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 광주의 5월을 다뤄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2013년 11월~2014년 1월)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백지연 평론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작가 스스로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소설가 한강의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신형철 평론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소개 : 한강 작가>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책밤지기 : 편성준 작가>
MBC애드컴, 티비더블유에이코리아(TBWA KOREA) 등 광고회사에서 20여 년간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 2020년 퇴직 후 아내와 함께하는 백수생활을 유쾌하게 다룬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출간했고, 다음 해에는 글쓰기를 위한 제주살이 에피소드를 담은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를 펴냈다. 한옥집을 고쳐 ‘성북동소행성’이라 이름 붙인 뒤 ‘독하다토요일’, ‘소금책’ 등 책과 관련되었으나 돈이 되지 않는 모임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글쓰기 책을 냈다. 유머와 위트 있는 글을 지향하며 출판기획자인 아내, 말 많은 고양이 순자와 살고 있다.
발간한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책밤지기 추천도서 목록>
백북스 <책밤>에서 이야기 나눌 책 4권을 추천합니다.
4권 추천하라 하셨는데 고르다 보니 6권이 됐습니다. 편한 대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1.『하얼빈』 김훈, 문학동네
젊은 시절의 김훈을 울렸던 글은 격정적인 문학 작품이나 철학자의 금언이 아닌 안중근의 취조문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위해서는 이토를 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서른 살 식민지 청년의 담담한 기록. 건조한 문장들이 이토록 뜨거울 수 있다니, 하며 감탄하게 되는 소설이다.
2.『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심각하거나 슬픈 얘기를 각 잡고 쓰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같은 얘기라도 정지아 작가처럼 어깨에 힘 빼고 농담도 섞어가며 툭툭 던지면 이내 작가의 편이 되어 함께 울고 웃게 된다. '빨치산의 딸'이었던 정지아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그런 책이다. 조용필의 노래 가사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3.『짐승일기』 김지승, 난다
잘 쓴 글은 어떤 것인가.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한 문장들을 따라 읽다 보면 그 문장이 가진 뜻 외에 저자의 마음이나 됨됨이까지 느껴져 살짝 놀라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자신의 일기를 요일별로 묶은 김지승의 『짐승일기』는 잘 쓴 글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가지런히 모여 있는 좋은 책이다.
4.『여름의 빌라』 백수린, 문학동네
'백수린은 읽고 나면 잔향이 남는 작가'라고 평론가가 말했는데 내 생각엔 잔향 정도가 아니라 꽤 알싸한 인생의 비밀 맛이 남는다. 「시간의 궤적」에서 잃어버렸던 반지와 소나기에 얽힌 마지막 장면도 좋지만 「여름의 빌라」에서 누군가의 죽음과 연결된 소녀의 천진한 웃음은 참 잊기 힘든 감동이다.
5.『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창비
동네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의 문장들이 침착하고도 유머러스하다. 그의 소설은 인생의 쓴맛들이 배어 있어서 좋았고 어떤식으로든 섹스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독서노트를 펴고 어떤 게 좋았나 체크를 해보다가 모든 단편 제목에 표시를 하고 말았다.
6.『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탔고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멋진 최신작도 썼지만 나에겐 이 소설이 최고다. 책을 펴는 순간 작가는 읽는 이를 1980년 5월 광주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사람과 유령을 오가는 상상력도 놀랍고 아픈 현대사를 이토록 애잔하게 쓸 수 있는 소설가의 능력에 고개 숙여 감사할 뿐이다.
<백북스 시즌2 책밤 소개>
https://www.notion.so/f36b20bed246443b883c9345735ac57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