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채 메트로폴 호텔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백작!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추천도서로 소개해 화제가 된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40대의 다소 늦은 나이에 첫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을 발표하며 고전 문학을 연상시키는 작풍,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 매력 있는 등장인물을 잘 접목시킨 작품으로 상업적 성공과 문학적 성취를 모두 이뤄내며 괴물 신인으로 주목받은 저자가 4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이다.
두 번의 혁명 이후 1920년대 러시아, 서른세 살의 알렉산드로 로스토프 백작은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을 벗어날 경우 총살형에 처한다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다. 프롤레타리아의 시대에서 제거되어야 마땅한 신분이지만 혁명에 동조하는 시를 쓴 과거의 공을 인정받아 목숨을 건진 백작. 거처를 스위트룸에서 하인용 다락방으로 옮기고 귀족으로서 누리던 모든 특혜를 회수당한 그이지만 메트로폴이 꼭 감옥인 것만은 아니었다.
호텔은 백작의 세련되고 고상한 취향과 자상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킬 수 있는 피난처이자 모험과 새로운 만남의 장소, 사랑과 우정을 키워나가는 좋은 집이기도 했다.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교사, 수상한 주방 모임의 주요 참석자로서 백작은 보란 듯이 새 삶에 적응해나간다. 날마다 새로운 손님과 사건이 끊이지 않는 혼란 속에서도 백작의 관심사는 호텔의 품격과 신사의 태도 유지,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에 있다.
“재미있고, 영리하며, 놀라울 정도로 낙관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결코 잊을 수 없는 여정으로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빌 게이츠, ‘2019년 여름 도서 추천‘에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 에이모 토울스>
저자 : 에이모 토울스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썼던 프로젝트 단편소설 「기쁨의 유혹THE TEMPTATIONS OF THE PLEASURE」이 《파리 리뷰》 1989년 겨울호에 실렸으나, 그는 금융업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했으며, 여러 매체에 종종 글을 기고했다. 7년 동안 집필한 소설이 있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 봉인한 그는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한다. 40대 후반의 나이, 토울스는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RULES OF CIVILITY』(2011)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토울스의 데뷔작은 20개 나라에서 계약되고, 영상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2012년 토울스는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했고, 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 상황을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독자와 함께 향유하고,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낯선 러시아 역사와 작품, 인명과 지명이 등장함에도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현재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역자 : 서창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밤에 들린 목소리들』 『그레이엄 그린』 『아메리칸 급행열차』 『보르헤스의 말』 『축복받은 집』 『저지대』 『에브리데이』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토미노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제3의 바이러스』 『암스테르담』 『촘스키』 『벡터』 『쇼잉 오프』 『마틴과 존』 『구원』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책밤지기 : 최진영(과학과 사람들 대표)>
(주) 과학과 사람들 대표. 각종 과학 공연 및 전시는 물론이고, 팟캐스트와 유튜브까지 온갖 과학 콘서트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학 문화 기획자.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최팀장으로 활약하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얻어들은 과학 지식들도 살다 보면 다 써먹을 데가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뜨겁게 노력중이다.
<책밤지기 추천도서 목록>
책꽂이를 훑어 보면서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이런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제가 멋있어보일거 같은 책들로 고르고 싶다는 유혹에 잠시 넘어갈 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바로 극복했어요 (리스트에 <괴델, 에셔, 바흐>가 없는 걸로 증명이 되었겠지요.)
구식 서양 결혼식 규칙 중에 신부는 something new, old, borrowed, blue 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죠. 왠지 4권의 책이라고 하니 떠올라서, 이 기준을 따라서 골라봤습니다.
