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12.05.10 00:47

더블/ 박민규/ 창비

조회 수 155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박민규의 소설은 따뜻하다. 그의 소설 소재인 치매노인, 불치병 환자, 신용불량 대리운전기사, 광고대행사 직원, 미래의 인간, 17,000년 전의 원시인 들은 따뜻하게 그들의 기막힌 인생을 긍정한다.

자신들을 구렁에 빠뜨린 사회를 한 번 뒤집어엎거나 살인을 해서라도 보복할 법도 하건만 그들은 우울하게, 때로는 유머로 자신들의 신세를 반추하고 뒤돌아서서 흐린 조명을 따라 사라진다.

소설집 ‘더블’은 모두 18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그 단편을 읽으면 박민규 이 양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부딪힌 상황에서 한 걸음 더 재껴 내딛는다. 한 번 더 도움닫기를 해 본다. 그의 소설에는 온갖 직업에 구석기시대 사람부터 쳔년 후의 미래 인간까지 나타나 마구 설을 푼다. 그의 특허품인 독특한 행갈이가 지나가면 그들의 사연은 굴곡지며 어떤 사람은 아예 뒤집어진 롤러코스터가 되며 혹자는 추락한다.

그 스토리 사이에 엉뚱한 유머가 끼어든다. 천년 후에 해동된 높으신 냉동인간이 자부동(방석)을 찾거나 노인요양병원에서 만난 첫사랑 치매 여인 앞에서 오줌을 싸거나, 애써 준비한 행사용 비행선을 쫒아가면서 마주치는 사냥꾼의 총질, 한강 아치에 자살하러 올라간 사람 앞에 경찰관이 내놓는 한국전쟁 당시 폭파된 한강철교 사진 같은 유머들은 작품 속에 틀어박혀 나도 몰라, 이게 뭔 황당 시추에이션인지 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박민규가 창조한 주인공은 우리 일상에서 보는 인물인데다, 그들이 쓰는 용어도 최신용어라 현실에서 소설 속으로 막 뛰어든 인물 같다.

그 인물들은 마라톤을 뛰며 뒤쪽 선수들이 어디까지 왔나 슬쩍 뒤돌아보는 선수들의 시선처럼 이 세상이라는 울타리에서 여기저기에 끼어든다. 그 에피소드들이 대개 있을 법 한 일인데, 인생에 불쑥 끼어든 재수 나쁜 사고처럼, 또는 인연 좋은 만남처럼 인생을 헝클어놓는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는 어떤가를 온화한 눈으로 묻는다.

18편의 단편집에서 ‘낮잠’과 ‘아치’와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가 좋았다.

그리고 작가 프로필에 간략하게 정리된 ‘ 1968년생. 소설가’라는 소개가 좋았다.

작가가 군말이 뭐가 필요하랴.

작가의 말에서 지난 5년 동안 두 편의 장편과 스물 네 편의 단편을 썼다는 사실도 좋았다.

그 간 쓴 작품 양이 엄청나다.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도 좋았다.

그가 장편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면 좋겠지만 뭐, 이대로도 좋다.

  • ?
    정남수 2012.05.10 00:47
    따뜻한 소설이라는 솔깃합니다.
    아픈 현실이나 괴로운 일상은 아무리 소설로 접한다고 해도,
    춥고 서럽기 마련인데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다니 좋네요.

    아~ 새로운(저에게는^^) 작가와 작품소개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더블/ 박민규/ 창비 1 정광모 2012.05.10 1554
3183 공지 논리문제 6 육형빈 2007.11.09 1555
3182 공지 토요일 독서산방 모임 안내 박문호 2007.09.28 1556
3181 공지 별밤 365일 제본합니다 21 송나리 2007.11.14 1556
3180 공지 어린 회원님 사진이 있었네요. 5 이병설 2008.11.18 1556
3179 공지 별밤 365 못받으신 분~ 3 김영이 2009.02.02 1556
3178 공지 지구! 5 양경화 2007.05.10 1557
3177 공지 [4/17]대전시향콘서트(백건우 협연) 가시는 분들 보세요~ 22 임석희 2008.04.15 1557
3176 공지 열심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5 김영이 2008.05.09 1557
3175 11월 시민문화 강좌 안내 file 황인칠 2010.11.24 1557
3174 2014년 한국 화이트헤드 학회 춘계 학술제 미선 2014.05.23 1557
3173 공지 EBS 토론광장 - 조기유학의 득과실 김경희 2008.10.19 1558
3172 공지 백북스 인맥의 발견... 3 서윤경 2008.10.31 1558
3171 공지 - 내가 100권 독서 클럽을 6개월이나 나올 수 있었던 이유. - 3 윤현식 2008.07.18 1559
3170 공지 우주론 스터디 신효섭 2009.01.19 1559
3169 4월5일(토)오후2시 [기본소득론 VS 복지국가론] 대토론회 미선 2014.04.04 1560
3168 공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5 이동선 2008.08.16 1561
3167 공지 LHC 본격 가동의 의미, 물리적 과제 9 이종필 2008.09.10 1561
3166 공지 하이쿠> 마츠오 바쇼 의 '나라로 가는 길에서' 를 읽고 3 송근호 2008.04.14 1563
3165 공지 100Books 발표 예정자 2 박문호 2008.09.10 15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