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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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한 그릇

한동안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그 틈에 국내산 밀로 만든 패스트푸드가 비싼 가격에도 웰빙 바람을 타고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밀가루로 만든 대표적인 우리나라 음식인 수제비를 큰 재래시장 인도와 차도에 야외용 테이블 몇 개 뿐인 이름 없는 노점에서 앉을 자리를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틈에 끼어 한 그릇 먹었다. 큰 맛이야 없을 수도 있지만 한 그릇에 2,000원 밖에 안하니 손님 대박이다. 오른쪽 노점은 모자가, 왼쪽 노점은 세자매가 주인이다. 오른 쪽 아줌마는 만들어 내고 아들은 서빙에다 설겆이를 하다가 가벼운 화상을 입었는지 내내 얼굴이 굳어 있고 아닌 척 자꾸 안타까운 듯 쳐다보는 아줌마는 얼굴에 땀이 고여 있다. 왼쪽 맏언니는 큰 냄비 두 개에 이리 저리 만들어 내고 둘째와 셋째는 테이블 청소며 풋고추와 된장 리필에다가 가까운 이웃 점포의 배달까지 하느라  참 바쁘다. 하여간 단골도 많다. 운전에 지쳤을 택시기사는 편히도 들고 시설공단 도로주차료 500원을 주고 간다. 아무래도 택시 사납금 맞추려면 고될 테고 하니 가볍게 요기도 하고 참 괜찮아 보인다. 15년 정도된 노점에서 새벽 3시 30분에 나와 저녁 7시까지 장사를 하니 15시간의 고된 노동이다. 더군다나 뜨거운 불옆에서 요리를 하니 여름에는 고역이다. 빨간 바구니에 천원짜리가 수북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줌마,  밀가루값도 올랐는데 이래 받아서 안남지, 참'이라고 어떤 손님은 마음에 없을 듯한 대꾸도 한다. 저렴하게 요기해서 좋으나 남기는 남는지 주인은 '많이만 팔리면 남아요' 라고 웃어 준다. 1,000원이 남는다면 50그릇이면 5만원을 벌고 100그릇이면 10만원이다. 아무래도 왼쪽 세자매는 더 많이 팔아야 할텐데 그래도 장사 안돼 고민하는 것 보다는 나은 일이라지만 큰 돈 장만까지 그들의 희망을 밑천삼아 그렇게들 장사할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안에서는 풍족함은 뒤로 하고라도 작은 불빛 하나가 보여 어느 정도 길이가 예측된다면 조금 덜 힘들텐데, 작으나마 희미하게라도 희망을 주는 일이 급하다. 새벽에 일찍 나와서 힘들게 일하는 만큼 마음까지 힘들지 않도록 하는 일이 민생이다. 경제 상황도 좋아지고 장사도 더 잘되고 서민 지원 정책도 다양해지고 하는 그런 희망을 꼭 붙잡고 살아가야 한다. 



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 planning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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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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