1. New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김은역 옮김, 홍승범 감수, 아날로그)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 추천이유 : 최근에 산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입니다. 원제는 Entangled Life. 우리가 몰랐던, 혹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대한 네트워크 wood wide web 을 형성하는 균류의 세계에 대한 꼼꼼하고 열정적인 탐험기입니다. 글쓰는 재능을 타고난, 진지하고 뜨거운 연구자들만이 쓸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찬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Old -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 신봉아 옮김, 아르테)
: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 추천이유 : 다빈치에 대한 이야기니까 오래된 얘기라고 할 수 있겠죠. 월터 아이작슨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전기 작가중 하나입니다. 그의 탁월함은 스티브 잡스 같은 당대의 인물을 그릴 때보다 다빈치 처럼 까마득하게 먼 인물들을 눈앞에 데려다 놓는 것처럼 그려낼 때 더 잘 드러나는 듯 해요. 책 한권으로 다빈치의 삶과 그의 정신, 그를 둘러싼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문화계 전반을 그린듯이 생생하게 잡아내게 해줍니다. 엄청나게 재밌기도 하구요.
3. Borrowed -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서창렬 옮김, 현대문학)
- 추천이유 :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 리스트에 들어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빌린 걸로 치고… 긍정적인 삶과 긍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우아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막판에 복선들을 회수하는 작가의 실력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15세부터 65세까지는 이 책 추천해주고 욕 먹은적 없는 재미보장 소설.
4. Blue - <천국의 발명> (마이클 셔머, 김성훈, 아르테)
: 사후 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
- 추천이유 : 표지가 파랗습니다.. 마이클 셔머는 대표적인 스켑틱 과학자중 한분입니다. 이 책은 사후 세계와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종교의 입장과 형태를 탐구하는 책으로 과학적 회의주의의 관점에서 종교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에게는 종교가 없이도 목적을 갖고 사는 삶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오랫동안 남기기도 했던 책입니다. 또 표지가 파란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이 있어서 두권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샌델 책은 꽤 유명하니까, 제가 추천안해도 괜찮겠죠!
<백북스 시즌2 책밤 소개>
제목에 그냥 끌렸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성인이 된 후로 매년 모스크바에 다녀왔었는데, 코로나로 묶여 몇 년째 바실리 성당을, 붉은광장을 밟지 못한 향수였을까, 아니면 모스크바의 신사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서 였을까.
책을 읽으며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남달랐던 이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무어라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사람들. 그것이 교양인지, 품격인지, 가풍인지, 안목인지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들은 달랐다. 낡고 오래된 작은 아파트에 살지만, 매 끼니 은제 식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몇 개 없는 단촐한 가구에서조차도 아우라가 나오고, 고이 모셔둔 아마도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 같은 물건들에는 영혼이 담긴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또 어쩌다 보이는 벽에 걸린 그림이나 예사롭지 않은 탁자 위의 조각은 예술 문외안인 내가 보아도 국보급인듯했고, 그들의 옷이나 스타일은 장식은 명품은 커녕 낡고 오래됐어도 기품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삶의 지혜를 조심스레 전달해 주는 능력이 탁월한 이들이었다. 혁명은 이미 100년 전에 끝났고, 이미 30년 전에 소비에트가 문을 닫았으니, 그들은 일반인이고 나의 지인이지만, 항상 남다른 아우라가 그냥 풍기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아마도 로스토프 백작과 비슷한 운명의 후손이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먼저 들어와 버린 러시아에는 두 가지 노스탤지어(향수)가 있다. 하나는 모두가 평등했고, 물건은 부족해도 물가는 저렴했던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 또 다른 하나는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짜르시대의 어떤 교양, 가풍, 더 나아가 국민성이 될 수도 있었던 종교와 높은 예술적 성취들. 두 시대 체제가 양극단에 있고, 그래서 혁명이라고 우리는 부르지만, 특이하게도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동일해 보인다. 상반된 시대임에도 각각의 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좋았던’ 것들이 그것이다. 