디스토피아 미래. 그럼에도 어두운 절망 속에서 피어오르는 한줄기 희미한 희망을 찾아나서기.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SF.
4. 어슐러 K. 르귄, 『빼앗긴 자들』(1975): 평등하지만 가난한 행성 아나레스가 있고, 풍요롭지만 차별이 행해지는 행성 우라스가 있다. 그리고 두 행성 모두에는 소통의 벽이 있다. 아나레스와 우라스, 두 행성을 모두 여행한 당신은 어느 행성을 선택해 살 것인가.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한애경 옮김, 을유문화사, 2013
-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최성은 옮김, 민음사, 2022
-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박중서 옮김, 폴라북스, 2013
- 어슐러 K. 르귄, 『빼앗긴 자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2
<백북스 시즌2 책밤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