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기증하며..

by 문경수 posted Jun 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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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NASA 우주생물학팀과 탐사 때 2점의 시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채집해 왔습니다. 연구목적으로 반출허가를 받아 대전 지질박물관에 기증 했습니다. 4월부터 지질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간 국내에는 원생대 이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샘플만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시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샘플은 제가 가져 온 것이 최초입니다. 

기증하기까지...

탐사현장에서 한 과학자가 백과사전 크기의 윤곽이 선명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채집하고 흥분해서 웃고있었습니다. 제가 장난스럽게 물어봤죠.

" 이거 얼마에 파실래요?"

" 이만한 다이야몬드 덩어리를 주면 팔께요 "

독일에서 온 고생물학자 크리스은 탐사가 끝나고 화석을 우편으로 보낼때 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화석을 꺼내 보고 흐뭇해 했습니다. 저는 사실 화석을 채집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내가 과학자도 아니고 원래 있던 자리에 있는게 자연스런 이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2009년 백북스 호주탐사와 나의 아들....

의욕을 갖고 시작한 백북스 호주탐사였지만, 크고작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선발대로 가서 조금은 무모하게 킴벌리까지 이동한 이유도 나를 믿고 서호주로 온 70명의 회원들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여기까지 오지 못하니, 나라도 가서 자료를 수집하자....
의욕이 앞선 나머지 조난을 당했고, 죽을 고비를 겨우 넘어 다시 탐사대 인솔...
사고없이 무사히 끝났지만,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런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각자의 자리에서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왔으니 많은 걸 보여줘야 겠다는 의욕이
무척이나 앞섰던것 같습니다. 

황량한 서호주 노스폴의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현장.
평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상지에 올라보니 

여기저기서 화석 샘플을 채취하는 과학자들의 분주한 모습. 땅땅거리는 망치소리가 들립니다. 
채집한 화석을 가방 한가득 넣고 다시 15km를 걸어가야 합니다.

어딘선가 마틴 박사가 돌아가자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쩌면 다시 못올 수 있는 이곳의 모습을 회원들에게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불연듯 들더군요.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 캐나다에서 온 도미닉에게 부탁해 화석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또 한 사람. 나의 아내와 아들...호연

무모한 남편과 아빠를 둔 덕에 마음고생했을 두 사람.
두사람에게 빚을 톡톡히 진 셈이죠.

조난 당시.. 황량한 아웃백을 걸어나오며.. 
밤낮으로 머리속에 그렸던 두사람. 
가족이 아니었다만... 지금에 나는 없다는 생각..
그 고마운 두사람과 평생을 곁에 두고 기념할 만한 것을 가져가자...
이것이 또다른 동기...

2년전 함께 했던 호주 탐사대원 여러분!
시간들 내서 지질박물관 꼭 방문하셨으면 합니다.

만져볼 순 없지만 
받아주세요.
제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추신> 외국 화석쇼핑몰을 검색해 보니 시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은 가격이 꽤 나가더군요.하하하


지질박물관 전시실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사진과 화석 샘플을 기증했습니다.

흐뭇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도 전시

전시부스 아래 LCD모니터로 발굴현장 사진이 슬라이드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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