적폐를 버리고자 사회체제를 바꾸었는데, 버려진 것은 적폐뿐 아니라, 앞선 시대가 이룬 남다른 성취도 포함되었던 것이다.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우리도 버릴 것만 잘 도려내고, 좋은 시대정신은 계속 계승하는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 로스토브 백작에게 갑작스레 벌어진 가택연금생활이 코로나로 본의 아닌 이동의 자유를 박탈한 내가 겪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답답함이 어떠했을지 짐작은 된다. 페스트에서 느꼈던 절박함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는 갑작스런 신분 변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생활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사의 품격을 유지하며 그 누구보다 실존적으로 그의 삶을 살아냈다. 곳곳에서 로스토프 백작은 말한다. “할머니,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지.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단다.”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게되는 뜻하지 않은 날벼락에서도 이 말씀을 생각하면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에 들어갔던 나는 나의 친구들, 지인들과 굳이 공산주의에 대한 논쟁을 한 적은 없다. 어쩌다 공산주의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도 그들은 그리고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공산주의를 비판했었다. 나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들은 다른 이유에서 이 논쟁을 피했던 것 같다. 공산주의의 장단점에 대한 논쟁은 이방인들끼리 있을 때가 훨씬 자유로왔다. 바로 자기검열 때문이었다. 농노제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공산주의로 바뀌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과거의 적폐가 딸려왔다. 처리되지 못하고 딸려온 쓰레기에 대한 비판을 새로운 기득권층은 그들에 대한 공격으로 오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상이 강요되었고, 지침이 내려오면서 이상주의에 가까왔던 그들의 새로운 체계는 병들어갔다. 제일 먼저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죽었다. 예술가는 자유롭게 그들이 느끼는 삶을 노래할 수 없었다. 로스토프 백작이 감금된 것이 그가 귀족이라는 적폐여서가 아니라, 그가 썼던 자유를 외친 시 때문이었고, 백작의 지인들이 시베리아로 사라진 것 또한 그들의 이상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이 부르짖었던 건강한 비판이 사회체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늘 내가 주장하듯, 소비에트 연합이 문을 내린 것이 공산주의는 나쁘고, 자본주의가 좋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사회체제이건 적폐가 그 사회체제를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의 국가적 실험은 사상강요, 자기검열, 그리고 그 문제를 숨기려 했었던 거짓이 또 새로운 거짓을 낳는 악순환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가끔은 또, 최근엔 내 옆에서, 나의 일상에서 가까이에서 한국 사회에서도 이것이 낯설지 않음을 느낄 때 소름이 돋는다.
책 속의 주인공, 모스크바의 신사는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은 안전하고 자신감 있지만 오만하지 않다. 그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시할 때까지 모든 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존경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이 같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친절, 겸손, 은혜로 사람을 대한다(구글). 좋은 사람은 정신적, 사회적인 면에서 건강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 많은 모스크바의 신사가 필요한 2021년이다.
백작에서 니나로, 그리고 소피아로 이어지는 세대교체. 어른은 어떻게 성장한 아이들을 다음 세대들을 독립적으로 인정하게 되는가. 나는 미래세대에게 내가 이룬 성취에 오만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으며, 어떻게 인생의 후반부를 맞이할 수 있을까를 모스크바 신사의 품격에서 한 수 배운다.
화장실 때문에 자주 찾았던 메트로폴 호텔, 마음이 답답할 때면 그냥 걸었던 뜨베르스카야와 아르바트. 수많은 공연을 보았던 발쇼이 극장과 찌아뜨랄르나야 광장. 아크로쉬카와 보르쉬, 포자르스키 카틀렛과 캐비어, 샴페인, 옐리세예프 식료품점, 사도보예 깔쪼에 있는 대저택 내부(지금은 황제시절풍을 살린 푸쉬킨 카페와 디저트 카페), 크리스마스와 노동절 퍼레이드. 최소 100년에서 300년은 됐음직한 것들이 그대로 있어 20세기 말에 방문한 이방인이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 놀랐고, 그들의 문화계승과 보존 노력에 감탄한다. 그리고 나의 러시아 친구들과 나누었던 삶과 죽음,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하며 새벽을 맞이했던 그 날들에서 나 또한 모스크바, 러시아에 향수를 느낀다. 책을 덮으며, 30년 가까운 나와 러시아와의 소중한 인연을 하나씩 회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러시아 지인들의 행동과 마음의 진심을 다시금 깨닳았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그들의 품격을 다시 느낄 수 있겠지. 조만간 다시 갈 수 있겠지.. 언젠간 다시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